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폴란드 MD협정 체결...新냉전 본격화되나

러, "외교적 대응만 하진 않을 것"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으로 미-러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미국이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10기를 배치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지난 달 8일 미국은 체코와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는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배치를 위한 외교적 절차는 마무리됐다. 폴란드 의회의 승인만 남아있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동유럽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불량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이 미사일 방어 계획이 나토(NATO)의 집단적 안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MD계획의 목표는 불량국가인가?

그러나 2007년 초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관련 협상을 시작할 당시부터 크게 반발해왔던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하는 행동은 무기경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외교적 대응만으로 대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은 러시아 국경에서 약 115마일(1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배치된다.

러시아에서는 냉전 이래 처음으로 발틱함대를 핵탄두로 무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빅토르 예신 전(前)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사령관은 "남극을 경유해 미국의 영토까지 달할 수 있는 궤도 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것이 실행에 옮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폴란드와 체코에 설치될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미국과의 주장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전문가인 호크 리츠는 독일의 저명한 외교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은 미국에 의해 불량국가로 분류된 "이란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전혀 아니"라며, 이란의 군사력을 볼 때, 미사일이 유럽에 닿을 수 없고, 이런 미사일을 개발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이란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미-러 공동의 시스템 구축을 미국에 제의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호크 리츠는 현재 계획이 10기의 미사일만을 배치하는 것이지만, 일단 시스템이 가동되면 미사일의 수는 쉽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냉전으로의 후퇴"...'신(新) 냉전' 오나?

현재의 상황을 두고 옛 소련의 마지막 외무장관이었던 에두아르드 세바르드나제 그루지야 전(前) 대통령, 러시아 고위 군 관계자 출신인 안드레이 킬리모푸 러시아 국가두마 외교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일부 지식인들은 '신(新) 냉전'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옛 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 미국은 옛 소련의 영토에서 군사기지를 확장하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는 데 노력해왔다. 에너지가 풍부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유럽을 러시아와 그 외의 국가들로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2003년 '장미혁명'으로 불리는 그루지야 미하일 샤카슈빌리 대통령의 집권, 2003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으로 불리는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의 집권은 이런 미국의 노력의 결과였다. 이들 국가는 기존의 송유관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어, 미국, 서유럽 등의 경제적 이익이 러시아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이 동유럽의 옛 소련 영토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것은 올해 초 코소보의 독립이 러시아의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두 자치 공화국에 병력 증파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된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러시아와 그루지아의 전쟁의 배경에도 그루지야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나토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흑해함대 관련 군사정보가 서방세계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을 러시아가 우려했다는 점이 깔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야의 수도 츠힌발을 공격했고, 러시아가 공습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러시아가 그루지아에서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며,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가 "새로운 라인"을 긋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그루지아 사태에 이은 미국의 폴란드 미사일방어(MD)협정 서명은 "위험한 게임"에 가속도를 붙이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