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희망버스 달려간 밀양..."원전 백지화"

“송전탑, 핵발전소 필요없다. 생명 지키기 위한 본능적 저항”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이 탈핵을 바라는 노래 '노노노'를 부르고 있다.

“노노노 핵발전소, 노노노 핵싫어! 오 노, 이제그만
노노노 핵폭탄 핵 없는세상, 노노노 핵전쟁 이젠 안돼“

17일 경남 밀양에서 765kv 송전탑 반대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탈핵 희망버스 행사가 열렸다. 밀양 주민들과 탈핵희망버스 참가자 1천여 명은 늦은 7시 밀양 영남루 강변공연장에서 故 이치우 열사 추모문화제를 시작으로 “송전탑 반대, 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이치우 열사는 5년 간 한국전력을 상대로 765kv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송전탑 건설을 강행했다. 그는 결국 지난 1월 16일 분신했다. 밀양을 지나는 송전탑은 건설 예정인 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기의 전력 송전을 위함이다. 지난 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현재 일본은 54기 원전 중 2기만을 가동 중이다.

환하게 비친 영남루 맞은편 공연장은 농사일로 삶의 흔적이 주름에 묻어난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치우 열사의 분신으로 송전탑 문제가 알려지기 전부터 한국전력을 상대로 함께 싸움을 해왔다. 한국전력의 계획대로라면 송전탑은 밀양의 4개 면을 지나간다.

상동면 주민 박상용(61) 씨는 한국전력과 정부의 막무가내 전력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송전탑에서 500m 이내 지역에 살고 있다. 박상용 씨는 “집 1리 근처 산을 다 벌목했다. 마을 주민들은 1시간 걸리는 산에 올라가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고 한국전력 직원들과 싸웠다”고 밝혔다.

  부북면에 사는 박정호 씨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식 전환을 요구했다.

부북면에 사는 박정호(59) 씨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핵 발전 수송과 연관된 문제”라며 밀양 송전탑 문제를 계기로 에너지정책 의식 전환을 주문했다. 이어 “고리 원전 사고 난 후에 에너지 정책 전환하면 늦다”며 “생존권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 저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모 문화제가 끝날 때까지 ‘송전탑 반대, 핵발전 폐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밀성고 1학년 박창민 씨는 “전기공급 하려는 것은 좋은데 (원전) 사고나면 우리나라는 폭삭 망할 것”이라며 “대도시에서 떨어진 촌 사람들 고려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김상영 씨는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소식 이후 밀양 송전탑과 고리 원전 건설에 문제를 느끼고 달려왔다. 그는 “도시에 살아서 전기를 쓸 줄만 알았지 이런 문제를 잘 몰랐다”며 “도시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함께 알고 같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마을 주민 합창단이 '흙에 살리라'를 부르고 있다.

참석자들은 쌀쌀한 날씨와 드문드문 내리는 빗방울에도 아랑곳 않고 “막아내자 송전탑, 핵발전소 집어쳐”를 외치며 늦은 10시 30분까지 문화제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주민들이 마련한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18일 오전부터 부북면 평밭마을에 모여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벌목이 진행된 화악산까지 평화행진을 벌인다. 이어 129번 송전탑 부지에 ‘희망나무’ 200여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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