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방면에서부터 전경버스를 몰고 온 경찰은 인도를 통해 전경들을 투입했으나, 행렬이 다시 동교동로터리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이 곳에서 충돌은 없었다.
행진을 벌이며 이동해 온 시민들은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도착해 함성을 지르며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대로변 방향으로 서서히 걸어 나갔다. 밤 11시께 전경들이 동교동 쪽과 홍대입구역 쪽 양방향에서 진입해 오면서 시민들은 다시 홍대 정문으로 천천히 물러서다 11시 20분께 자진 해산했다.
범대위는 설 연휴 기간에도 사고 현장 앞 농성장을 지키며 매일 촛불 추모집회를 갖는다. 오는 31일에는 대규모로 2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모대회 기습 도로 점거, 신촌 방향 행진
[23일 22:00] 서울역 경찰 봉쇄, 천여 명 거리로
범국민추모대회를 마친 참가자들 중 사고 현장인 용산 방향으로 행진하려던 유가족 등 일부는 인도 행진을 경찰이 막아서는 통에 서울역 부근에서 막혔다.
반대편인 서부역에선 학생, 네티즌, 사회단체 활동가 등 천여 명이 시청 방향 도로 편도 전 차선을 기습 점거하고 달려나왔다. 서울역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물러선 대오는 한국경제신문사 부근 고가도로에서 서부역에서 거리로 진출한 이들과 합류했다.
한때 염천교 부근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이들을 막는 경찰간 마찰이 있었으나 오후 10시 현재 충정로로터리에서 북아현동으로 우회해 "독재타도 명박퇴진"을 외치며 신촌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의 마찰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 용산 참사 현장으로 가는 길을 전경들이 막아서자 유가족들이 비키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정원 기자 |
▲ 전경들이 행진하는 시민들을 막으려 달려들고 있다./ 이정원 기자 |
[1신]“우리는 정부에게 버림받았다”
[살인진압] 여기 사람이 있다 - 범국민추모대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이 있은지 4일째인 23일, '이명박 정권 퇴진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추모대회 - 여기 사람이 있다'가 오후 7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혹한의 날씨에도 2천5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역 광장은 범국민추모대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고 역 건물 계단에도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잡았다.
설 연휴를 맞아 귀향길에 나선 시민들은 학생들이 나누어 주는 유인물을 받아들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추모대회를 지켜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경찰은 40여 개 중대를 동원해 서울역 주변에 배치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통제해 설을 앞둔 서울역 부근에 큰 교통 혼잡을 초래하고 있다. 고인들의 유족이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했을 당시 경찰이 한때 유족들까지 막아서 참가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정원 기자 |
▲ "우리는 정부에게 버림받았다, 좋아서 옥상에 올라갔겠나"/ 이정원 기자 |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제대로 밝혀진 사인도 없으면서 정권이 철거민을 마녀사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공, 6공 때는 하다못해 부검만이라도 유가족들의 동의를 었었다. 이명박 정권은 5공, 6공만도 못한 정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이상윤 씨는 "부검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불에 타죽었다는 것보다 불에 타죽기 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내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부검은)반인륜적이고 비상식적인 처사이며 사망원인에 대한 의혹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우리는 정부에게 버림받았다"고 말했다. "심장이 멈출 것 같다"는 그이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참혹한 사건으로 사람이 죽었다. 머리 속이 새카맣게 되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누가 좋아서 옥상에 올라갔겠나. 하루 세 끼 밥먹고 살려고 올라간 건데 왜 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이리 가혹한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서울역사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설 귀향길에 오르는 시민들을 향해 "독재타도 명박퇴진"을 외치며 선전전을 하고 있다./ 이정원 기자 |
▲ "언론이 언제 우리에게 관심을 가졌나" 철거민의 울분/ 이정원 기자 |
권명숙 씨는 "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 달라. 기자들도 이전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람이 없도록 정부가 사과하고 책임자가 구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9시 10분경 범국민추모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사고 현장인 용산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맨 앞에 섰다. 경찰이 전경버스로 도로와의 경계를 완전히 차단해 놓아 참가자들은 인도를 이용해 숙명여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