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권리', 법은 있으나 마나
"뉴타운 사업을 할 때 세입자들에게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 입주권 모두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구청과 재개발조합은 세입자 보상과 관련해 제대로 홍보한 적도 없고, 나중에 알고 문제제기 했지만 조합은 '줄 수 없다'고 버티더군요"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거주하는 세입자 이 모 씨는 현재 "법에 명시된 대로 세입자 주거권을 보장하라"며 성동구청과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수개월 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씨의 경우처럼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법에 명시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뉴타운 지역 세입자들이 그동안 법에 있어도 받지 못했던 주거이전비 관련 집단 소송을 진행하기로 해 주목된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토지보상법) 등에 따르면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통계청 발표 도시근로자가구 가구원수별 월평균 가계지출비 4개월분 적용), 임대주택 입주권, 이사비용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재개발조합은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가이주단지 건설 등 임시주거 대책을 마련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세입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민홍보가 부족해 세입자들이 보상 정보를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재개발조합이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세입자들에게 숨기는 경우도 있다.
법원 "사업시행인가일 기준으로 주거이전비 지급하라"
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재개발조합은 관련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세입자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하려 한다. 특히 재개발조합의 이 같은 '횡포'를 지도해야 할 행정관청까지 '뒷짐'을 져버리면, 세입자들은 보상 한 푼 못 받고 꼼짝없이 쫓겨나는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일례로 서울 흑석6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그간 관련 법률을 '입맛대로' 해석해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을 거부해오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흑석6구역 조합은 세입자 박영자 씨가 전입하기 이전에 해당 지역이 재개발 사업구역으로 지정(정비구역지정)됐기 때문에 주거이전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버텼고, 최근 시점인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전입한 박 씨는 토지보상법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토지보상법은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보상기준 시점과 대상을 '정비구역지정 또는 사업시행인가 당시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로 정하고 있다. '또는' 이라고 명시하고 있듯 세입자가 둘 중 하나의 기준만 충족하면 보상 대상이 된다. 박영자 씨의 경우 해당 지역에 정비구역지정일 이후 전입했지만, 사업시행인가일 이전에 입주했기 때문에 토지보상법이 규정한 보상 대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조합과 해당 행정관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결국 소송까지 간 끝에 법원은 '재개발 여부가 불투명한 정비구역지정일이 아니라 사업시행인가일 기준으로 보상비를 지급하라'며 박영자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세입자들 "전국적으로 집단소송 확대하겠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서울 성동구 왕십리, 서대문구 가재울, 동대문구 휘경, 마포구 아현 지역 등 서울 지역 뉴타운 세입자들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던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이 되지 못해 재개발이 되더라도 아무런 주거대책이 없었던 세입자들이 주거이전비 집단 소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거이전비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정비구역지정일과 사업시행인가일을 놓고 해당구청과 서울시 등은 재개발조합에 유리한 정비구역지정일을 (주거이전비 지급 기준으로) 적용해왔다"며 "이러한 행정기관의 법 해석은 정비구역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일 사이에 입주한 세입자의 경우 주거이전비가 지급되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입자들은 "현재 서울 23곳의 재개발 사업 진행 지역 중 정비구역지정 발표 뒤 이사 온 세입자가 35만 명에 이른다"며 "현재 개발이 추진 중에 있는 서울 지역 뉴타운 재개발 지역 세입자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집단소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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