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경찰서는 15일 ‘희망버스’ 행사 참가와 관련해 배우 김여진 씨 등 25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 등에게 집단건조물 침입,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법률 위반(미신고 집회, 해산명령 불응)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한진중공업 사측도 김여진 씨 등 참가자 5명을 ‘집단건조물 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측은 신원이 확보된 5명을 먼저 고소하고 사진자료 등을 분석해 신원과 침입사실이 드러나는 사람들을 추가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부산지방경찰청은 한진중공업 파업사태의 공권력 개입을 시사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15일 오후 김철준 차장 주재로 채길용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 등 노조관계자들에 대한 검거계획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찰의 희망버스 탄압은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으며, 이는 ‘2차 희망버스’에 대한 요구로 옮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15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희망의 버스를 탄압하는 정부와 경찰을 규탄하고 시민들을 향해 2차 희망버스를 제안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사업장은 희망버스가 도착하기 전날 이미 용역깡패들로 인해 폭력행위가 난무하는 현장이었고 희망버스 탑승자들은 경찰 대신 현장에 들어가 폭력 없는 장소로 만들었다”며 “이는 경찰의 할 일을 대신한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 오히려 포상해줘야 할 정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우리가 탄 희망버스는 작은 자동차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전체로, 이 희망버스가 요구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폐기와 그 앞잡이인 이명박 정부 폐기”라며 “이 요구를 듣지 않으면 한반도라는 희망버스가 청와대를 향해 돌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에는 ‘날라리 외부세력’으로 희망버스와 동행했던 배우 김여진 씨도 참석했다. 그는 “160일 동안 고공에 매달려 있는 김진숙 님이 보고 싶고 걱정돼 희망버스를 타게 됐다”며 “김진숙 님은 죽어간 세 사람의 동지와 지금 해고를 당하고 있는 동료들 때문에 아흔아홉 번 쓰러지더라도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저는 그분을 위해 조남호 회장님께 아흔아홉 번 아니라 990번이라도 무릎 꿇을 수 있다. 제발 그 사람이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도록 대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여진 씨는 이어 “내게 법적 조치 내려진다면 달게 받겠다”며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걸 그만둘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말해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대할 뜻을 내비췄다.
▲ 배우 김여진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하면 그분한테 가서 그만 내려오시라고 조르고 싶었다. 만약에 그분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제가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한 사람이 고공에 160일을 혼자 있다. 왜 그런지,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 여러분들도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며 울었다. |
이 같은 연대의 마음은 일단 2차 희망버스로 모아질 예정이다. 송경동 시인은 “돈만이 최고인 이 살벌한 착취와 경쟁의 시대를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평화롭고 평등하며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시 2차 희망의 버스를 타기로 했다”며 “6.11 그 밤을 함께 했던 모든 날라리들과 모든 지역의 숨은 양심들”을 향해 185대의 2차 희망버스를 제안했다. 2차 희망버스는 7월 9일 출발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외에도 한진중공업 박창수 열사의 부친과 홍세화 한겨레신문 편집위원,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 안효상 사회당 대표도 참석해 연대의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즉각 철회 및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 △부당한 해고로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한 조남호 회장 처벌 △용역깡패를 동원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선량한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한진중공업 관계자들 처벌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중단 및 폭력과 억압 행위에 대한 경찰청장의 사과 △대통령과 정부가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