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쇠고기 협상 내용과 관련한 정부의 '말 바꾸기'식 거짓말이 또 한번 확인됐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와 직결되는 미국 측의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내용을 그동안 국민들에게 왜곡 전달한 사실이 확인된 것.
정부 "30개월령 미만 도축검사 불합격 소, 사료로 금지"한다더니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는 돼지와 닭 등의 사료로 광우병에 걸린 소가 쓰이고, 다시 돼지 등으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여 광우병이 발생하는 이른바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등은 지난 2일 기자들과의 '끝장 토론'에서 미국 측에 요구해 얻어낸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뒤이어 이런 말도 덧붙였다. "때문에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에 제시했고, 이 요구를 관철시킨 것을 이번 협상의 성과인양 선전해왔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호 "정부 주장, 사실과 다르다" 제기에.. 이상길 단장 "해석 오류" 일축
지난 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송기호 변호사는 "미연방정부가 게재한 관보에 따르면 30개월령 미만 소의 경우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에도 뇌와 척수를 포함해 모두 동물에게 먹일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광우병 의심소도 동물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정부가 미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의 핵심적 내용으로 미국의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를 얘기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적어도 한국정부가 미국의 사료조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송기호 변호사는 "나도 이쪽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며 "내가 오해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풀어주길 바란다"고 농식품부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단장은 "(영문) 해석의 오류"라고 일축했고, 9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정부 뒤늦게 "미국, 30개월령 이상 소만 사료로 금지" 인정
그러나 당시 토론회에서 이 문제는 말끔히 정리되지 못했고,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이 10일 "미국이 내놓은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조치가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다르다"고 1면 톱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0일자 '광우병 의심 소 사료 금지, 美관보-정부 설명 다르다' 기사에서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를 확인한 결과 "30개월 미만 소에 대해서는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으로 부적합한 소일지라도 30개월 미만이면 뇌와 척수의 제거와 상관없이 사료금지물질(CMPAF)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했다"며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달리 도축검사에서 불합격돼 식용으로 부적합한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의심 소도 동물에게 먹이는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해석의 오류"라며 묵묵부답이었던 정부가 10일 오후 뒤늦게 이 같은 지적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오후 경향신문 보도에 대한 짤막한 해명자료를 통해 "(미 연방정부가 공포한 사료금지조치 최종규정에는) 30개월령 이상만 (동물에게 먹이는 사료) 금지대상으로 (규정)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부 "뇌와 척수는 광우병 위험물질 아니므로 차이 없다"?
별다른 설명 없이 농식품부는 이날 '30개월령 이상만 금지대상'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미국은)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자신들의 그간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내뱉은 주장을 하루아침에 뒤집었지만, 정부는 "미국 식약청이 강화된 사료금지조치를 공포하면서 보도자료와 실제 관보 게재 내용 간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 식약청의 보도자료를 탓했다. '미 식약청의 보도자료만 봐 실제 공포 내용을 잘못 이해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은 셈이다.
오히려 농식품부는 이날 "30개월령 이하의 소의 뇌 및 척수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아니므로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며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농식품부의 해명은 사실상 이번 협상에서 한국정부가 '아무것도 남긴 게 없다'는 걸 자인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