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식당서 허리춤에 전대 찬 공지영 작가, 즐거운 비명

[포토뉴스] 희망식당 2호점 콩국수 내던 날


콩국수와 보리밥. 이 조촐한 메뉴에 더해진 것은 연대와 지지, 함께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표출되어 나온 것은 돈.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돈이다.


투쟁이 오래갈수록 투쟁기금은 떨어지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먹는 것도 투쟁이 된다. 그래서 희망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노동자들과 투쟁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밥을 먹고 난 후 수줍게 내민 천 원짜리 몇 장, 만 원짜리 몇 장으로 연대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 마음은 차곡차곡 모여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유형무형의 힘이 된다. 무한리필 희망식당 밥값은 단돈 5천 원이다.

  희망식당 2호점 임재춘 쉐프가 국수를 담고 있다.

그래서 지난 10일엔 소설가 공지영 씨가 허리춤에 전대를 찼다. 순수 국산 콩만을 이용해 우려낸 ‘꽃맘두부’ 콩국에 풍덩 하고 들어간 희망식당 2호점(춘삼월) 국수는, 연대의 마음과 화학적 결합을 통해 콩국수를 넘어 돈으로 승화됐고, 공지영 작가의 전대에 들어갔다. 공지영 작가는 희망식당 손님들이 밥값을 낼 때마다 전대를 보여주며 “내 하루 원고료보다 희망식당 호스트로 버는 돈이 더 많다”며 투쟁기금 모이는 맛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종일 뙤약볕 아래서 콩국을 뽑은 꽃맘두부 부부

매주 월요일마다 문을 여는 희망식당 2호점은 이날 공지영 작가,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 이보은 요리연구가의 서빙으로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즐거움이 가득 찼다. 공지영 작가와 백원담 교수는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30년 지기. 이보은 요리연구가와는 2-3년 전부터 트위터에 알게 됐고 절친이 됐다. 세 사람이 홍대 근처 희망식당 춘삼월에 뜨자 이들의 트위터 친구(트친)들도 함께 떴다.

공지영 작자는 한가한 틈을 타 전대에 대충 쌓여 있던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오만 원짜리를 탁자에 놓고 돈 세는 즐거움을 맛봤다. 그리고 희망식당 매출 기록 경신 의욕에 불타 서빙 짬짬이 트친들에게 희망식당 콩국수를 홍보한 결과 희망식당 최고 매출로 이어졌다.

  왼쪽부터 이보은 요리연구가, 백원담 교수, 공지영 작가

이날 밤늦게 서빙을 마친 공지영 작가는 “트위터의 힘이 이렇게 센지 처음 알았다”며 “학생들이 기본 밥값 5천 원에 천 원, 2천 원 더 주고 가실 때 정말 감사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한산한 시간에 혼자 콩국수를 드시고 5만 원을 선 뜻 내고 가시던 분들이었다”고 일일호스트로 받은 감동을 전했다.

  전대에 쌓이는 돈을 세는 공지영 작가

백원담 교수는 “기존처럼 그냥 성금을 내라는 것보다는 밥을 같이 먹는 게 훨씬 연대의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은 요리연구가도 “막상 호스트 일을 해보니 힘은 굉장히 들었다”며 “많이 부족한데도 다들 마음을 먹었다고 하시니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희망식당 콩국수 메뉴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은 세 사람의 호스트 말고도 많다. 하루 두부 장사를 쉬고 두부 제작 차량을 끌고 와 콩 국물을 내준 ‘꽃맘두부’ 부부는 오전 10시부터 종일 뙤약볕 아래서 콩국물을 뽑았다.


희망식당 2호점 쉐프인 임재춘 씨와 순대 씨, 하루 점장을 맡은 이동수 화백 그리고 트위터 등을 통해 설거지를 도우러 온 이들도 희망식당의 주요 구성원들이다.

하지만 희망식당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뭐니 뭐니 해도 밥을 먹으러 온 손님들.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는 콩국수를 먹고 난 후 희망식당 현수막 앞에서 프로레슬러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콩물을 뽑아내는 작업 중인 '꽃맘두부' 부부

희망식당은 2호점 뿐 아니라 매주 일요일 마다 문을 여는 상도역 부근 1호점과 청주의 3호점이 있다. 희망식당은 지난 5월과 6월에 몇몇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수익금을 전달한 바 있다.


  식사를 하고 희망식당 현수막 앞에서 레슬러 포즈를 취하는 프로레슬러 김남훈 씨

  이동수 화백과 김남훈 씨

  백원담 교수(왼쪽)와 공지영 작가(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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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담 , 공지영 , 희망식당 , 이보은 , 꽃맘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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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친

    첫번째 사진보고 깜놀.
    기자가 공지영 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