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현대자동차 회사 쪽은 이런 강경한 농성이 외부불순세력들이 개입해 순진한 비정규직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쪽 판단은 100% 오판이다. 외부세력과 시너 등으로 폭력성과 불순세력을 연계시키려는 계략은 이미 스마트 폰과 DMB폰을 필수품으로 하는 조합원들에겐 안 통한다. 1일 만난 조합원들은 외부세력 문제에 대해 대부분 의아해 하는 반응이었다. 그저 자신들을 도와주러 온 사람들을 왜 불순분자처럼 얘기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외부세력 논란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파업 때마다 정부와 재계에서 레퍼토리처럼 써먹던 방법이라 이젠 식상한 지경까지 왔다. 그런데도 외부세력 논란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이를 통한 공권력 투입 명분 쌓기 용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12월 1일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농성 17일째를 맞았다. |
12월1일 현대차 사쪽이 일부언론에 제공한 ‘외부세력 개입으로 난항 겪는 현대차 사태’라는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행위 관련 외부세력 개입 사례로 정규직 지부에 의해 농성장에서 쫓겨난 김태윤 조합원과 권우상 울산지역 연대노조 전 사무국장을 예로 들었다. 또 비정규직 쟁대위가 직접 초청 강사로 부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조합원 교육도 외부세력 개입 사례로 넣었다.
사쪽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교육을 두고 “현대차 이경훈 지부장, 1공장 농성장을 방문해 간담회 중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김진숙(’87년 한진중공업 해고자)이 1공장 농성인원에 대해 교육 중임을 발견하고 간담회 후 동행, 회사 출문 조치했다”고 적었다.
11월26일 이경훈 정규직 노조 지부장의 출입을 막았다는 이유로 정규직 지부에 의해 쫒겨난 김태윤 조합원을 두고는 “연세대 상대 출신, 05년 비지회 사무국장, 2차 하청업체 해고자”로 설명하고 “1공장 농성장 농성인원에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윤 조합원은 비정규직노조 전 수석부위원장이었다.
조합원이 아닌 외부세력이라는 이유로 이경훈 지부장에게 농성장에서 수 차례 조합원들이 보는 앞에서 머리를 맞으며 끌려나간 권우상 울산지역연대노조 전 사무국장을 두고는 “덕양산업 해고자임을 주장했으나 2007년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투쟁, 효정재활원 투쟁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나이가 다 30대 40대다. 그런 사람들이 선동한다고 따르겠나"
그렇다면 실제 농성장에서 외부세력으로 낙인 찍혀 끌려 나간 이들과 10여일을 함께 생활한 1공장 농성 조합원들은 외부세력을 어떻게 볼까. 조합원들은 외부세력 운운에 대해선 연대온 것을 두고 외부세력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규직 지부가 외부세력 문제를 노조 소식지에 쓴 것을 두고도 사실관계를 지적하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1공장 소속의 8년차 된 A 조합원은 “우리는 결정할 게 있으면 분임토론으로 결정한다. 순수 조합원의 의견으로 조합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한다”며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을 외부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입장을 몰라서 그렇다. 우리 입장은 외부 단체에 더 많은 도움을 받고 더 밖으로 알려 달라고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끌려 나간 권우상 사무국장을 두고 “몇 번 그 분을 봤는데 그 분은 원래 말도 잘 안하던 분이다. 가끔 밥 먹었냐고 내가 물어볼 정도였다. 내가 보기엔 대단히 내성적이고 얘기도 잘 안하시던 분이다. 우리한테 자기 의견을 내고 뭘 하자고 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이 조합원은 이경훈 정규직 노조 지부장이 조합원 교육을 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게 공개적으로 외부인사 운운한 것을 두고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진숙인가 그 분에게 지부장을 통해 왜 얘기 안하고 들어왔느냐고 하는데 지부장은 맨날 조직이 다르다고 하면서 왜 우리 상급단체처럼 우리를 통제하려고 하느냐”며 “우리 맘 같아선 외부 국회의원들이라도 여기 올라와서 도와 줬으면 좋겠다. 그런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외부세력 선동에 넘어간다는데 우리는 지회장만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우리 나이가 다 30대 40대다. 그런 사람들이 선동한다고 따르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쪽이나 지부가 시너나 폭력적인 물품이 나왔다는 주장을 두고도 “우린 여기에 빈털터리로 올라왔다. 잘 때 덮을 이불 하나 못 들고 올라 왔는데 시너 챙길 시간이 어딨느냐”고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외부세력은 용역과 공권력"
모여서 잡담을 나누고 있던 시트 사업부 조합원들에게도 외부세력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시트사업부 B조합원은 자신을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권우상 전 사무국장이 사회당 당원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야 당인 사회당을 외부세력이라 그러는데 재야 당도 다 연대해주고 있는 거다. 그걸 외부세력이라고 한다면 지부도 여러 곳에 많은 연대를 하고 다녔는데 같은 것이다. 외부세력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기는 자유주의 국가인데 재야 세력이 다 외부세력이냐. 지부장이 우리에게 계속 강조한 것이 서로 다른 조직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지부도 외부세력이 된다”고 말했다.
B씨는 “진정한 외부세력은 11월15일 월요일 새벽 시트 1부에 들락거린 사복경찰과 전의경들이다. 우리가 생산공정을 점거하려 할 때 용역과 공권력이 침탈했다. 용역과 공권력이야 말로 외부세력이다. 이미 13일에 (울산)중부경찰서에서 문건이 나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B씨 옆에 있던 C조합원은 김태윤 조합원이 끌려 나가던 상황을 증언해 주기도 했다. 당시 C씨는 김태윤 조합원이 이경훈 지부장의 출입을 막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그 사람(김태윤) 문제는 지부장이 직접 오해라고 우리에게 얘기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간다. 처음엔 상황 전달이 잘 안 되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 놓고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지부 소식지에 나왔다. 오해라고 해놓고 왜 소식지에 그렇게 나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C씨는 이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전 그 사람이 미쳤나 싶었다. 지부장을 막은 건 잘못됐다. 그러나 지부장을 막자 순간 지부장이 먼저 멱살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B씨도 “우리가 그 상황 다 안다. 전날 상황실에서 누가 올라왔다 갔는지 몰라서 누가 오는지 보고를 하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끼리도 전날에 기강을 세우자 했다. 근데 하필 지부장이 왔는데 오버한 거다. 상황실에 알리겠다고 한 거다. 지부장이 기분은 나쁠 것이다. 관리자들이 다 보고 있었으니 당연히 기분 나쁠 일이다”라고 거들었다.
"지부장이 맞았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C씨는 “그런데 지부에서 낸 소식지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지부장이 맞았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손이 가슴에 닿았다. 그냥 막은 거다. 심지어 글을 보면 조합원들이라고 돼 있다.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우리가 전부 거기 있었다. 우리가 같이 지부장을 때렸다는 건데 내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건 아니다”고 증언했다.
D씨는 “우리가 분임토론을 하는 이유가 한명 한명의 생각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각자 생각이 있다. 우리가 하나로 뭉치는 이유는 15일 회사가 너무 강경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부 소식지나 회사 소식지 보면 더 뭉치게 된다. 그게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4공장에서 10년 일한 E 조합원은 “쫓겨난 두 사람은 외부세력이 아니라 우리 동지였다”며 “한명은 해고자고 사회당이라는 사람은 조합원들 힘든 일을 도와주던 사람이다. 우리 소송으로 변호사 선임 문제로 설명회할 때 도와 줬던 사람이다.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주려고 했다. 내가 봤다. 야간에는 시간마다 농성장 돌면서 우리 안전을 지켜줬다”고 증언했다.
E조합원은 “우리가 비정규직이라고 외부세력에 휘둘린다고 보는 건 문제”라며 “우리는 이상수 지회장을 믿는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지시할 위치도 아니고 우리에게 조금 힘이나 되고자 했다. 우리를 이끌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김태윤 조합원을 두고도 “김태윤 동지는 전에 지회 간부였다. 난 사실 그 사람의 활동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여기 조합원이고 여기 있어야 한다”며 “그 사람은 이경훈 지부장이 처음 여기 와서 마이크 잡자 박수치자고 우리한테 그런 사람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가는 모습이 중요하니 조합원들이 호응을 보여줘야 한다고 한 사람이다. 과거 학생운동 출신이라고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옆에 있어야 할 조합원이고 동지”라고 강조했다.(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