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민주노총이 처한 정세와 임원 선거를 연결해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8일 임원 선거 마감을 앞두고 통합지도부 구성을 위한 임성규 위원장의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먼저 새해벽두를 장식한 노동법 날치기와 관련한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 대한 비판과 노동법이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엔 전술적인 이용가치를 들어 참여 입장을 밝혔다. 이어 노동법 재개정이라는 막중한 임무 앞에서 민주노총 임원선거는 반드시 정파 간 연합을 통한 통합지도부 구성으로 경선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참세상, 레디앙,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매일노동뉴스, 월간 노동세상 등 진보적 인터넷 매체를 상대로 했다.
추미애는 한국노총 선택한 것
임성규 위원장은 이날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과 추미애 노동법을 놓고 강하게 비난했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법 땐 국회절차의 약점이 있어 상임위 상정을 안 하고 강행처리를 못하도록 한 태도와 노동법 처리 과정을 비교해 보면 노동법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면서 지난 6월 말 추미애 위원장이 진보 개혁세력에 대체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 때 모습부터 도마에 올렸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직법은 악법인데다 이미 시행되고 있었고 그냥 놔둔다고 비정규직 양산을 대폭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노동법은 비정규직과 함께 해야 하고 지원하는, 궁극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갈 주체의 권리를 묶어버리는 법이 됐다. 추미애 위원장의 태도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어제 추 위원장이 한국노총 금융노조 간담회를 한 것으로 봐서 한국노총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추 위원장은 헌법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중재안을 내겠다고 했었는데 헌법은커녕 노동운동이 가장 탄압받던 시절조차 허용됐던 노동3권을 훼손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공세를 폈다.
이어 추미애 노동법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창구단일화가 되면 교섭을 하기까지도 노동자 내부에서 신경 쓸 일이 생기고 노동자가 더 많은 것을 확보할 수 있어도 사용자 앞에서 분열할 수도 있다. 협상이 타결되어도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그런 장치가 창구단일화”라며 “창구단일화가 시행되면 잠시 노조 조직률이 올라갈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노조 무용론으로 간다. 교섭도 안 되고 투쟁도 안 되고 지도부까지 분열되면 노조가 이탈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고 오히려 해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전임자임금을 놓고는 “전임자 임금이 문제라면 임금만 얘기하는 게 맞는데 6자든 8자든 전체 흐름은 임금문제 논의가 아니었다. 전임자에 대한 경제적 위협으로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전임활동과 전임자 숫자였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임 위원장은 “추미애 위원장은 여기에 놀아난 꼴”이라며 “뭔가에 끌려서 안상수 법안과 유사한 야합에 야합을 거듭한 안이 됐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임 위원장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두고는 “심의위원회를 노동부 산하에 둔 것도 문제다. 공익위원이 정부추천이라 근로시간 면제 폭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악성 기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총은 6일 중앙집행위에서 심의위 참가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심의위 구조상 한국노총이 최대한 덕을 보자면 우리에게 심의위원 5명을 모두 주는 게 맞다”면서도 “안에 들어가면 적게는 5대 10으로, 크게는 2대 13으로 싸워야 하는 구조가 된다.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전술적인 가치를 들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임 위원장은 “반대논리도 많지만 안에선 끊임없이 요구하고 바깥에서 총파업의 수순을 밟는 등의 전술적 활용 논리도 있다. 찬반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술적 이용가치가 있어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파들엔 통합지도부 구성 요구
노동관계법 정세를 통한 민주노총의 위기 진단은 선거논의로 이어졌다. 임성규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잘못 치르면 민주노총은 회복불능으로 빠질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자본과 권력의 철퇴에 위축된 상태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통합지도부를) 외면하는 세력은 노동운동이 망하거나 말거나 입지나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기를 한 달여 앞둔 현직 위원장이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입장을 공세적으로 밝힌 것이라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임 위원장의 구상은 선거운동기간 통합지도부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이 기간에 몸을 바쳐서 노동법 개악 투쟁을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경선은 아무리 건설적으로 해도 지금 시기는 소모적일 뿐이다. 지금 경선은 차선도 아닌 악이다. 이후 민주노총이 힘들어 지면 역사적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파 간 선거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두고 자신의 진단도 드러냈다. 임 위원장은 “현재 거론되는 위원장, 임원후보는 모두 호불호가 있고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모두 정파적인 시각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분위기는 통합분위기를 저해하는 것이다. 누구와는 한다. 누구와는 안하겠다는 식은 통합분위기를 해친다”면서 각 정파에 통합지도부 구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민주노총 망하거나 말거나 죽거나 말거나 헤게모니를 잡으면 다냐고 따끔하게 얘기해야 한다”면서 “법 개정 투쟁 때 사용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전쟁을 치르러 나왔다고 느꼈다. 전쟁터에서 우리끼리 사령관 한다고 다투는 것은 패배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실제 정파들은 다른 노선을 가지고 있지만 행동은 다르지 않다. 물론 쌍용차나 용산투쟁 등 특수한 상황에서 다르게 나타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현장 노동자라면 당연하다. 잘했다 못했다는 평가할 지점으로는 안 맞다”면서 “전략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파 간 호불호를 판단하지 말아야한다”고 주문했다.
임 위원장에 따르면 통합지도부 구성은 산별대표자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5일 점심때 임원 선거 논의를 위한 산별 대표자 모임이 있었지만 참가하지는 않았다. 다만 필요하면 가본다는 생각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위원장 선거 출마는 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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