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투자로 2조1천500억 날려

국민연금, 사상 첫 '마이너스' 수익률 기록

미국발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국내외 주식 등 금융부문에 투자했다 마이너스 수익률(-0.99%)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금을 까먹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 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6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기금운용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금융부문에서의 손실 규모는 올 8월까지 총 2조1천583억 원에 달했다. 세부적인 수익률을 보면, 국내채권과 해외채권에서 각각 3.44%와 4.76%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에서 각각 -20.68%와 -16.70% 손실을 입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데 대해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및 국내 주식 시장의 동반 하락이 기금운용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연금뿐 아니라 해외 연기금들도 세계적인 주가하락의 영향으로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보고되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주식투자 비중 허용범위 내에서 축소"

복지부는 향후 전망과 관련해 "향후에도 미국의 금융불안, 국제 유동성 위축, 부실 금융기관 추가 파산 위험,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기금운용 수익률을 -4.52%에서 5.80% 사이로 전망했다.

이어 복지부는 "국민연금은 기금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주식투자 비중을 허용범위 내에서 축소하는 대신 대체투자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 확대의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올해 주식 투자 비중 조정 방침을 밝히면서도 "올해 8월까지 주식부문의 수익률이 상당히 저조했지만, 1988년부터 2008년 8월까지 주식부문의 수익률은 9.88%로서 채권부문(5.32%) 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대한 정부의 '열망'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주식투자 비중의 허용범위는 국내주식의 경우 국내주식 17%±5%, 해외주식 6.8%±1.5%로 이 자체로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게다가 지난 6월 취임한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직접 나서 2012년 까지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 발표대로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 축소 방침을 계속 고수할 지는 미지수다.

주식투자로 2조 날린 국민연금, 복지투자는 고작 1천8백억

이날 발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와 메릴린치, 패니매 등에 투자했다 입은 손실 금액은 총 1천236억 원 규모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이 리먼, 메릴린치, AIG에 투자한 총금액은 약 1억8천만 달러(약 2천45억 원), 9월 17일 현재 약 4천2백만 달러(약 481억1천만 원)의 평가손실, 약 6천600만 달러(약 754억9천만 원) 실현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투자한 총금액은 약 2억2천만 달러(약 2천500억 원)이며, 채권가치 상승으로 9월 17일 현재 약 550만 달러(약 63억2천만 원) 평가이익, 약 3천900만 달러(약439억 원) 실현손실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연기금의 규모는 시가기준으로 총 228조4천9억 원에 달하고, 정부는 이중 주식과 채권 등 금융부문에 99.7%(227조7천843억)를 투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연기금의 전체 투자 중 복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0.1%(1천856억)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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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 국민연금 , 복지부 , 리먼 브라더스 , 메릴린치 , 박해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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