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민자들을 통제하고 배제하는 정책은 오히려 많은 이민자들이 스스로 정치의 전면에 나서기를 재촉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이주민의 권리 옹호를 위해 노력해온 윤대중 민족학교 사무국장과 이은숙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NAKASEC) 사무국장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을 만나 드림법안 좌절 이후 한인 이민자 운동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민족학교와 미교협(NAKASEC)은 그 뿌리를 80년대 초 5.18 민주항쟁의 마지막 수배자라 불렸던 고 윤한봉 선생에 두고 있다. '조국민주화 운동'에서 '이민자 운동'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그들의 고민도 함께 들어보았다.
미국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것...그리고 드림법안
우선 작년에 좌절된 드림법안에 대해 물었다.
"1994년 이민자들에 대한 복지정책과 권리가 된서리를 맞았다가 복원되어가는 분위기였다. 2000년도까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서류미비자 사면이야기도 나왔는데, 그 때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9.11이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탄압, 추방 그런 식이었으니까. 이민자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힘든 상황이었다. 미국인구가 3억인데 서류미비자가 1천 2백만, 한인들 5명 중 1명이 서류미비자였다. 그 분들이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손 잘려도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운전면허도 없고, 당장 추방되는 공포에 싸이는 거다. 애들도 마찬가지 인거고."
그런 현실 속에서 2003년부터 시작된 운동이 바로 드림법안 운동이었다고 한다. 서류미비자에 대한 전면 사면을 통해 영주권을 받는 활동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소한 학생들만이라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한다면 꽁꽁 얼어붙은 반이민 정서가 녹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윤대중 사무국장은 전했다.
"2002-3년 초기 상정되었을 때 전체 100명 상원의원 중에 지지한 자람이 20명 정도였다. 작년에는 통과되는 60표에서 5표 모자랐다. 해가 갈수록 지지하는 의원들도 많아졌다. 청소년들은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매년 6만 5천 여 명의 서류미비 학생들이 졸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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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숙 미교협 사무국장 |
"예전에는 서류미비 학생들도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대학교에 들어갔다. 작년부터는 애들, 10살 미만이 초등학교, 중학교도 못 들어간 케이스가 많다. 이건 불법이다. 82년부터 미국에는 누구든지, 서류미비자도 고등학교까지 들어갈 수 있는 법이 있다. 그런데 안 받아주는 학교가 늘어났다. 특히 아시아에서 왔다고 하면 아예 입학도 안 된다. 그래서 애들을 학교에 안보내거나 멀리 있는 다른 주로 등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민족학교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하면 학교에 항의전화를 하거나 변호사를 대동하고 가서 입학을 요청하는 활동도 한다. 그러나 '서류미비자가 어떻게 왔냐, 추방되어야 하는데, 이민국을 부른다'는 등의 협박을 심심찮게 당하기도 한다고 이은숙 사무국장은 전했다.
"이민정책에서 오바마는 선명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대선국면으로 넘어갔다.
"오바마는 드림법안을 확실히 지지하고 있고, 맥케인은 여기가서는 지지한다고, 보수파들 앞에서는 안한다 하고 왔다 갔다 한다. 매케인도 드림법안은 지지한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애리조나 출신이라,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민자 이슈에 대해 잘 이해한다. 그러나 선거하면서 입장을 바꾸었다. 공화당은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힐러리와 오바마 사이에도 이민정책에 대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민정책에 대해서 선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오바마에 지지를 보였다.
"경선을 하면서도 고민꺼리였다. 오바마는 서류미비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줘야 한다, 힐러리는 토론회장에서 주어야 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어 논란이 되었다. 추방 문제에 대해서도 오바마는 안된다고 했다. 미국내에서 이민자와 흑인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갈등도 있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추방은 안된다고 했다"
윤대중 사무국장은 힐러리와 오바마의 차이가 이렇게 선명한데, 확실하고 좋은 것을 지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한인사회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취급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오히려 한인 사회내에서도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지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인사회와 흑인사회의 갈등은 뿌리가 깊은 듯 보였다.
"흑인들은 이민자가 아니다. 노예로 왔고, 주류가 백인이고 그 다음에 아시아계가 흑인들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흑인사회의 실업문제도 심각한거고. 전반적으로 '이민자들이 직장을 빼앗아 간다'하면 그게 맞다고 제일먼저 손뼉을 치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일자리 없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누구냐 백인이 아니지 않느냐"
"지역에서 뿌리내리는 이민자운동으로"
그러나 최근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바마의 발바꾸기가 심심찮게 도마위에 오르고, 흑인사회는 오히려 자기의 목소리를 숨기는 것으로 지지를 대신하는 등 민주당의 한계도 여전해 보인다. 이민자 운동이 미국사회에서 굳어진 양당체제를 넘어서는 자기 정치의 기획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민 정책에서 민주당이 좀 나은 것 같지만, 가다보면 이상한 거 집어넣고. 요즘 지역별로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조그만한 시 차원에서 교육감을 만드는 거다. 흑인 사회의 경우에는 빈곤문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선거, 교육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나온 사람을 주 하원의장까지 만든 경우도 있다. 당적은 민주당이지만 앞으로 축적이 되면서 제3의 진보당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공화당 역사가 400년 이상 되니까 하루아침에 되기는 힘든 것 같다."
"돈 자금력에, 조직력 다 들어가 있고, 공증도 받아야 하고, 그래서 많은 것들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으니까 민주당과의 관계 속에서 압력을 넣을 수 있을 때 압력을 넣고. 일단 공화당 같은 경우 대화가 안 되고, 민주당은 대화가 되지만 대화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러나 윤대중 사무국장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이민법을 상정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넘어서기에는 이민자 커뮤니티 같은 경우에는 흑인사회보다는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한다.
'조국민주화 운동'에서 지역에 뿌리 내리는 '이민자 운동'으로
민족학교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의 뿌리는 5.18 최후의 수배자였던 윤한봉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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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대중 민족학교 사무국장 |
그러나 시대도 서서히 바뀌었다. 우리나라 민주화에 대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해왔는데, 90년대부터 국내도 많은 제도적 변화가 있었고, 또 미국의 상황도 변했다.
"그 전에는 미국의 복지정책에서 빈곤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냉전체제의 경쟁 속에서 미국이 더 나은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이민정책이 나왔다. 94년에는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차이가 없었다. 은퇴한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먹고 살 수 있게 했다. 냉전체제가 붕괴하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복지혜택이 축소되면서 그 희생양이 되었다."
"민주화지원운동 부분의 역할들이 축소되면서 이민자, 소수의 어려움은 커지니까 뭘 해야 되나...많은 운동의 방향이 바뀌었다. 민주화활동, 대중교육, 사랑방 같이 강연회하고 탈춤도 배우는 마당집 운동을 하다가 90년대 바뀌게 된다. 94년에는 이민자를 탄압하는 물결 속에서 전국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가 만들어졌다."
이민자들이 미국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투표를 하는 것도 한국과는 다르고, 몇 백 페이지에 달하는 법안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윤대중 사무국장은 우선은 한인들이 유권자 등록을 해서 자기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11월 대선에서 우선과제라고 이야기 했다.
"미국은 선거를 다 같이 하고 복잡하다. 시장, 검사, 판사, 연방 상하원, 대통령까지 복잡하고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 잘 모른다. 알리는 것이 필요하고 한인 이민자 커뮤니티가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 전당대회 때 이민자 이슈를 알리는 것,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 2월까지 후보자에 대한 이민자 정책에서 드림법안지지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전국민 의료보험 문제 등도 알리려고 한다."
11월 대선을 앞둔 이민운동은 더욱 할 일이 많아 보였다. 한청련 24주년, 민족학교 25주년. 조국 민주화운동에서 출발한 이들의 운동은 이제 미국의 지역 사회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 보인다.
"윤한봉 선배님은 헌신, 바닥에서의 실천, 꾸준한 학습, 지역 어디에서건 지역을 정의롭게 만드는 것을 강조하셨다. 운동은 2-30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운동을 하고 모임을 만들어서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생활 속에서의 운동을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한인 서류미비자 대부분이 IMF 이후에 온 경우가 많고, 멕시코인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에 옥수수 농장을 하다가 경쟁이 안되니까 다 포기하고 온 경우가 많다. 상품은 왔다갔다 하는데, 사람은 왔다갔다 못하고 그걸 불법이냐, 합법이냐 한다. 일하는 과정속에 존중도 받지 못하고, 손잘리면 해고 당하고, 서류미비자 애들은 학교도 못하고.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고 지역사회가 필요한 부분들에 뿌리를 내린 상황에서 한국과 연대하고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노력하고 있지만 이민자 이슈에 노력할 수록 더 큰 틀에서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우도 못받고 차별받고 이런 것을 서로 알아가는 단계다. 앞으로 더 해야 한다."
미국 사회에서 이미 25년이라는 시간동안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해왔던 이들의 운동에 스스로 "앞으로 더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더 큰 틀에서 서로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윤대중 사무국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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