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나가라"

[울산노동뉴스]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과 하청노동자들의 고통스런 삶

새해 들어 현대중공업은 대단히 공격적이고 빠른 속도로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공세'에 나섰다. 이미 '공격'의 포문은 작년 연말에 열렸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12월17일 사내 홍보물 <인사저널>을 통해 조직변경(조직폐지, 조직통합, 명칭변경)을 발표하고 2010년 1월1일 부로 시행한다고 공식화했다.

  프랑스 최대 선주사인 CMA CGM의 파산위기로 인도되지 않고 방어진 앞바다에 떠 있는 배.

현대중공업은 “수주한 선박의 건조 및 인도 연기가 잇따르고 있고 당분간 선박 발주세가 되살아날 기미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조선 부분의 설비투자를 최소화하고 있다.

2009년 3분기 현대중공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군산조선소 신설, 곡블록 조립 공장 및 판계공장 증축 등 조선 부분 설비 투자액이 눈에 띄게 줄었고, 특히 군산조선소 신설 사업을 10%이상 축소하고 군산조선소 완공시점도 당초 2009년 12월에서 2010년 1분기로 연기했다.

조선외작지원부를 폐지한 것은 대조립, 소조, 판넬 등 밖에서 제작해 오던 물량을 다시 현대중공업 내부로 들여오겠다는 것이고 곡블록 조립 공장 및 판계 공장의 폐지, 외주 하청업체의 폐업을 뜻한다. 현대중공업의 조직폐지와 조직통합은 조선업 과잉생산 위기에 따른 조선 부분 설비투자 축소의 연장이다.

또한 조선사업본부 조직통합을 보면 4·5도크 물량을 담당하던 건조3부, 의장3부, 도장2부가 1·2도크 물량을 담당하는 건조1부, 의장1부, 도장1부로 통합됐다.

작년 연말 4·5도크 중 한 도크를 패쇄할 것이라는 소문은 조선사업본부 조직통합을 통해 하나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조선사업본부 조직통합은 (아직 잔여 물량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지만) 4·5도크 물량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들이 폐업되고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조직통합이 완료되면 통합 부서에서 1· 2· 5도크 물량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유휴인력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적으로 1·2 도크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의 불안정성이 대단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또 통합부서에서 보직을 받지 못한 정규직 관리자들, 업무를 받지 못한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순환교육, 월차 휴가 사용, 지원, 전출 등이 도입될 것이고 이는 조선산업 과잉생산 공황의 폭과 깊이에 따라 희망퇴직 등 정규직 구조조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연쇄적으로 3도크와 8·9도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10년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유례가 없는 긴장과 고통을 안겨주게 될 가능성이 많다.

현대중공업의 ‘조직변경’표는 하나의 부분에 불과하지만 “세계경제위기, 과잉생산, 해운업과 조선업에 동시에 몰려오는 공황과 노동자에 대한 공격 방향”을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선주사인 CMA CGM의 파산위기로 인도되지 않고 방어진 앞바다에 떠 있는 배

'노동자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과의 인터뷰

공황기, 자본 사이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본은 착취율을 증대시키고 임금을 삭감하고 정리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해양사업본부 건조부서부터 임금을 삭감하기 시작했고 전공장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의 '공격'이 하청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생활상의 고통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하청노동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잔업 특근 사라진 데다 임금삭감까지 -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

- 작년 연말부터 잔업 특근이 사라지고 있고 임금삭감까지 됐다고 들었다. 상황을 이야기해달라.

“작년 연말 조선사업본부 2야드는 현저하게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보통 300시간 정도 했다. 다른 부서는 잔업 특근이 줄어서 240시간 정도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요일 특근이 거의 없어졌다. 평일 잔업도 저녁 8시에서 7시로 줄었다. 잔업 특근이 줄어서 작년에 비해 임금이 50만원 정도 줄었다. 올해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요일 특근은 무조건 없어지고 토요일 특근은 물량 있을 때만 있고 없을 것이라고 한다. 평일에도 2~3일씩 잔업을 했는데 없어지는 추세다. 정취근무(240시간 정도)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작년 연말부터 임금삭감 소문이 파다했다. 연초에 교육시간을 통해 임금 삭감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곧바로 반별로 개별면담을 진행했다. 시급 기본급 10% 삭감하고 일당 수당은 평균 50% 삭감했다. 수당 삭감은 30%에서 70%까지 개인별로 편차가 있고 임금 삭감 내용도 부서와 업체별로도 다르다. 그리고 토요일 유급 4시간을 폐지했다.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와 새롭게 근로계약서에 싸인했다. 분노하고 불만이 많지만 드러내놓고 좀처럼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찍소리 내면 불이익 당할까 두렵고 별다른 대안도 없고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이 크다. 업체 한 형님은 '지난 3년 동안 시급 수당 한 번도 오르지 않았는데 업체 어렵다고 이렇게 까면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 하고 불만을 드러내지만 공식적으로 불만이나 이의제기를 하지 못했다. 잔업 특근 없어지고 임금 삭감까지 합치면 기존 임금의 1/3이 날라갔다. 100만원 가까이 된다.”

“해양(해양사업본부)에서는 일당에서 시급으로 전환하면서 일방적으로 임금을 깠다. 일당 12만원에서 시급 8500원으로 깠다. 50만원에서 60만원씩 깎였다. 해양 전체적으로 임금 10%~20%씩 삭감하는 추세다. 업체 어렵다고 연말 성과금 때 쳐먹은 업체도 있다. 원청은 기성 까고 업체 사장들은 임금 삭감해서 인원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

-임금 삭감 후의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일정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어떻게든 잔업 특근하려고 한다. 출근율이 좋아졌다. 기존에는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물량을 쳐 나갔는데 지금은 쉬엄쉬엄 일하고 시간을 때우는 분위기이다. 작년에는 특근이 없는 경우 다른 지역이나 업체로 “물량띠기” 알바 나갈 수 있었는데, 물량이 중공업 전체적으로 사라지니까 막막해하고 “뭐해 먹고 사냐” 벌어먹을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지니까 부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사람도 있다.”

업체 폐업 수단으로 떠오른 인디케이트 지수

- 소위 인티케이트 지수란 것이 업체 폐업의 기준이 된다고 하는데.

“현대중공업은 매월 하청업체들의 월별 ‘성과’를 바탕으로 인디케이트(INDICATE) 지수를 종합 산정해 발표한다. 인디케이트 지수는 작업능률, 안전지수, 품질관리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공기, 공정을 준수했는지, 품질 달성은 완성했는지, 검사날짜를 준수했는지 평가한다. 검사가 연기되면 감점요인이다. 사내속도를 위반하면 감점요인이고, 안전밸트 미착용, 안전관리 규정 위반하면 스티커 발부하고 감점된다. 주기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업체 사장은 ‘점수 안 좋으면 퇴출업체 명단에 오른다. 공정준수하고 작업능률 높여라’, 인근 업체와 비교해서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인디케이트 지수로 계속 압박하고 있고 점수 안 좋으면 퇴출 업체의 주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업체 사장들 툭하면 ‘부서에서 인원 정리하라는 이야기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고 작업 능률 높이라’고 윽박지른다. 부서에 업체별로 작업능률, 안전, 품질 관련 그래프 붙여 놓는다.”

업체 관리자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노동강도 강화, 현장통제 강화

- 일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업체별로 인원이 축소됐다. 2인1조 작업이 사라지고 있다.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조공이 필요할 때도 무리해서 혼자 일하고 있다. 여럿이 함께 청소도 했는데 인원이 줄어 이제는 혼자 해야 한다. 평일 잔업도 줄고, 보통 7시까지 잔업할 때 빵을 주는데, 빵 먹는 시간도 아까운지 빵도 안 주고 죽어라고 7시까지 일을 시킨다. 잔업 특근 없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관리자들의 통제나 감시, 일이 더 힘들어졌다.”

- 업체 사장이나 관리자들의 태도는 어떤가?

“예전에는 눈치라도 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작업자 눈치 보지 않고 노골적으로 할 이야기 다 한다. 사정이 있어 조퇴나 결근이 발생하면 ‘계속 그런 식으로 하면 문제가 된다. 회사가 어떻게 끌고 갈 수 있겠느냐? 분위기 파악 똑바로 해라’고 한다. 월차를 써도 수당을 까고 심지어 나가라고 한다. 다들 너무한다는 분위기다.”

“임금 깎아놓고 면담하는데 뭐라 하니 업체 사장이 ‘이 돈 받고 일하기 싫으면 출입증 놔두고 나가라’고 했다. 나가도 들어갈 데 별로 없고 일할 사람은 많으니 기고만장하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의 퇴근투쟁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희망에 대하여 - "이제 하청노동자들 스스로의 집단적인 힘을 행사해야 한다"

- 다들 힘든 상황인데 하청노동자들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해달라.

“하청노동자들이 어떤 전망을 가지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대체적인 반응들은 현대중공업의 이야기를 믿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수주 받으면 일감이 있을 것이고 참고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이렇게 당할 수 없다. 가만히 있으니까 더 뺏어 간다’는 분노를 말하는 사람은 소수다. 분노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업체나 원청 자본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하청노보’나 ‘노동자 투쟁’ 관심 있게 보고 정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하나의 희망이다. 가려운 곳 긁어주고 있고 ‘이런 방안도 있구나’라고 고민한다.”

- 하청노조에 대한 하청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하청노조 조직 자체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노조 가면 낙인찍힌다는 불안감이 있다. 하청노보나 하청노조의 활동을 관심 있게 보면서도 아직 함께할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들은 하고 있다.”

- 하청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살기 위해서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고 있다. 이제 하청노동자들 스스로의 힘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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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 현대중공업 , 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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