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9시 현대차 전주공장 트럭2공장 생산라인. 회사는 관리자를 포함한 대체인력 300여명을 투입해 주간조 6시간 부분파업과 야간조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의 현장 출입을 막았다.
오전 10시 대체인력을 몰아내려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회사 관리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비정규직 노동자 여럿이 다쳤다. 한 조합원은 안경을 쓴 채 얼굴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고, 다른 조합원은 회사 관리자에게 발로 밟히면서 허리가 꺾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몸싸움은 정규직 현장위원들의 가세로 일단락됐고, 회사 관리자와 대체인력들은 오후 2시20분께 공장에서 나갔다.
2일에도 같은 양상이 반복됐다. 현대차 정규직 지부 전주위원회는 특근거부와 잔업거부로 비정규직투쟁에 연대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2006년 같은 라인을 점거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때는 일방적으로 끌려나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솔직히 무섭지만 이대로 가면 이도저도 안되기 때문에 붙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정규직지회의 부분파업으로 지난달 현대차 전주공장의 생산률은 84%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 2,3공장 파상파업
지난 11월15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어탈착공정을 점거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울산 1공장은 18일째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2일부터 회사가 12라인을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12라인은 빈 컨베어벨트만 돌고 있다.
1공장에서 농성하지 않는 '비거점 파업' 조합원들은 지회 쟁의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라 2,3공장 파상파업을 벌였다.
지난 17일 오전 2공장 22라인 23반 샤시공정을 기습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대의원, 현장위원들과 함께 회사 관리자, 용역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정규직 지부 대의원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라인은 세 시간 가량 멈춰 섰다.
3공장에서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정규직 대의원, 현장위원들이 함께 18반, 14반 타이어 장착장, 34반 화이널 공정 등 라인을 돌면서 대체투입된 일용 아르바이트생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회사 관리자, 용역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용역직원들은 목장갑에 볼트를 넣어 던지거나 모서리가 날카로운 철제 프레임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마구잡이로 던졌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철제 프레임에 맞아 입술부터 코 밑까지 살이 덜렁거릴 정도로 심하게 찢어져 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받았다.
회사 관리자들과 용역직원들은 파업 조합원들을 끌어내 경찰에 인계했고 현대차비정규직지회 3공장 장병윤 대표가 이날 연행돼 구속됐다.
11월30일에도 2공장에서 대체인력을 몰아내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졌지만 수백명의 회사 관리자와 용역직원들에 무차별 폭행 당해 5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3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투쟁으로 2공장 22라인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1시간 가량 가동을 멈췄다.
2005년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라인 점거 투쟁
5년 전 기아차 화성공장에서도 독자 파업에 들어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용역직원들 사이에 유혈 충돌이 일어났다.
2005년 9월15일, 주야 6시간 파업에 들어간 기아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쏘렌토 차량으로 돌진하고 소방차량으로 물대포를 쏘며 들어오는 회사 관리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9월28일 밤에는 조립1공장에서 용역직원들과 수백명이 뒤엉킨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10월25일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습 전면파업을 벌여 3일동안 조립1공장 점거파업을 벌였다.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2005년 10월25일 쟁대위 확대간부 파업 중에 기습적인 전면파업을 감행했다. 사전 결의가 된 10여명의 동지들이 도장공장 건너편의 철야농성장 부근에 집결해 있다가, 야간 라인 가동 시간(오후 8시30분) 직전인 8시10분에 조립1공장으로 동시에 달려갔고, 용역깡패와의 격전이 있었던 장소에 부품대차와 탁자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 시간 이미 원청 구사대들은 요소요소 대기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를 뚫고 거점 확보에 성공했다.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사흘간 어떠한 탄압과 도발에도 꿋꿋이 우리의 파업투쟁을 사수했다. 그 결과 조립1,2공장과 PDI 공장의 생산이 완전히 중단됐다."
2006년 현대차비정규직노조 대체인력 저지 투쟁
2006년 8월16일 오전 10시 현대차 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노동자들은 반대조 근무자와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 대체인력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회사 관리자들과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화이널라인은 1시간, 1공장 전체 생산공정은 30분 가량 라인이 멈췄다.
2공장에서는 오후 1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22라인은 2시간 동안 완전히 정지했고, 21라인은 76분간 멈춰섰다.
시트2부에서도 주야간 조합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대체인력 저지 투쟁을 벌여 약 50분간 라인이 정지됐고, 4시간 파업 동안 정상조업의 50% 밖에 생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8월25일 노조는 다시 전체 사업부 공동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원청 관리자의 폭력으로 9명의 조합원이 병원에 실려갔다.
30일에도 노조는 2공장 7시간 집중파업을 벌여 2공장 하청업체의 징계위원회를 무산시켰다. 30일 파업에서도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 조합원 3명이 병원에 후송됐고, 한 조합원은 두부외상과 심각한 허리 부상을 입었다.
"하청 파업을 원청이 왜 막나?"
현대차와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대체인력 저지 투쟁에 대한 원청회사의 대응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고등학생들까지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대체인력으로 생산 라인에 투입하고, 관리자와 용역직원들을 총동원해 파업 노동자들을 무차별 폭행, 납치, 감금하는 모습은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투쟁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폭행당한 노동자들은 "현행범"이라며 경찰에 연행되고, 폭행을 가한 용역직원들은 "너희들을 아무리 패도 나는 처벌 안 받는다"며 큰소리치는 현실도 그대로다.
현대차나 기아차 원청회사가 주장하듯이 원청사가 하청 공정을 도급 준 것이라면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사관계에 원청사가 용역직원까지 고용해가며 개입할 까닭이 없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합법 파업을 하면서 불법 대체인력 투입을 막기 위해 생산라인을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원청 관리자와 용역깡패들이 무차별 폭행하면서 탄압하는 것은 원청사가 하청사의 실제적 사용자거나 파견사용사업주라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맞더라도 라인 잡는 투쟁 멈출 수 없다"
'비거점 파업'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맞고 끌려갈 걸 알지만 라인을 계속 잡아야 한다"면서 "1공장에서 농성하는 동지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2,3공장 라인을 잡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차 비정규직 A 조합원은 "관리자와 용역들의 물리적 폭력도 문제지만 평상시에 임금 빼앗고 해고시키는 게 더 큰 폭력 아니냐"며 "맞을수록 유리해진다. 겁 먹지 말고 두들겨 맞더라도 계속 라인에서 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공장 B 조합원은 "오늘 알바 학생 한 명이 일하다 손가락이 끼어 부상을 당했고 안전 문제로 라인이 1시간 가량 섰다"면서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아무래도 불량도 많아지고 산재 위험도 높아지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C 조합원은 "라인 잡는 투쟁이 성공하려면 집행부가 좀더 세밀하게 계획을 잡고 지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며 "바깥에 있는 조합원들 80%는 여전히 씩씩하고 맞더라도 계속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다음 주에도 2,3공장 대체인력 저지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서로의 삶의 질 함께 높이는 투쟁"
기아차비정규직지회 D 활동가는 "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체인력 몰아내기 싸움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한 공정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정규직 조합원들의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결과는 처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 활동가는 "2007년 8월31일 수백명의 구사대들이 회사를 휘젓고 다니며 비정규직들을 폭행했다. 20여명의 특전사전우회가 비정규직 투쟁천막과 정규직 현장조직인 금속노동자의힘 천막을 파괴하고 불을 질렀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100여명을 둘러싸고 온갖 위협과 무시와 모욕을 가했다"면서 "비정규직투쟁에 대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부감과 증오를 갖는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비정규직 E 조합원은 "어느 아주머니가 정몽구 회장이 돈 벌어서 울산에 뿌리는 건 아니지 않냐며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면 울산경제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면서 "이번 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의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해병전우회가 대자보를 붙이고, 정규직 조반장들이 구사대로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은 있지만 2007년 기아차만큼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공장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투쟁을 위해 모금한 게 지금까지 3000만원이 넘었다. 다음 주 다시 시작될 2,3공장 파업에 정규직 동지들이 더 많이 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