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마치 조직폭력배나 테러집단 취급을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리, 특히 파업을 마치 패싸움이나 난동 취급을 하는 나라도 역시 대한민국이다.
법무부의 2010년 새해 업무보고를 보면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법무부 스스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무시하겠다는 ‘불법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한 신문의 법무부 업무보고 기사 옆에 실린 이건희 ‘삼성재벌 대부’에 대한 특별사면 관련 기사를 보고 있자니, 법무부가 말하는 ‘합법보장 불법필벌’의 원칙이 ‘재벌보장 노동자필법’으로 들린다.
돈도 빽도 힘도 없는 노동자가 최소한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든 기본권이 노동3권이다.
요즘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에서조차 노동조합과 대화를 온갖 핑계로 거부하며 끝내는 단체협약을 해지하여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여기에 맞서 노동조합이 법과 절차를 지켜 파업권을 행사하면 대통령이 나서 ‘엄단’을 지시한다. 그 순간 헌법조차 소용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군왕이 통치하던 시대에도 한 나라를 움직이는 원칙이 있었다. 왕이 그 원칙에 어긋난 지시를 하면 신하들이 “전하 그것은 아니되옵니다” 했다. 이제 아니되옵니다를 아뢰는 신하도 없다. 제왕의 생각이 곧 법이 된 기막힌 시대에 살아야 한다.
기업가 출신 제왕답게 이명박 정권의 통치 철학은 ‘돈’ 중심, ‘재벌’ 중심이다. 이런 ‘돈’ 제왕의 통치 철학에 2년을 적응한 학자들도 돈 중심의 연구와 분석이 습관화 되고 있다.
여성이 출산 파업권 행사로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자 연구 작업도 철저히 ‘돈’으로 계산하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업무보고 하던 날, 보건복지부는 모 대학 교수가 밝힌 ‘출산이 일자리 창출과 생산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생아 한 명이 평생 12억2000만원의 생산을 유발하고, 1.15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연구결과이다. 사람이 한 명이 태어나는 순간 의료, 분유, 유아용품 돈벌이가 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성이 출산 파업을 하면 돈벌이를 해야 할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거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허덕이는 세상, 그나마 비정규직으로나마 취직하려고 박 터지게 경쟁하고 노예처럼 일하는 세상, 큰 돈 들여 대학공부하고 해외에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져가는 세상, 자꾸 산업 예비군만 출산하라는 연구를 한 교수님들 보니 참 한심하다.
기업에 나랏돈 퍼붓고, 세금 깎아 준다고 어디 일자리가 만들어지던가? 카드빚 내어 최소 생존을 위해 기업의 생산물을 소비한다고 어디 나한테 제대로 된 일자리가 돌아오던가?
수치 놀음이나 하며 한 소중한 생명을 돈놀이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걸 보자니 울컥 화가 치밀다가 가슴을 다독인다. ‘돈’ 중심의 돈 사회에서 ‘꼭지’가 돌아버릴 일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돈 중심의 돈 사회에서 돈 벌려고 돌아버리는 연구 보고서를 만든 교수님들만 어디 욕할 일인가? 또 법무부나 보건복지부만 손가락질해서 무엇 하겠는가? 제 정신 못 차리고 돈질만 하는 돈 공화국의 돈 황제를 몰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