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삶을 끊어준 사람"

고 박종태씨를 기억하는 조합원들

"우리의 삶 속에서 투쟁이란 단어는 원래 없었다. 우린 아침잠 더 자겠다고 아침 굶고, 하나라도 빨리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점심 한끼 굶는 생활을 해온 사람이다. 이런 삶이 노예의 삶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박종태 지회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7일 저녁 7시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4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고 박종태 씨가 노조탄압 분쇄를 외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5일째. 동료들은 7일 저녁 7시께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고 박종태씨를 기리는 4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성창길 화물연대 택배지부 조합원은 무대에 오르며 자신은 박수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니 자기 말이 끝나도 박수조차 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성창길 조합원은 "그를 만나고 우리가 노예로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알았다. 박종태 열사는 우리가 다칠까 걱정하고 한사람이라도 낙오자가 생길까 가슴 졸이고 늘 우릴 다독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경찰에게 쫓기는 사람이 됐고 우리에게 해가 될까봐 우리에게 합류하지 않았고 죽음을 선택했던 그 자리에서 늘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이젠 내가, 우리가 박종태다. 내 마음이 나약하고 내 육신이 약할지라도 온몸을 다해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화물연대 택배분회 조합원
고 박종태씨 추모 촛불집회는 화물연대 택배분회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과 대전 촛불 시민들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정기진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직국장은 "박종태 열사는 이 앞에 보이는 야산에서 우리가 공권력에 대한통운 자본에 한발 한발 밀릴 때마다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아파했을 것이다. 천금과 같은 친구의 모습으로 늘 우릴 지켜줬으니 아마 지금도 함께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모발언이 이어졌다.

김현수 민주노총 대전본부 부본부장은 "아무리 이명박 정권이 노조를 탄압하고 민주노조 말살하려고 해도 열사의 염원을 산자의 책임으로 이 투쟁 사수하자. 열사의 소원 담아 더이상 자책하지 말고 물러서지 말고 악덕자본을 퇴출시키자"고 말했다.

화물연대 택배분회는 지난 1월 대한통운 광주지사와 운송료 30원 인상에 합의했다. 그러나 대한통운 본사는 운송료 40원 일괄 인하 방침을 내려보냈다. 광주지사는 협상을 파기했고 광주지사 아래 영업소를 설치해 택배기사의 고용을 영업소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곤 며칠 뒤 78명의 택배노동자들을 무더기 해고했다. 그것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이날 집회에서는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탄압 분쇄" 등의 구호가 많이 나왔다.


정기진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직국장은 "대한통운 사측은 운송료 30원 인상 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영업소를 세우는 등 구조조정 단행하려 한다. 영업소 세우면 78명의 노동자들이 서로 흩어지고 영업소에 수수료를 바쳐야 한다. 이 투쟁은 운송료 싸움이 아니라 대한통운 자본의 화물연대 조직 깨기와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박종태 열사는 이를 직시했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한판 싸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물러서지 않기 위해 이런 결단을 한 것, 물러서는 자는 깨지게 되어 있다. 열사 염원대로 끝까지 투쟁해서 열사의 염원을 우리가 실현하자"

이날 참가자 맨 앞줄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이 촛불을 들고 촛불집회에 함께 했다. 법동에 살고 있다고 밝힌 이 초등학생들은 포탈에서 뉴스를 보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둘 다 초등학교 6학년인 장모, 문모 학생은 "돌아가신 아저씨가 너무 억울하고 힘이 들어서 죽은 것 같아요. 그 생각을 하니 너무 불쌍해요. 그래서 여기 함께 하려고 친구들과 같이 왔어요"라고 말했다.

이오식 운수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박종태 열사는 생전에 유서에도 나와있던 것처럼 스스로를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호칭했다. 난 그가 '민들레처럼'(민중가요)를 좋아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어느 자리에선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그 노래라고 하더라. 그를 위해 제가 그 노래를 부르고 싶다. 동지들도 함께 불러달라"고 말하고는 노래를 시작했다.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고 박종태 씨가 유명을 달리했던 그 곳에는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집회참가자들은 하나가 되어 '민들레처럼'을 불렀고 자리는 숙연해졌다. 노래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고 박종태씨가 자결한 야산을 향해 "열사의 염원이다. 노조탄압 분쇄하자, 현장으로 돌아가자"라고 구호와 함성을 외쳤다.

지금 고 박종태 씨가 운명을 달리했던 그 곳에는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원직복직 쟁취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가칭)'는 오는 9일 오후 2시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대전 중앙병원 앞과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는 아침 9시 약식집회와 저녁 7시 촛불집회가 매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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