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청소원의 소박한 바람

[인터뷰] 인천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들 이야기

“똥 싸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니까 승강장 같은데다가.”

변기를 수세미로 박박 밀던 최명옥 씨는 이런 일은 일도 아니라는 듯 ‘별난 사람’들의 ‘별난 행위’의 말합니다. 인천에 사는 최명옥 씨는 올해 쉰셋입니다. 그의 일터는 인천터미널역.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 2개를 싸들고 일터에 들어서면 5시 50분. 부랴부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화장실입니다. 변기에는 누군가가 지난밤 쓴 소주에 시달린 속을 달래려고 한바탕 게워낸 흔적이 흥건합니다. 이곳이 인천터미널역에서 청소원으로 일하는 최명옥 씨의 밥줄입니다.

“남자 화장실은 굉장히 지저분해요. 그러고 남자 화장실 청소하러 들어가면 ‘아줌마들 여기 왜 들어오냐’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아저씨, 우리는 여자가 아니고요 청소하는 아줌마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볼일 보시라고 하죠.”
여자가 아닌 청소 아줌마로 살아간다는 간석오거리역 박남숙 씨 말입니다.
  나는 여자가 아니라 청소아줌마입니다/ 사진 신대기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직업

급여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 가운데 가장 많은 직업이 뭔지 아십니까? 청소원입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 한 자료를 잠깐 살펴봅니다. (이 글에 나오는 통계는 모두 이 자료를 근거로 하였습니다.) 청소를 밥줄로 삼는 사람은 522,464명입니다. 이 가운데 임금을 받으며 청소를 하는 사람은 432,411명입니다. 청소원은 전체 임금노동자 13,661,482명 가운데 3.2%를 차지하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밥줄입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한다는 말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일이라는 말입니다. 집안에서, 대문 앞 골목길에서, 출퇴근하는 길목에서, 일터에서, 늘 곁에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최명옥 씨는 화장실에 남아있는 밤의 흔적들을 세제로 박박 지워 누리끼리하던 변기를 백옥같이 하얗게 변신시킵니다. “화장실이라는 곳이 금방 청소하고 돌아서도 누가 한번 들어와 볼일을 보고 나면 다시 지저분해지는 곳이에요. 다른 방법 없어요. 수시로 청소하는 수밖에.” 화장실 청소를 마치자 최명옥 씨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작업복 호주머니에 있던 걸레를 꺼냅니다. 스텐으로 꾸며진 엘리베이터 구석구석을 닦습니다. 거울을 닦던 최명옥 씨는 말합니다. “늘 걸레를 몸에 지니고 있어요. 움직일 때마다 걸레질을 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치 경보를 하듯 종종 걸음으로 계단 밑 창고로 들어갑니다.

창고에서 기름이 묻은 마포걸레를 꺼내 승강장을 밉니다. 걸레가 오갈 때마다 누군가가 버려둔 껌 종이와 까만 먼지들이 쓸려와 한구석에 모입니다. 마포걸레질을 하며 승강장 끝과 끝을 오가던 최명옥씨가 갑자기 멈춥니다. 안전을 위해 설치해 둔 스크린 유리문에 누런 가래가 미끄럼을 타다 멈춰있습니다. 걸레로 훔치며 한마디 합니다.
“더럽다 생각하면 일 못하죠.”

땅바닥에서 밥 먹지 않는 것이 ‘인간 대접’인 곳

어느덧 출근시간입니다. 밥줄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계단 위에서 승강장으로 밀려옵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까만 머리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짬에 아침밥을 먹어야 합니다.
최명옥 씨는 ‘용역실’이라고 푯말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재활용가게에서 얻어온 듯 칠이 벗겨지고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장롱이 나옵니다. 장롱 너머에는 장판이 깔린 평상이 있습니다. 평상에는 전기패널이 깔려있어 따뜻합니다. 최명옥 씨와 함께 일하는 김순이 씨가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냅니다. 최명옥 씨는 동그란 접이식 양은 밥상을 펼칩니다. 김순이 씨가 전기패널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말합니다.

“요게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예전에는 땅바닥에서 밥 먹고, 땅바닥에서 쉬고 했는데. (평상 앞에 있는 정수기를 가리키며) 저기서 따뜻한 물이 나오잖아. 저것도 없었어. 집에서 물을 끓여 와서 먹었지.”
밥상 위에 국은 없습니다. 컵에 담긴 정수기 물이 대신합니다. 따뜻한 물이라도 먹게 된 요즘이 행복합니다. 새벽에 나와 전쟁을 치르듯 일을 한 뒤라 밥맛은 달디 답니다.

  따뜻한 물 한 컵이라도 있어 행복합니다/ 사진 신대기

따뜻한 전기패널과 정수기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대접도 안 받고 발바닥, 밑바닥 생활했는데, 노조가 생기면서 인간답게 대접도 받고 그런 거죠.” 짐승도 아닌데 차가운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밥을 먹던 시절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인간 대접’을 받는다고 고마워합니다.

청소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비정규직(77.4%)이고, 여성(74.3%)이며, 배움의 기회(중졸이하 81.4%)가 짧았으며, 나이는 5,60대입니다.
“이천삼년엔가 노조가 생겼는데 그전에는 말도 못했죠. 일하는데 비하면 월급이라 볼 수가 없었죠. 그때 오십이만 원에서 이거저거 떼고 나면 사십오만 원 받은 거야.”
김순이 씨의 기본급은 900,400원. 예전에는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되는지조차도 몰랐던 수당도 기본급에 더해져 나옵니다. 이것도 노동조합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급여의 중요한 부분은 해마다 정해지는 최저임금에 달려 있습니다. 경력이 많고 적고, 일의 난이도는 이들의 급여에 반영이 되지 않습니다. 임금 노동자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청소노동자의 급여는 불행히도 대한민국 평균임금의 1/3 수준을 오르락내리락 할 뿐입니다.
“간석오거리역 같은 경우는 출구가 아홉 개나 돼요. 수시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쓰레기도 줍고 껌도 떼도 해야 되거든요. ……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무릎팍이 팍 주저앉으면서 두 칸을 구른 거야. 남이 볼까봐, 창피하니까 벌떡 일어나려고 이렇게 서는데 다시 주저앉은 거야. 그 다음에는 일어날 수가 없어.”

박남숙 씨는 20일간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지하철역과 같은 공공교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44.8%는 이렇게 넘어져 다치는 경험을 했습니다. 먼지, 분진, 가스 등의 오염으로 재해를 입은 사람은 62.1%입니다.
“지하에서 일하고, 지하철이 오가는데서 일하다 보니 쇠 먼지를 먹고 사는 거죠. 코를 풀면 시커멓게 나와요. 감기는 달고 살고요.”

계단을 오르내리며 일을 하다 보니 근육통, 관절통을 앓는 사람이 많고, 지하에서 일하다보니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한번은 출근해갖고 너무나 깜짝 놀랐어요. 왜냐면 환풍기가 고장이 났어요. 완전히 바닥이이 연탄가루 뿌려둔 거 같아. 닦아도 닦아도 어찌나 시커먼지 일주일 동안 골탕 먹었어요. 콧구멍은 말할 것도 없고, 휴지로 얼굴을 쓱 문지르면 새카매. 빨리 돈 벌어서 빨리 이런데를 벗어나야 되겠다. 이 먼지가 다 우리가 호흡하면서 맨날 다 마시잖아요.”

쇠먼지 마시며 골병 들어도

일을 하다 다치면 산업재해보험의 혜택을 받기는 고사하고 모든 치료비용을 다친 사람 자신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경우가 52.9%라고 합니다.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는 사유는 윗사람의 저지(37.9%), 해고가 우려되어서(20.7%), 제도를 잘 몰라서(24.1%)라고 합니다.

도시철도공사에 일을 하다 지금은 간석오거리역에서 일하는 임정자씨는 일하다 다쳐서 회사를 그만 둔 사람의 빈자리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내가 도시철도에 어떻게 들어갔냐면, 그 이전 사람이 일을 마치고 씻고 나오다 목욕탕에서 미끄러져갖고 허리를 다쳤어요. 그 사람이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사표를 썼어요. 그니까 거기는 무조건하고 다치면 산재 대상이 아니라 회사를 그만두는 거예요.”

  몸은 골병이 들어가지만 미처 느낄 참도 없습니다/ 사진 신대기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명절 날 차례를 지내고 출근을 위해 밥상도 정리하지 않고 부랴부랴 출근을 하러 지하철역으로 달리던 임정자 씨의 동료가 그만 넘어져 뼈가 골절이 되었습니다.
“관리자가 나보고 병원에 가서 그 언니 사표를 받아 오라는 거예요. 지금 다리가 부러져갖고 있는데 사표를 써달라고 하면, 나 머리끄뎅이 잡히지 어떻게 그런 짓을 하냐. 나는 그런짓 못해요. 내가 딱 잘랐거든요. 그리고 나서 내가 노조에 이야기를 했어요.”

노동조합 덕택에 이 ‘언니’는 치료를 받고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있지만 홀로 쉬쉬하며 홀로 감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 자신의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자신이 일당을 주어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이 힘들죠. 나는 이걸 해야 먹고 산다, 이걸 해야 먹고 산다 하면서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하다보니까 인이 배여 힘든 것도 모르는 거야. 몸은 분명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데 면역이 생겨 못 느끼는 거야.”

임정자 씨는 골병이 들어가는 자신의 몸을 이제는 조금씩 느껴갑니다. 최명옥 씨는 집에 들어가면 샤워기로 온수를 틀어놓고 이삼십분씩 아픈 어깨에 대고 있으며 피로를 풉니다. 박남숙 씨는 자신의 어깨를 만져보라고 합니다. 목덜미 아래 어깨가 볼록하니 튀어나와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이게 툭 튀어 올라와서, 굳은살이 이만큼씩 올라와서는 옆에서 보면 아주 목이 없다니까. 친목계 가면 친구들이 ‘야야, 너는 날이 갈수록 목이 외출 나간 것 같다.’ 친구는 농담으로 이야기 하는데 나는 막 걱정하지. 이러다 정말 목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고.”

그래서 박남숙 씨 안방에는 항상 안마기가 놓여있습니다.
“이렇게 손으로 하는 거. 항상 꽂혀져 있어요. 뭐 치울 것도 없어. 맨날 해야 되니까. 늘 꽂아 두고 맨날 이렇게 해요.”

하지만 이들에게 일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맨날 하는 일이니까, 우리가 일하는 게 생계 때문에 나온 건데, 힘들다고 할 순 없잖아. 근데 해마다 저거 (근로)계약할 때, 우리가 항상 고때 되면 어찌(해고) 될 줄 모르니까 일 힘든 것보다 그게 젤 힘들죠.”

관리자들의 ‘훠이 훠이’에 밀려다니는 새떼처럼

지하철 청소 일은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가 정해집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업체가 바뀔 때마다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고 ‘신입사원’이 되기를 되풀이 합니다.
“서울은 일 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는데 우리는 이번에 육 개월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어서 그나마 일 년이 되면 퇴직금을 받았는데, 그 목돈도 공중으로 날아갔어요. 내 바램이 있다면 비정규직도 좋으니 이년짜리로 좀 했으면 좋겠어. 이년에 한 번씩만, 뭐 (이력서) 사진 같은 거, 서류하게. 새 업체 들어오면 사표 써야 해. 사표 쓸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려. 혹시 소리 소문, 아무도 모르게 집으로 통보해갖고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 걱정도 생기고. 정말 이 년에 한 번씩만 했으면 좋겠다.”

송도 쪽에 지하철역이 여섯 군데가 새로 생겼습니다. 새 역사는 청소하는 사람을 구하지 않고 기존 역에서 한 사람씩 빼내 일을 맡겼습니다. 일은 고된데 일하는 사람은 더욱 줄어든 셈입니다. 그런데 더 힘든 일이 이들 앞에 닥쳤습니다. 이름 하여 “새떼몰이”입니다.
“송도에 역들이 새로 생기면서 역마다 한 사람씩 추려가지고 그리로 다 보냈잖아요. 그러더니 이제는 역사마다 화장실에만 한사람씩 세워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모아갖고 철새 이동하듯이 역마다 돌아다니면서 일을 시킨다는 거예요. 새떼몰이 하듯이 이쪽 끄트머리에서 저쪽 끄트머리까지 훠이 훠이 하며 관리자들이 몰고 다니면은 노동자들은 새떼들마냥 밀려다니면서 일을 하게끔 만들라고 하니까 너무 죽겠고 속상하지요.”

  ‘새떼몰이’에 분노하며 가슴을 치는 임정자 씨/ 사진 신대기

임정자 씨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새떼몰이’로 일을 시키겠다는 것은 인원을 줄이려는 속셈이라며 분노합니다. 대여섯 군데의 지하철역을 묶어 최소 인원으로 청소 업무를 하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적게 보면은 인천 시민의 한 사람이거든요. 우리가 여기서 내 힘껏 노력하면서 벌어먹고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오로지 우리는 노예고 자기네들은 주인처럼 막 아무렇게나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박남숙 씨도 분에 겨운지 말을 잇지 못합니다.
“청와대에서 ‘공공기관들 인원 줄여라’ 내려오니까 자기네들은 줄일 수 없고, 머리를 쓰는 게 밑바닥에서 최저임금 받고 박박 기고 있는 우리들한테 그 여파가 와서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애. 우리처럼 밑바닥에서 육체노동 하는 사람들 정신적 고통은 없게 해줬으면 좋겠어. 정부에서 맨날 일하는 사람 예산 깎아 4대강 한다느니 그러니까 회사도 살아남으려고 애매한 우리들만 가지고 인원 줄여서 유지하려고 하잖아. 뼈 빠지게 노동 일, 정말이지 골병을 안고 일하고 있는 우리를 정신적, 심적으로 힘들게 하냐고요. 힘없는 우리들을 건드려 짓밟고 하는 것은 잘못된 거 아니냐고.”
임정자 씨는 참을 수가 없는지 주먹을 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칩니다.

그들이 내 주인이 아니므로 부끄럽지 않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운 것이 짧다는 이유로,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들이 꺼리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힘든 노동이 아닙니다. 육체적 고통이 아닙니다. 권력을 지니고 지식을 가진 이들이 휘두르는 야만입니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희생을 요구하는 폭력입니다. 박남숙 씨의 말처럼 이들도 “국민인데” 말입니다. 임정자 씨는 압니다. “정부에서 맨날 일하는 사람 예산 깎아” 삽질만 한다는 것을.

일터의 애환을 듣고자 찾아갔습니다. 그래서 만났고, 들었고, 그들의 노동을 보았습니다. ‘일’보다는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2년에 한 번씩만 계약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 “자꾸 사람 줄인다, 새떼몰이 한다, 해서 가슴 졸이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애절한 바람. 그 바람이 한겨울 찬바람에 꽁꽁 얼어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훈훈한 바람이 되어 이 겨울 찬물에 꽁꽁 언 고무장갑 속 손가락을 녹여주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격월간 진보생활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과 함께 기획하였습니다. 2010년 1, 2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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