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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7년 된 교사가 결혼 7년 만에 어렵사리 임신을 했는데, 8개월 만에 사산을 한 일이 벌어졌어요. 유산 끼가 있어 쉬려고 했는데, 만삭이 되도록 계속 수업을 강제한 거예요. 수업을 해라, 해라, 강제로 시킨 거예요. 정말 딴 걸 떠나서 상식적으로, 인간적으로 지국장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지국장이 가서 수업을 하더라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사산, 유산하는 교사들이 비일비재해요. 유산 끼가 있어서 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회사에 먹히지도 않아요. 워낙 많으니. -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12년차 유명자 씨
‘모성보호’라는 단어를 찾을 수조차 없었던 학습지 선생들은 만삭의 몸으로 수업을 하다 유산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학습지 회사의 손실을 강제로 떠안아야 했던 학습지 선생들은 카드 대출을 돌려막다 못해 사채까지 써야 했으며, 결국은 빚더미에 파묻혀야 했습니다.
1999년 11월, 딱 10년 전입니다. ‘재능교육’이라는 학습지 회사에서 일하던 선생 9명이 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위탁계약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맨 처음으로 만든 노동조합이기도 합니다. 순식간에 1천명의 조합원이 모여들었고, 한 달 뒤에는 2천명이 넘는 재능교육 선생들이 조합에 가입합니다.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선생들을 만날 때 이런 말들을 했어요. 나 혼자만 힘들고 나 혼자만 불만세력이고 나 혼자만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동료들을 만나면서 나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 재능교육 입사 12년 차 유명자 씨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합니다. 대부분이 아픔을 서로 확인할 수 있다, 나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생겨 좋다, 그리고 절망을 함께 이겨낼 벗이 있어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재능교육 교사들이 만든 노동조합은 재능교육을 뛰어넘어 13만 학습지 교사들의 고통의 눈물을 닦아주는 힘이 되었고, 절망의 일터를 희망의 일터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습니다. 2009년 11월 20일 오전 11시 30분, 재능교육 본사에서 150미터 가량 떨어진 혜화동 로터리에 학습지 선생들이 모였습니다. 재능교육 농성 700일을 맞아 집회가 열렸습니다. 3천명을 넘어 4천명에 가까웠던 조합원들은 이제 두 자리 수를 셀만큼 줄었습니다. 1천명이 서울역, 종묘, 명동성당을 휩쓸며 학습지 교사의 권리를 외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깃발은 모진 찬바람에 지칠 대로 지쳐 혜화동 로터리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집회장에는 두툼한 검정 외투를 입은 사람이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팔뚝질을 합니다. 1998년 11월, 그러니까 12년 전에 학습지 선생이 된 유명자 씨입니다. 유명자는 대학시절 취미 삼아 시작한 사진이 직업이 되어, 충무로에서 광고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학습지 선생이 되었습니다.
충무로에서 광고사진 하다가 돈 모아서 카메라 살려고, 아주 기본적인 카메라만 가지고 있어서, 렌즈 같은 것에 많이 욕심이 났죠. 제가 그때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고 있을 때거든요. 아는 후배가 먼저 재능교육에 들어와서 일하다가 제게 권했어요.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고 하니까, 일이년 열심히 해보려고 했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매력에 학습지 선생이 된 유명자는 근무 첫 달에 황당한 일을 겪게 됩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 가운데 세 명이 입사 첫 달에 학습지를 그만 두었고, 새로운 학생 한 명이 새로 가입을 하였습니다. 월말에 ‘-2’라고 서류에 적으려고 하자, 계장이 제로로 적으라고 합니다.
그만 둔 학생들은 이전에 지도하던 선생이 학부모에게 부탁을 해서 한 달 연장이 된 회원들이었다. “다음 달에 제가 그만두니까 이번 달까지만 학습지를 하시고 새 선생님이 오시면 그만 두세요.” 학부모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며 유명자에게 학습지를 그만두겠다고 하였습니다. 유명자는 “예,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섰습니다.
월말 마감을 하며 이런 사정을 계장에게 설명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계장은 밤 12 시가 넘도록 퇴근을 못하게 유명자를 사무실에 붙잡아 두고 “마이너스가 분명한데, 제로로” 서류에 기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회원 탈퇴한) 엄마가 나한테 학습지 그만둔다고 이야기 하니까 난 가서 서류에 탈퇴했다고 쓰면 되는구나, 그래서 “예, 알겠습니다” 했죠. 계장이라는 사람이 저를 마감하는 날 밤 12시가 넘어서까지도 집에 못 가도록 하며, 그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들라는 거예요. 제가 자필로 그 서류를 쓰래요. 내 손으로 그 마이너스를 지우게 하는데, 저는 솔직히 영업을 떠나서 수학적으로 이해가 안 됐어요. 왜 한 명이 새로 생겼고, 세 명이 그만 뒀는데 ‘영(0)’을 쓰라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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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교육의 독특한 수학 계산법은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드는 것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영업실적 강요로 그만 둔 회원에 대한 회비도 고스란히 학습지 교사의 월급에서 챙겨갔습니다. 만약 학습지 회비가 3만5천원이고 선생에게 1만 원의 급여가 주어진다고 하면, 회원이 탈퇴할 경우 선생은 급여에서 1만 원이 공제되는 것이 아니라 3만5천원이 나가게 됩니다. 회사는 손해 보는 것 없이 학습지 선생에게 손실이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만약에 두 명의 회비가 7만원이잖아요. 이 두 사람을 마이너스를 시키면 니 급여가 칠만 원이 깎이지 않냐. 근데 대신 니가 7만원을 대납하면 7만원에 대한 30%의 수수료가 너한테 급여로 나온다. 7만원을 니가 대신 납부하면 7만원 손해 볼 걸 급여로 수수료를 받으니 70% 밖에 손해를 안 본다.
재능교육의 수학은 맞는 듯하면서도 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그래서 도저히 계산기로 두들길 수 없는 수학 계산입니다. 7만원을 선생이 고스란히 손해 보는 것도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지만, 70%만을 손해 보려고 대납을 ‘강요’받을 때, 몇 달 뒤 선생은 정말 이익을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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