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는 1일 오후 3시,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농성장 침탈 시 전면 총파업 재확인 △3일 전조직 2차 잔업거부 투쟁 △8일 전체 노조간부 파업 등을 결정했다. 또한 8일까지 일정한 성과가 없을 시, 당일 울산에서 쟁대위를 개최하고 총파업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장장 9시간에 걸친 회의 결과였다.
[출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
금속노조는 이미 지난달 22일, 울산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현대자동차가 11월 말까지 불법 파견 관련 교섭에 응하지 않을 시, 12월 초에 총파업을 벌인다’라고 결정한 바 있다. 세부 전술에 대한 논의가 쟁대위로 위임되면서 이날 확대간부 파업을 결정했다.
파업하면 깨진다 VS 제대로 붙어보자
이날 쟁대위에서는 “파업 하면 조직을 보존할 수 없다”는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의 주장과 “파업 수위를 높여 제대로 붙어보자”는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또한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총회의 개최 여부를 놓고도 많은 설전이 오고갔다.
[출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
현재 노조의 동력과 조직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29일부터 바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2주와는 다르다”고 강조하며 “현장의 400명이 똘똘 뭉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상황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법판결이) 일부 승소 판결 아니냐. 확정된 판결이 아니다. 이것이 현실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형우 부위원장은 “2차, 3차 총파업 계획까지 논의하자”며 점차 수위를 높여가는 총파업을 주장했다. 7일과 10일, 각각 잔업거부 투쟁을 시작으로, 15일에는 6시간 2차 총파업, 22일에는 8시간 3차 총파업에 결의하자는 것이다.
그는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이 싸움에 목숨을 걸고 있으며,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계속 깨져 왔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갈 것인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해고 되는 것 밖에 더 있나. 금속이 싸움다운 싸움을 해 봤나.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자”며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한 “연대단위가 현차와 금속을 보고 있다. 때문에 현차와 금속이 단호히 결단하고 가야 연대 대오도 붙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금속노조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또한 지금의 비정규직 투쟁이야말로 금속노조의 유일한 희망이고 돌파구다.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정말 답답하다”라며 총파업 결의를 촉구했다.
한편 위원들은 실질적으로 총파업에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이경훈 지부장에게, 투쟁과 관련한 지부 차원의 계획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경훈 지부장은 “죽어라 뛰겠다. 이것이 답변 아닌가. 사측의 침탈을 막아내는 게 목표다”라고 답했다.
조합원 총회하자 VS 결단을 내려야할 때
지난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금속노조 규약에 전국적 쟁의행위의 경우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통해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대의원대회의 결정으로 금속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이경훈 지부장은 총파업을 조합원 총회로 물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쟁대위에서도 조합원 총회 여부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이경훈 지부장은 이날 쟁대위에서도 ‘조직의 보존’과 더불어 ‘규약에 따른 조합원 총회’를 주장하며 금속노조가 즉각적인 총파업에 들어가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기업지부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기업지부의 규정을 우선 적용한다’는 현대차 지부 규정을 제시하며 “악법도 법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배웠다. 회의 결과를 놓고 감성에 젖지 말고, 규약과 규정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주장했다.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며 즉각적인 총파업 돌입에 주장하는 일부 위원들을 향해서는 “규약을 벗어나 이념과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원칙은 규약이고 규정이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방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현대차 지부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는 만도 지부의 경우에도 “현차 지부와 비정규 지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투쟁이 아니면 만도 지부도 쉽지 않다”며 “현차 지부가 총회로 간다면 그것에 금속노조도 맞추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경훈 지부장, “선동꾼은 모두 외부인”
이경훈 지부장은 지난 3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배포한 ‘연대를 왜곡하는 사회당의 기자회견을 접하고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쟁대위 자리에서도 배포했다. 그는 이 유인물을 통해 외부 세력이 조합원들의 투쟁을 왜곡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외부 세력 색출을 공언한 바 있다.
[출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
때문에 그는 쟁대위 자리에서도 일명 ‘외부세력’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경훈 지부장은 “최근에 우려할 일이 생겼다. 밤에 2라인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확인해 보니 파이프를 창으로 만들어 놓았다. 답답하다. 아름다운 연대라고 하지만 서로 심신이 지쳐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사회당은 사람을 때린다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토로했다.
권우상 울산연대노조 전 사무국장은 지난 29일, 이경훈 지부장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회당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경훈 지부장의 사과를 촉구한 바 있다. 또 비정규직 지회는 신나와 횃불, 창 등이 농성장 내부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이경훈 지부장은 공장 내의 외부인 출입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어떤 통로로 들어왔는지 모르는 언론사 기자들이 공장으로 들어와, 비정규직지회의 요구대로 기자들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강연과 관련해서도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른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때문에 그는 “선동꾼은 모두 외부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현차지부, 비정규직지회의 3주체 교섭요구안과 별개로 합의된 비정규직지회의 농성 사수 입장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지난 11월 26일 결정 사항 이후 (논의 안이)3번째 바뀌었다. 회사는 선 농성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가 버렸다”라며 “누구와 협의해야 하는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주체는 지난달 27일, △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해결 △농성자 고용보장 △비정규직지회 지도부 사내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요구 등을 의제로하는 교섭 방침에 합의했다. 이번 쟁대위에서 역시 위의 교섭방침을 확인하고, 현대자동차 측에 재차 교섭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측은 특별교섭단과의 교섭에 응하지 않으며, 점거파업 해제에 따른 4자간 협의(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정규직지부, 비정규직지회)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30일부터 서울상경투쟁을 진행 중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여명은, 쟁대위 시작 전부터 총파업을 요구하며 피켓팅을 벌이기도 했다. 그들은 ‘총파업이 비정규직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신속하고 강력한 총파업을 결정해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회의를 참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