다양한 계층과 연령이 함께한 촛불문화제
이날 촛불문화제는 다음카페 ‘2MB 탄핵연대’에서 제안했고,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확산되면서 대규모 대중행동을 예고했다. 이날 시민들은 촛불문화제 예정 시간인 오후 7시 전부터 청계광장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촛불문화제 초기 5천여 명이었던 참가자들은 문화제가 끝난 10시 경에는 2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생에서부터 직장인, 가족단위 참가자, 각종 모임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교복을 입고 참석한 정초희(19세)씨는 “잘 사는 사람은 좋은 것 먹겠지만, 우리는 라면에 쇠고기다시다 먹는데 (미 쇠고기가 개방되면) 광우병 걸릴 것”이라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하고 “4.19나 6월 항쟁이 작은 힘이 모여 이룬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모으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2MB 탄핵연대’가 준비한 1만 개의 초는 저녁 8시가 채 되기도 전에 동이 났다. 시민들이 청계천 주변에 운집하자 ‘2MB 탄핵연대’ 측은 경찰과 협조해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을 파이낸스센터 앞 광장으로 안내했다.
문화제 초반,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방송차와 엠프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이곳을 중심으로 문화제가 진행되었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서는 주최 측의 행사 운영 방식에 대한 참가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2MB 탄핵연대’ 회원들만을 중심으로 발언이 진행됐고, 주최 측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발언은 물론 참가자들의 구호와 발언, 선전물 게시 등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날 문화제 안내를 담당하던 한 ‘2MB 탄핵연대’ 회원은 ‘발언 제한’과 관련해 “처음이라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 문화제로 신고해 집회로 확대되면 내일 촛불문화제를 경찰이 불허할 것을 우려한 조치”라며 “회원들도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혼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침없는 참가자들의 발언과 구호
그러나 한 인터넷 모임이 방송차 뒤편에서 육성으로 발언을 이어가며 참가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고, 강기갑 의원은 청계천광장을 돌며 참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문화제 참가자들은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곳으로 움직이면서 사실상 중앙무대는 사라졌다.
강기갑 의원은 청계광장을 돌며 육성으로 “이 정부가 미친소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협상도 아닌 조공을 바친 협상을 바꾸자. 쇠고기 협상을 막는데 함께 하겠다”고 외쳤고 참여자들은 ‘무효화’, ‘강기갑’을 외치며 환호했다.
결국 이날 문화제는 크게 세 곳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2MB 탄핵연대’의 방송차가 있는 파이낸스센터 광장, 강기갑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진행된 프레스센터 앞, 그리고 청계광장이었다.
특히 청계광장은 ‘쇠고기 협상 무효화’라는 연호가 시작되는가 하면 곧이어 ‘이명박 탄핵’ 구호가 산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해 한 목소리로 모아졌다. ‘우열반 반대’, ‘민영화 반대’, ‘조중동은 찌라시’, ‘쥐박이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도 등장했다.
가족과 함께 참여한 김평진(43)씨는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정부의 기자회견에 대해 “핵심을 피해가는 데 헛기침만 나온다”며 비판했고 “대운하, 수돗물 민영화를 국민들이 반대하는데도 강행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기세 아낀다고 인터넷도 안보는 지 여론을 모른다”고 이명박 정부를 질타했다.
"토요일도 만납시다"
저녁 9시경 경찰은 ‘2MB 탄핵연대’에게 촛불문화제 정리를 요청했고, 파이넨스센터 광장 주변의 문화제는 9시 30분경 마무리됐다.
그러나 청계광장과 프레스센터를 중심으로 모인 참가자들은 ‘이렇게 헤어질 수 없다’, ‘토요일도 모입시다’라고 외치며 3일 촛불문화제를 기약하고 10시가 넘어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했다.
‘2MB 탄핵연대’는 3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이어갈 것임을 밝혔고, 네티즌들은 다양한 인터넷 공간에서도 3일 촛불문화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