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현병철 교수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하며 곧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내정 이유는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보여준 조직능력이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줄 것"이라는 것.
▲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16일 청와대 앞에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내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가)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
그러나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가)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인권위원장 인선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인권감수성'을 무시하고 '조직 관리 능력'을 기준삼아 내정한 것은 청와대의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공동행동은 현병철 내정자의 이력 중 '인권'과 관계된 활동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인권감수성을 증명할 수 없는 인물을 임명하는 건 그동안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해 온 국가인권위를 정권의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 정부 인사' 우려했더니 '인권 비전문가'로 내정?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사실상 안경환 위원장을 내쫓은 셈"이라며 새 국가인권위원장에 친 정부 인사가 선임될 것을 우려해 왔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이번에 내정된 현병철 교수는 보수나 진보단체 어느 곳과도 관계한 적이 없는 정치색 없는 인물. 그러다 보니 '인권 비전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병철 내정자 본인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정 소식을 듣고 "멍했다. 전혀 뜻밖이다"고 말했다. 또 "(승락에 대해)약간 머뭇했다"며 "'내 전공이 헌법이면 좋았을 텐데 민법 전공이다'고 말했다. 인권과 관련해선 헌법학자들이 많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병철 내정자는 "우선 너무 이쪽(인권위 업무)에 대해서 모른다. 인권위 또는 인권 현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시인했다.
공동행동은 현병철 내정자를 향해 "본인이 과연 국가인권위원장 자리에 어울리는지 숙고하길 바란다"며 "만약 본인이 이에 합당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국가인권위원장 자리를 사양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야권 반발..."이명박 정부는 왜 그리 인권을 싫어하나?"
한편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제 2의 천성관 사태"라고 이번 인사를 혹평했다. 이어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전문지식도 경력도 없는 사람을 졸속 내정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유야무야 무력화시키고 정권의 발 밑에 두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너무나 가벼운 국가인권위원장 인사"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의 눈엣가시로 집중 견제를 당해 식물위원회를 만들더니 경험이 전무해 인권 지향성도 확인되지 않은 인사를 막중한 자리에 임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왜 그렇게 인권을 싫어하나"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