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죽거나, 쫓겨나거나, 갇혀 살거나"

이스라엘 고립장벽에 저항하는 국제행동 열려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사투', 말 그대로 죽음과 삶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삶이 곧 '감옥'인 사람들.

이스라엘 국가건설, 팔레스타인의 '대재앙'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을 빼앗아 국가건설을 한 1948년 5월 15일, 이 날을 팔레스타인인들은 '나크바(대재앙)'라 부른다. 당시 이스라엘은 531개 이상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고, 80만 명을 추방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도 가운데 78퍼센트를 장악했고, 나머지 22퍼센트만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남겨졌다.

국제사회도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외면했다. 미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탄생을 인정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대규모 운동이 펼쳐졌다. 그리고 2000년 9월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시 한번 항쟁을 시작한다. 2차 ‘'인티파타'다. '인티파타'는 '항쟁, 봉기'라는 뜻의 아랍어다.

  이스라엘이 고립장벽을 건설하면서 그 나마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은 조각이 났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그러나 여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은 가혹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누르기 위해 2002년부터고립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물길과 농토는 갈라지고, 마을은 쪼개졌다

장벽은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과 집 사이, 사람들이 오가는 시장 사이사이를, 올리브 나무가 무성했던 곳을 가리지 않고 지나갔다. 그렇게 고립장벽은 물길과 농토를 갈랐고, 마을과 마을을 쪼갰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칼킬리야 지역 장벽 건설 전과 후. 하얀 띠가 보인다. 칼킬리야 지역에서 나갈 수 있는 출입구는 단 한 곳이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높이 8미터의 콘크리트와 철조망으로 이루어진 장벽. 이 장벽이 완성되면 1967년 6월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땅이 또 다시 이스라엘로 합병된다. '내쫓던가' 아니면 '가두던가' 이것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해법이다.

현재 완성된 장벽은 총 길이 723킬로미터 중 409킬로미터다. 건설 중에 있는 장벽은 66킬로미터고, 248킬로미터는 건설 예정에 있다.

장벽의 형태는 다양하다. 깔낄리야, 툴카렘, 동예루살렘 등에 건설중인 콘크리트 장벽은 높이가 약 8미터로 배를린 장벽의 두 배 높이다. 장벽 앞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감시초소가 있고, 30-100미터에 이르는 전기 철조망의 '완충지대'와 카메라, 감시장치, 군 순찰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 밖의 지역에는 겹겹이 쳐진 철조망, 군 순찰로, 발자국용 모래길, 참호 감시카메라로 구성된 약 3미터 높이의 전기 철조망으로 이뤄진 장벽도 있다.

  장벽이 건설되기전 이곳 나즈라트 이사는 사람들이 활기차게 일하는 시장이었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003년 1월 불도저가 밀고 들어왔고, 2003년 8월 두 번째 작전이 시작되면서 120여 채의 가게가 부서졌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나즈라트 이사 시장에 건설된 고립장벽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장벽 곳곳에는 '출입구'가 있지만 장벽 넘어 농지로 건너가는 일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농사짓지 않는 땅은 국가 소유가 된다'는 규정을 내세워 땅을 빼앗는다. 장벽은 또 우물과 지하수가 흐르는 길을 따라 건설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물 마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상황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두려움은 비단 고립장벽 건설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를 비롯한 인권,사회 단체들은 2000년 9월 29일부터 2008년 8월 27일까지 약 4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3천 8백여명이 이스라엘군의 공격 등으로 사망했다고 집계하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22퍼센트는 18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저항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국제 사회, 인권, 평화 단체들은 2003년부터 "야만적인" 이스라엘의 고립장벽 건설에 맞서 '고립장벽 건설반대 국제 공동행동주간'을 진행해 왔다. 올 해는 11월 9일에서 16일까지 아르헨티나, 프랑스, 호주, 미국 등 세계 17개국과 제닌, 나블러스, 칼킬리아 등 팔레스타인 11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포함해 선전전과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