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희생자 유가족들이 시신 인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검찰과 국과수의 발표 내용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오늘(23일) 오후 4시 40분부터 순천향병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신 훼손 등 유가족의 동의없이 부검을 진행한 데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이같은 시신 부검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검찰의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 은폐 의혹.. 고 이성수.윤용헌 씨 등 화재사 납득 어려워
고 이상현 씨의 딸 이현선 씨는 “비닐장갑과 면장갑을 끼고 있던 데다 물대포가 쏜 물이 장갑속에 들어가 지문이 보존돼 있었고, 기독교 신자인 아버지가 끼고 다니던 십자가로 된 반지가 있었다”며, ‘시신을 알아볼 수 없어 부검을 했다’고 밝힌 검찰의 입장을 반박했다.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경찰이) 부검도 모자라 DNA 검사를 해야만 (신원을) 알 수 있다고 했다”고 전하고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시신이 훼손됐는데 패스포드가 그을지 않은 상태였고 허리벨트도 반이 타지 않은 상태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고 윤용헌 씨 부인 유영숙 씨도 “처참하고 까맣게 불태워져 있었으나 30년을 같이 산 나는 키가 작은 남편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이 남편은 살아서 말까지 했다고 증언했는데 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태워져 있어야 하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유영숙 씨는 “국가에서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모든 것을 감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4층 망루에서 떨어져 부상당해 순천향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000 씨는 “이성수 씨가 망루에서 떨어졌을 때 내 다리 위로 떨어졌고 몸이 가벼운 분이라 멀쩡한 상태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상자는 또한 “윤용헌 씨는 망루에서 맨 나중에 떨어졌는데, 나한테 ‘00야 일어나 병원 가야 돼, 일어나’라고 말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이 부상자는 “이성수 씨와 윤용헌 씨가 4층 옥상 벽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데 멀쩡하게 살아있던 사람이 어떻게 불에 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고 이성수 씨와 고 윤용헌 씨가 옥상에서 계단 쪽을 향했다면 불에 타지 않고 내려갔을 수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한데, 이 경우 화재사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 의혹이 제기된다.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도 “남편은 금니가 있어 그걸로도 알아볼 수 있는데 가족 동의 없이 부검한 이유가 뭔지, 또 지문으로 확인했다고 해 놓고서 부검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말하고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덕 씨는 “남편이 죽기 전에 텔레비전으로 중계과정을 봤다. 방송을 통해 본 남편은 분명 살아 있었다. 그런데 불에 타서 죽었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는 “아직 시신을 확인하지 못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 “유가족이 인정하는 전문인과 재부검 해야”
유가족들은 검찰 수사 결과와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유가족이 인정한 전문인과 유가족이 함께 들어간 상태에서 (재부검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용역직원들이 평소 주민에게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용산경찰서에 가면 우리가 참다못해 고소한 자료들이 다 있다”며 기자들에게 취재를 요청했다.
유가족들은 향후 대응과 관련 “다섯 가족이 함께 대응할 것”이며 “범대위에 모든 것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정부에게 “폭력이 사라지길 바란다. 가난한 사람 편에 서 달라”고 말하고 “우리도 세금을 내는데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일하는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죽기까지 했다.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 편에 서서 한 번만 다시 생각하는 정부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