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광장에 커다란 원이 그려졌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기원하고 만들어갈 사람들이 함께 만든 원이었다. 원을 만든 사람들은 함께 웃고 춤을 추고 서로의 살을 맞대며 인사를 나눴다. 사람들의 인사는 처음 만났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었다.
오늘(23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2차 행동의 날’에 참여한 노동자, 시민, 학생 등이 밝힌 500여 개의 촛불이 가득했다. 노래와 말, 그리고 함께 만든 퍼포먼스로 채워진 이 날 행사에는 만인 선언에 참여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길게는 4년 짧게는 1년을 넘게 비정규직이라는 고통과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경옥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은 “지난여름 촛불이 청계광장과 시청 주변을 가득 채웠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지 모른 채 또 다시 우리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까 오히려 절망했었다”라며 “하지만 우리는 함께 모였고, 촛불을 함께 밝혔다. 비정규직 철폐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자. 너무 힘이 난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대우 GM대우사내하청지회 지회장도 “얼마나 더 굶고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가고 얼마나 더 오래 버텨야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이 촛불의 힘으로 물러섬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서는 1만 349명의 선언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 1천만 원이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송경동 시인은 투쟁기금을 전달하며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오늘 우리가 만들었다”라며 “연대하는 마음을 열 배, 백 배 더 담아 동지들에게 드린다”라고 전했다.
이 날 행사에는 세종문화회관지부 조합원들과 밴드 주, 실버라이닝 등이 노래 공연으로 함께 하기도 했다.
행사의 모인 사람들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만인 선언문’을 함께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물신신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라며 “비정규직은 구조적 노동착취의 전형이며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반인간적 제도이다”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정부는 수백만 촛불 민심에 귀를 닫았듯 수백, 수천 일을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이들이 대표하는 890만 비정규직들의 미래와 소망에 귀를 닫고 있다”라며 정부의 태도를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일터와 삶터에서의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행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라며 “모든 일터와 삶터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정신이 실현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 이 날 행사의 마지막은 사과를 이용한 집단 퍼포먼스로 마무리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