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구속은 네티즌 구속이다

[토론회]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

1월 15일, 결국 법원은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이는 '허위사실 유포'라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현재 구속되었있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한 '영웅'(?)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지난 해 촛불 시위를 이유로,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을 이유로 수많은 미네르바가 이미 발생한 바 있다. 미래 언젠가는 내가 미네르바가 될 지 모른다.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결국 우리가 모두 미네르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를 얽어매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면, 지금이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기 시작한 때일지도 모른다. 1월 15일, 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개최된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 토론회에서는 미네르바 사건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조명되었다.

[출처: 최문순 의원 블로그]

이날 발제를 맡은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이번 사건이 "세계 최악의, 소비자/이용자 적대적인 인터넷 이용자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네티즌이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사건의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리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의 요구에 의해,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해, 방송통심심의위원회에 의해서, 그리고 직접 경찰과 검찰에 의해서' 등 전방위적 차원에서 이용자들의 표현행위는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응휘 이사는 이러한 최악의 법제도적 환경이 이 토론회를 주최한 최문순 의원이 속해있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이었던 시절에 마련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7대 악법'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이 과거 자신들이 만들었던 '악법'들에 대해 먼저 반성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민주당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토론자로 나선 진중권 교수(중앙대)의 말대로 "미네르바는 영웅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닌, 단지 블로거(네티즌)일 뿐"이다. 그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구속된다면, 누구나 구속될 수 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자신의 신분을 속인 사기꾼 아니냐고? 인터넷에서 '짜집기'한 글 쪼가리를 가지고, 마치 전문가인 양 행세하지 않았냐고? 구속된 미네르바와 그를 찬양해왔던 네티즌들에게 이렇게 비아냥대는 정부와 보수언론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그들은 디지털 마인드가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현실의 무대리가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추종자를 가진 영주가 될 수 있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잠재력을 온라인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myself'는 'myselves'가 된다. 복수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인터넷이다." 짜집기? " 온라인에서 글은 언제나 복제, 수정, 편집 가능한 것이다. 이제 독창성은 '요소'가 아니라 '배치'다. 이것이 '디지털 리터러시'다. 미네르바는 오히려 탁월한 리터러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미네르바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공문을 전송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은 사실 아닌가? 검찰에서 체포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도 12월 29일 쓰여진 이 글이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정평)는 검찰의 구속이 '비겁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구속 사유인 글은 12월 29일 쓰여진 글 한편인 반면,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렸다는 등 구속의 이유는 그 이전에 쓰여진 수백편의 글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네르바 구속 이후 검찰이 한 일은 구속된 미네르바가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밖에 없는데, 이는 체포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경신 교수와 김보라미 변호사는 '허위사실 유포죄'의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미네르바에 적용된 법조항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의 1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다.

박경신 교수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라고 한다. 1990년대 유엔인권위원회는 튀니지, 모리셔스, 아르메니아, 우루과이, 카메룬 등이 가지고 있는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폐지를 권고했다. 2000년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허위사실유포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하였다. 2000년에는 짐바브웨 대법원도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면, 왜 허위사실유포에 대한 형사처벌이 문제일까?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문제아닌가? 이에 대해 박경신 교수는 "진실이 무엇이고, 허위가 무엇인지 누가 결정하는가? 지동설도 처음에는 허위사실로 간주되었고, 이로 인해 처벌받은 사람들도 있다. 황우석 사건 당시에도 줄기세포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심한 공격이 이루어졌다. 허위로 간주되던 것들이 이후에 진실로 밝혀진 사례들이 많다. 모호한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한다. 물론 허위 사실에 의한 타인의 명예훼손, 허위로 인한 사기, 허위의 상표를 부착하는 상표권 침해행위 등 국가의 자의가 개입할 수 없는, 권리 침해가 있는 경우, 혹은 부당 이득이 있을 경우에는 형사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막연하게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김보라미 변호사도 196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뉴욕타임즈 vs 설리번' 사례에서 '현실적 악의가 없는 한, 자유로운 논쟁에서 잘못된 언급은 불가피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인용하며, 언론출판의 자유가 명예훼손 등에 의해 제약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무엇이 허위사실인지는 전문가들 조차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은 쥐새끼'는 허위사실인가, 아닌가? 사실과 의견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고, 사실을 얘기할 때 화자에 의해 가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들인 검사와 판사간에 판단이 달랐던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에 대한 처벌이 정치, 정책을 비판하는 수단으로 동원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사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83년, 전두환 정부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시의 '전기통신설비'라고 해봐야 전화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사적 통신'을 목적으로 하는 전화를 통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한다? 사적 통신을 통해 어떻게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적발한다는 것인가? 이 법 조항이 만들어진 취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하였으나, 명시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이렇게 추측할 수는 있다. 83년은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직후이다. 이를 폭력진압한 군사독재 정부는 사람들이 광주민주화항쟁의 진실에 대해 전화를 통해 전파하는 것을 통제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당시는 통신비밀에 대한 개념 조차 없던 시기였음을 이해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그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법무장관 등 정부 주요기관장들이 부산의 한 음식점에 모여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한다는 모의를 한 것이 야당 후보 측의 도청에 의해 언론에 공개된 사건이다) 이후 1993년 제정되었던 것이다.

앞서 얘기했든 미네르바의 구속은 미네르바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누구든지 미네르바처럼 구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미네르바의 구속이 그 한사람의 입에만 재갈을 물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에도 재갈을 물리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지난 해부터 인터넷 여론에 대한 수사기관의 방식이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우병 괴담,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에 대한 검, 경의 과도한 수사는 그것이 실제 기소로 이어졌는지와 상관없이, 그리고 판결이 어떻게 나는가와 상관없이, 수사를 하겠다는 엄포만으로도 충분한 위축 효과를 발휘했다. 미네르바 구속 이후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글을 삭제하고 있지 않은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수사 이후에도 광고 목록 게시물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여경 활동가는 "98년 당시 인터넷 검열 제도였던 전기통신사업법에 위헌소송을 제기할 당시의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명제로 운영되었던 PC통신 상에서 네티즌들이 글을 쓰면서 '이것은 퍼온 글입니다.' 혹은 '이것은 빌린 아이디입니다.'라고 쓰는 분위기 였다는 것이다. 2002년 위헌 판결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없어졌는데, 다시 당시의 분위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토론자인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는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였다. 미네르바가 외환 시장을 교란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검찰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비판한 진중권 교수의 말을 받아, 정부가 던져준 몇 가지 사실을 가지고 소설을 만들고 있는 것은 언론이라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학력 등을 부각시키며, 그를 사기꾼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것. 정연우 대표는 "사회의 의제설정 능력을 인터넷에 빼앗기자, 인터넷은 믿지 못할 것이라고 공격하면서 다시 의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하였다.

토론회 직후, 법원은 미네르바의 구속을 확정지었다. 한편, 구속된 미네르바가 진짜 미네르바인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진짜' 미네르바라는 규정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이미 수많은 네티즌들이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작성된 게시물이 수십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 최악의 인터넷 환경'이 계속되는 한, 진짜 미네르바가 누구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