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특공대원들도 "발화원인 화염병은 추측진술"

1제대장 진술조서 번복 “안 본 부분도 봤다는 식으로 써서”

용산 철거민 망루 진압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도 망루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화염병을 보지는 못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는 24일 용산 철거민 고공 망루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사건의 심리를 당시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을 증인으로 불러 열었다.

재판에 검찰 쪽 증인으로 나온 특공대원 6명 모두 화재가 난 당시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부 발화원인으로 화염병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검찰에 화염병을 봤다고 진술한 대원들도 불똥 같을 것을 봤거나 시너 냄새가 나 추측으로 화염병이라 진술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 특공대원 '적개심 때문에'... 진술 내용 번복하기도

이날 심리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특공대 진압작전의 문제와 발화원인을 투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증인으로 나온 특공대 1제대 소속 안 모 대원은 "망루 안에 진입하고 나서 화염병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며 "발화가 어디서 시작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같은 1제대 권 모 대원은 "불길은 봤지만 화염병은 못 봤다. 화재가 어떻게 났는지 모른다. 시너 냄새가 나서 그냥 화염병으로 추측했다"고 밝혔다. 1월 20일 경찰특공대 1제대는 컨테이너를 타고 망루에 진입해 농성자들을 검거하는 임무였다.

최 모 1제대 팀장은 "한 개의 불빛을 보고 화염병이라 진술했으나 지금 생각하면 불빛이 맞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1제대를 지원해 불이 나던 2차 진입에 함께 한 이 모 5제대 대원도 처음엔 화염병이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제 발 옆에 떨어진 화염병의 불이 그렇게 크게 번지진 않았다. 왜 불이 크게 번진지는 모르겠다. 발 옆에 떨어진 불이 원인이라고 확언을 못 드린다"고 증언했다. 그는 '불이 왜났는지 봤느냐?'는 질문에 "짐작했다"고 답하고, 큰불의 발화지점이 어디서 시작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신 모 특공대 1제대장도 "화염병을 던졌기 때문에 불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성자가 시너를 부었다고 입력돼 있어 머릿속에 정리된 것을 가상해서 진술했다. 본 것이 아닌 생각이다"라면서 "정확히 본 부분을 진술했어야 하는데 직원 장례식도 있고 해서 안 본 부분도 봤다는 식으로 썼다"고 진술조서를 번복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신 모 제대장은 "지금 생각해 보니 열풍이 밀려들어와서 넘어졌고 주변이 불바다가 됐다. 피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안에서 (불길이)일었는지 밖인지 모르고 추측하고 살을 붙여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모 2제대 소속 팀장도 '화염병이 떨어졌다'고 진술했다가 '물방울 같은 불똥이 떨어졌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 팀장은 '다 죽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다 죽어'라는 단어에 대해 느낀 의미에 대해서도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처음엔 '다 죽으라‘는 의미로 얘기했다가 ’다 죽으니 피하라는 뜻‘이라고 바꿨다. 그는 "그때 그렇게 느꼈다고 한 건 적개심을 느껴서 그랬다. 대원들이 우당탕 나오는 상황에서 들었는데 지금은 다 피하라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들었다.

한편, 재판의 증언과 증거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장검증은 증인심문 일정 등을 고려해 다음 달 12일 오전에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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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nseksrmrqhr

    정답-1철거대원들이 알고있으며...2-망루가 알고 있으며...3-진압대원이 알고 있으며....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다.

  • 발화원인

    경찰 특공대가 진압을 시작할때 섬광탄을 사용했다면 발화원인은 섬광탄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롯데호텔 노조원들이 섬광탄에 화상을 입고난 후 재판과정에서 경찰특공대가 사용하는 섬광탄이 화재를 불러일으킬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배상을 받았죠. 용산 사건기록을 보면서 섬광탄 얘기가 안나오는 것이 이상한테 참세상에서는 다시 취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섬광탄에 대해서 잘 몰라서 눈앞에서 보고도 그게 무엇이였는지 정확하게 설명 못한다오.

  • 발화원인

    (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롯데호텔 노조는 14일 지난달 29일 새벽 경찰의 노조 농성진압과 관련, 이무영경찰청장, 강영규남대문경찰서장, 당시 진압부대장 등을 살인미수, 독직폭행 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이 노조는 또 최선정 노동부장관에 대해서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는 노조원 871명 명의로 낸 고소장에서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과정은 명백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행위"라며 "밀폐된 공간인 호텔 36, 37층으로 연막탄과 섬광탄을 마구 쏘아 많은 노조원들이 화상 등을 입었고 섬광탄 불꽃이 커튼, 카펫에 옮겨 붙어 불이 났다면 인명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며 음주상태에서 진압작전을 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조합원 866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98.6%가 경찰의 진압당시 연기로 질식 위험을 느꼈다고 답했고, 99.8%가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었다고 답했다"고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에앞서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싸워나갈 것"이라며 "롯데호텔측도 사태의원만한 수습을 위해 구속 노조간부들의 고소 고발을 취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sgh@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