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20일차 넘어 공장을 떠났어요”

[미디어충청] 쌍용차, 살아남은 자의 슬픔

쌍용차 정문은 이산가족 상봉의 장이다. 피가 섞인 가족뿐만 아니라 10년 이상을 함께 일하며 한 솥밥 먹은 동료도 만날 수 없다.

6일 저녁 쌍용차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동료를 찾았지만 정문과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대화만 나눴다. 이들은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 정문과 바리케이드에 올라가 팔꿈치를 걸쳤다. 소위 말하는 ‘산 자’들이다.


5명의 ‘산 자’들은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죽은 자’인 동료가 부친상을 당해 경남 김해로 내려가 조문했다. 이들은 장지까지 따라갔다 집으로 가지 않고 공장에서 파업 투쟁을 벌이는 동료들이 보고 싶어 평택공장으로 바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죽은 자’들은 평택공장에 갇혀 문상조차 가지 못했고, 희망퇴직이든 해고 통보 제외자든 살아남은 자들 100여명만 문상을 갔다.

경찰의 ‘방조’하에 쌍용차 사측, 용역들이 공장진입을 한 뒤 ‘산 자’들은 마치 회사편인 듯 보인다. 사측은 쌍용차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목숨을 잃거나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찰병력을 평택공장에 투입하라고 주장하며, '죽은 자'들에게 또 죽으라고 말한다. 쌍용차 임직원을 포함해 살아남은 자 4,500여명, 협력업체 2만 명이 살아야 한다며 ‘함께 살자’고 파업을 벌이는 900명은 죽으라고 한다. 그러나 노조는 상하이차의 ‘먹튀행각’이 규명되어야 하며 공적자금 투입으로 쌍용차를 회생하는 길이 살아남은 자와 협력업체들이 ‘사는 길’이라고 말한다. 인간,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의 목숨보다 이윤이 먼저인 자본의 속성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자신의 삶의 안위를 위해서는 한 솥밥 먹은 동료에게 경찰병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산 자’들도 소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정비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5명의 ‘산 자’들은 기자가 다가오자 경계했다.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그렇단다. 유독 노동자 A씨가 자신은 인터넷에 얼굴 사진 나가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회사에서 이미 몇 차례 경고장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가 작업복 잠바 주머니에서 사측이 보낸 경고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6월30일자로 보낸 경고장에는 ‘6월15일부터 직무수행 거부로 팀장 명의 경고장을 3회 발부하였으나 계속적인 직무수행 거부로 인해 대 고객 서비스업무 및 인력운영상의 관리에 지장을 초래케 함은 물론 동료직원들에게도 불만발생요인 및 불신들을 조장’하였다고 적혀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사측이 6월 26~27일 용역을 대동해 무장하고 무리하게 공장진입을 할 당시 참석하지 않은 노동자들이었다.

“나는 쌍용차 직원인데 경찰이 공장안에 못 들어가게 한다는 게 불합리하죠. 제 얼굴요? 언론에 나가도 돼요. 이미 회사에서 경고장 많이 받았는데 뭐. 직원들이 모두 결의대회에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소신 있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발적으로 결의대회에 나가는 게 아니에요. 문자, 경고장 증 갖은 협박들이 많아요. 공장진입한다고 할 때 평택공설운동장에서 아침8시에 모여 간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날 참석하지 않으려고 다 월차 썼어요. 지금 정비서비스센터를 분사한다고 하는데, 체어맨쪽에 분사가 시행되기 전에 임시로 거기서 일하라고 했어요. 분사자체가 부당한건데 거기에다 경고장까지 받고 있죠.”


노동자 B씨도 입을 열었다. 그는 공장 울타리 밖에서 동료들을 만나니까 마음이 아프다며 ‘이게 현실인가?’하고 되묻게 된다고 했다. 공장진입할 당시 참여하지 않았다며 사측의 “하수인”이 되어 움직이는 조합원을 볼 때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사측의 분사시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쌍용차 사측은 정리해고와 동시에 분사를 시행했으며, 지난달 26일 최종안을 낼 때도 분사시행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와 더불어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는 분사시행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평택공장은 직장폐쇄 했는데 정비는 정상근무 해요. 노사간 합의도 안됐는데 차량수리를 해야 한다며 일을 시키죠. 그러니 일이 되겠어요? 그리고 절반이 해고된 상태이니까 일이 더 안돌아가죠. 공장진입할 때 안 가고 하니까 근무태만이라고 경고장을 남발하죠. ‘하지 마라’고 해도 해요. 사실 산 자들도 회사에서 관리자들과 싸워요. 노조가 처음에 생존권을 말하며 전체 직원이 살기 위한 안을 제시했어도 공동관리인들은 터무니없이 단 한 명이라도 꽉 채워서 해고한다고 하죠. 그 사람들 말이 ‘법’인양 말이죠.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을 지금까지 했어요. 사실 구조조정 끝나면 공동관리인들은 회사 나갈 사람들이예요. 사측이 조합원들을 지그들끼리 싸우는 과정을 만드는 거죠. 밖에서 뉴스 보면 저게 뭐하는 모습인지… 마음이 안 좋아요.”

“지게차 동영상요? 저라도 싸울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회사가 왜 조합원들끼리 싸우게 하나요?’하고 묻자 그는 한 마디로 회사가 ‘협박’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산 자’들이 회사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이유가 회사의 ‘협박’이란다. 형사고발, 손해배상, 가압류, 무단결근처리로 인한 징계해고, 경찰병력투입설… 파업참가자들이 지게차로 용역, 직원들을 밀었다고 주장하며 언론에 배포된 동영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제가 파업에 참가하고 있었다면, 만약 해고 대상자였다면 저도 싸울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도장반으로 막 진입하는데. 더욱이 파업이 50일 가까이 되는데 그 동안 공장안에서 마음의 각오를 다졌을 것이고, 회사가 공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한꺼번에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안 싸울 사람이 있었겠어요.”

이에 대한 책임과 원망은 공동관리인에게로 향했다. 같이 사는 것이 답이라며, 그것이 순수한 의미로 회사를 회생시키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공동관리인들은 2,646명을 다 짜를 때까지 대량의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공동관리인이 2명인데 이유일은 외부 사람이었고, 박영태는 회사 임직원이었어요. 입사해서 계속 승진해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죠. 이유일은 구조조정 끝나면 회사 버리고 갈 사람이고, 박영태는 그래도 임직원이었는데 회사의 회생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1,700명이 희망퇴직해서 이미 회사를 나갔는데 계속 해고를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해고통보 받은 동료 부친상, “관리자들 하나도 안 왔답니다”

그는 파업 20일차가 넘어 평택공장을 떠났다. 사측에서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징계해고 한다는 사측의 ‘협박’에 못 이겨 나갔단다. 그 역시 피해자였다. 그리고 가족들도 눈에 밟혔다.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 그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아무튼 같이 못해 미안해요. 용기 잃지 말고, 건강 유지하고, 웃는 얼굴로 건강한 모습으로 지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인터뷰가 끝났지만 할 말이 더 있다면 기자를 불러 세웠다. 해고된 동료 부친상에 문상 가서 영결식까지 지켜보고 왔지만 사측 관리자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며 화를 냈다. 평소 같으면 대표이사 명의로 화환도 왔을 텐데 해고 통보 받았다고 매몰차게 몰아낸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이 말은 꼭 해야겠다며 한 마지막 말이 관리자들에게 쏟아낸 원성이었다. 5명의 ‘산 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동료조차 맘 놓고 만나지 못한 채 그렇게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