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여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한미 FTA관련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23일 공청회가 파행을 맞았으며, 민주당 측은 24일 역시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사실상 한나라당 지도부은 8월에 FTA비준안을 상정하고, 9월에 외통위 의결을 거쳐 10월에 본회의 처리를 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때문에 민주당 측에서는 공청회는 사실상 비준안 상정을 위한 수순밟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FTA재재협상은 비현실적”이라며 여당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김종훈 본부장은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의 포럼에서 “한미에서 비준 절차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민주당의 재재협상 요구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서 그는 “9월 초 개회되는 미국 의회에 FTA 이행법안이 공식 제출되면 인준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 역시 FTA 비준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청회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은 재협상 항목 10개와 보완책 2개를 제시한 ‘10+2 재재협상안’을 발표하고, 여야정 정책협의회에서의 밀도있는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에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철저한 검증 착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 “FTA 찬성하지만, 일방적 재협상은 바로잡아야”
민주당 내의 한미 FTA대책특별위원회 특별 간사를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민주당도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어렵게 전임 정부에서 한미 FTA 균형을 맞춰놨는데, 재협상을 통해 양국의 맞춰진 균형이 일방적으로 한국 국익에 손해를 본 재협상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장은 25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공청회 불참의 이유 역시 밝혔다. 그는 “시민사회나 타 야당이 공청회를 열게 되면 강행처리 절차를 정당화 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원내대표가 공청회 합의를 미루고 여야정 협상을 보다 우선적으로 가속화 시키자는 입장에서 공청회에 불참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측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비준안에 대한 보안대책과, 민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10+2 재재협상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 의장은 “내일 있을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보다 밀도있게 가동시켜 근본적으로 대책과 보안 협상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논의하고 진전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실상 민주당은 지난 8월 17일, 외통위에서 한나라당과 24~25일 한미 FTA 비준안 관련 공청회 개최를 합의한 바 있다. 때문에 당시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의도가 불 보듯 뻔한데도, 제1야당 민주당이 공청회 개최를 합의해 준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 의장은 FTA 재재협상 수위에 대해서도 “지난 20102년 12월에 이뤄진 재협상으로 자동차 분야까지 대폭 후퇴를 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양국의 균형 자체가 깨졌다”며 “근본적으로 한미 FTA와 관련해 전반적인 국익의 균형 맞추기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지난 8월 18일 논평을 통해 “한미 FTA외통위 상정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일관된 입장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며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의 힘을 하나로 집중시켜 한미 FTA저지를 위해 외통위 상정부터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역시 지난 16일 정책이슈브리핑에서 “미국식 FTA는 실질임금의 감소와 양극화, 의료 등의 공공서비스를 무력화 시켜 서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며 “경제위기 속에서 복지국가로 가는 최대의 걸림돌이 될 주권침해의 독소항이 가득한 한미 FTA를 지금 체결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못박았다.
시민사회단체, “국회와 시민사회의 검증과정 거쳐야”
시민사회 역시 한미 FTA 비준안 졸속 강행 중단과, 철저한 검증 착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8개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나라당에 비준동의안 졸속, 강행처리 시도 중단과 검증 작업 착수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한미 FTA협정문 번역 오류와 관련, 재검독 정오표 공개를 촉구했다. 지난 16일, 한미 FTA 야당공동정책협의회는 정부가 한미 FTA 협정문 한글본의 번역 오류를 수정해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에서도 한영문 불일치가 225건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재검독 과정을 거쳤지만, 야당공동정책협의회에서 또 다시 무더기 오류가 발견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시민단체는 정보공개를 텅구했으나, 통상교섭본부장은 오역을 부인하며 정오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때문에 기자회견단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청구를 불응하고, 야당 국회의원들의 공개 요구조차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으며 정무는 당장 재검독 정오표부터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한 지난 11일, 외교통상부가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에서 비공식 심사를 마친 ‘한미 FTA이행법안’에는 ‘미국법률과 한미FTA협정이 저촉, 충돌하는 경우 미국 법이 우선하며, 협정의 어느 규정이나 적용이 미국 법과 상충할 때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명시 돼 있다. 한미 FTA가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거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내법에 우선하는 우리와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한편 1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회는 더 이상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한미 FTA 협정문의 한영문 불일치 문제 검토, 한미 FTA로 인해 제, 개정이 필요한 국내 법령과 자치법규 현황, 한미 FTA와의 상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또한 FTA 시행과 관련된 비용추계의 산정근거를 챙겨보고, 피해 대책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꼼꼼히 따지는 역할 또한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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