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26일 관보 개재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당정의 고시 강행 방침에 따라 이번 주 내로 예상됐던 야당의 국회 등원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정부 고시강행은 쇠고기 개방 밀어붙이기 음모"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정부가 서명도 되지 않은 휴지조각을 들고 국민과 싸우겠다는 최후통첩을 하고 있다"며 "내용도 형편없는 합의를 해놓고 고시 관보게재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후에 교환하기로 했다는 것은 굴욕외교의 최절정"이라고 비난했다.
차영 대변인은 "추가협의문은 장관고시 강행을 위한 기습작전 계획이다. 쇠고기 개방 밀어붙이기 음모를 짠 것이다"며 "장관 고시를 위한 모든 일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통합민주당은 비상한 각오로 고시 강행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의 고시 강행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분개하며 "정부와 여당은 고시강행 방침을 철회하고, 고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오후 2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정부의 고시 강행을 규탄할 예정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추가협상 과정에서 검역주권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 한 채,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만 재확인해 놓고 영문합의서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일 당장 관보를 게재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두 번 세 번 기만하고 우롱하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류근찬 선진당 한미쇠고기재협상대책특별위원장은 "정부의 고시 강행은 그동안 물밑 대화를 통해 진행돼 온 국회 등원협상에 찬물을 끼얹고 야당을 다시 거리로, 광장으로 내몰려는 것은 정치 포기, 대화 단절 선포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억누르기 위해 사실상 계엄령을 발동했다"며 "뼈저린 반성의 결과가 일방적인 관보게재인가. 소통하고 반성하겠다는 정부가 국민 80%가 요구하는 재협상을 거부하면서도 더 이상의 카드가 없다는 사실왜곡을 하는 것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승흡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국민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관보게재를 초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합민주당은 국민의 재협상 민의와 이미 한 배를 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반대투쟁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시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