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50일 지나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故 박지연 씨 49제 이어 50일 추모제

  사진총괄/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故 박지연 씨가 사망하고 50일이 지나서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박 씨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박 씨조차 살아생전 맘 편히 둘러볼 수 없었던 자신의 일터였다. 죽어서도 온양공장을 둘러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갔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지난 3월 31일 생을 마감한 박 씨를 위해 살아남은 자들은 18일 강남 삼성 본관 앞에서 추모제를 가졌다. 연이어 19일 오전 11시 30분 온양공장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집회 신고조차 어려운 이곳에서 집회를 가졌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활동가들은 집회를 열지 않는 삼성측이 매일 공장 주변에 집회 신고를 내 놨다고 성토했다.

박 씨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삼성측을 규탄하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무노조 경영 방침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선춘자 집행위원은 故 박지연 씨 양력을 소개하며 얼마전 한겨레21측이 단독 입수한 ‘환경수첩’을 통해 발암물질 6종이 발견되었음에도 삼성측이 여전히 발암물질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총괄/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정원영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정원영 본부장, 김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집행위원, 故 황민웅 씨 부인 정애정 씨, 김갑수 삼성 해고자, 장인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지부장 모두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규탄했다.

특히 정애정 씨는 “박지연 씨를 누가 죽였냐. 삼성과 이 나라가 죽였다. 삼성은 여전히 사람의 죽음 앞에 돈만 뿌리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안전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고, 보호 장구조차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일했다고 증언했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묻혔다. 노조가 있었다면 이 지경은 아니었을 것이다.”며 분노했다.

이어 민주노총을 비롯 산하 노조들이 삼성 백혈병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갑수 해고자 역시 삼성의 노무관리를 ‘거미줄’같다고 표현하며 “삼성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러나 거미줄 같은 노동자 관리 시스템으로 삼성 노동자 스스로 바꾸기 어렵다. 우리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연씨에게

“꽃피는 삼월쯤에는 퇴원할 수 있을까요”라고
웃으며 말했기에 믿었습니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곧 잘 견디어 왔기에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예 다른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믿고 또 기도하고 빌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다니요

삼성이 입막음용으로 대주었던 치료비를
가난 때문에,
막대한 병원비 액수 때문에,
거절 못하고
병마를 안겨준 삼성에게 욕 한번 실컷 해보지도 못하고
아프면서도 삼성의 눈치를 보며
우리에게 연락하는 것이 들통날까봐 조바심을 가지는 게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다니요

“여기 응급실이에요…”
그게 세상에 내어 놓은 마지막 말이 될 줄 몰랐습니다……

2007년 12월에 처음 지연 씨를 보았을 때,
투병 중이라 민머리를 보여주기 실어
안 만나겠다는 걸
오랜 기다림 끝에 수줍게 서로 대면하였죠.
내성적인 어린 아가씨 환심을 사려고
강풀의 순정만화도 주고, 크리스마스카드도 쓰고

어떻게든 힘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진심을 다해 지연 씨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그러니 꼭 다시 나을 수 있다는 걸
자주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긴 투병 생활속에 잠시만 허락된 시간이었기에
민망하게도 지연 씨와 만났던 대부분의 시간을 산재서류 작성하는데 보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라도 더 기억해보려고, 누구하나 들어갈 수 없는 무균실에서
지연씨는 혼자 병마와 싸우는 동시에
삼성반도체에서 하였던 일을 일일이 기록했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엑스레이 기계를 사용한 것도 기억을 해내었죠.
그게 위험한지 누구하나 가르쳐 준 적이 없었기에
처음부터 기억해내는 건 쉽지 않았겠죠.

날마다 백혈구 수치와 씨름하면서
눈에 난 대상포진 때문에 너무 아파 힘들어했지만
지연 씨는 산업재해 승인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아픈 몸을 이끌고 와서는 최후진술도 하였죠.
“더 이상 저와 같은 병에 걸리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앞으로 병원비, 생활비 걱정만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은 치료비 보상과 생존권 보상을 마땅히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근로복지공단 놈들은 산재를 불승인 했습니다
내 꼭 이 억울함을 소송을 통해서라도 산재인정을 받아야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요. 지연 씨
미안합니다.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엊그제 어머님께서 산재 소송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기까지 삼성 놈들이 많이 괴롭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지연 씨 곁에서 병간호 하느라 눈물이 마를 날 없으시던 어머님인데
어찌 어머님을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죽어서까지 온 가족을 괴롭히는
삼성 놈들은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지연 씨가 하늘나라로 가고 나서
그 억울함 때문인지
연일 피해제보가 쏟아집니다.
날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노라
저희도 마음 편할 날 없지만
더 이상 삼성자본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노동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살아생전에 지연 씨의 억울함을 풀어 들이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2010. 5. 18. 반올림 종란.


마지막으로 추모제 참가자들은 ‘노동조합만이 삼성공장, 자신과 동료의 환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고 적힌 쪽지를 풍선에 매달아 온양공장으로 날렸다.

비판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한 발자국도 들이지 않는 ‘죽음의 공장’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러 풍선은 그렇게 바람 따라 시원하게 날아갔다.
(기사제휴=미디어 충청)

  사진총괄/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태그

삼성 , 산재 , 추모제 , 박지연 , 온양공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