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다 '불법적인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지난 2일 네티즌이 구속되자,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줄을 잇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권태로운 창'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해온 나모 씨는 아고라 자유토론 게시판에 촛불집회에 참여하자는 글을 올리고 경찰들에게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2일 구속됐으며, 또다른 아고라 네티즌인 배모 씨와 조모 씨도 가택 압수수색을 당한 후 현재 경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인터넷 여론에 유독 강도 높은 공권력 행사하나"
이에 대해 네티즌 '권태로운 창'의 구속 방침이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 39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3일 성명을 통해 "직업과 주거가 일정하며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 위험이 없는 시민을 구속하고 이러한 구속을 마치 형벌처럼 남발하는 공권력 집행은 촛불시위에 대한 인권탄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발신자 기소, 시민 사망설 네티즌 구속, 조중동 불매운동 명단 발표 네티즌 출국금지 등 촛불시위가 시작된 이래 경찰과 검찰이 보인 인터넷 여론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 방식을 거론하며 "유독 인터넷에 대해 강도 높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촛불시위에 대한 탄압과 인터넷 공안 분위기 조성을 통해 정부 비판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 아고라 네티즌들도 자유토론 게시판에서 '권태로운 창'의 구속과 관련, 경찰을 성토하는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네티즌 '가람휘'는 "촛불시위 공지를 올린 권태로운창 님이 무슨 잘못이죠?"라고 물으며 "국민의 입과 귀, 그리고 눈을 막으려는 수작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적었다.
현재 아고라 네티즌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권태로운 창' 및 조사를 받고 있는 배모 씨 등의 구명을 호소하자며, 인권위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에 이같은 글을 남기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끈질긴' 촛불 수사, 수배와 체포 줄이어
한편, 촛불집회에 승용차를 몰고 나와 경적을 울리는 등 '차량시위' 활동을 벌인 네티즌 25명도 오늘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들이 "촛불 시위대의 뒤를 따르며 불법으로 차량시위를 벌였다"며 '촛불자동차연합' 다음카페 운영자 정모 씨와 회원 25명을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3일에는 촛불집회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수배중이던 정보선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이 자택에서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요 활동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과 네티즌들까지 대상으로 삼아 전방위적인 수사를 계속 벌이자, "촛불집회 규모가 축소되자 경찰이 오히려 본격적으로 압박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촛불집회 관련자 32명을 구속하고 13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