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현대차 비정규직, 들리지 않는 목소리

“우릴 비정규직으로 내몬건 사회였다”

지난 24일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울산 공장장)는 담화문을 통해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2015년까지 3000명 채용이라는 전향적 제안을 했지만 사내하청노조의 불법행동 때문에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비난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21일 새벽 비정규직 노조와 사측과의 충돌을 두고 ‘죽창 폭력’ ‘급물살 타던 노-사협상 갑작스런 폭력사태로 열룩져 난항’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더욱 매도했다.

“죽창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쌍차, 한진처럼 노조가 무너질 것이다”

[출처: 뉴스셀]
21일 새벽 충돌과정에 있었던 비정규직 해고자 손태호 씨는 당시 충돌과정에서 오른 쪽 눈 위에 7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언론에서 죽창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 그는 억울하다 말했다.

“죽창은 비스듬히 잘라 끝을 뾰족하게 만든게 죽창이고, 당시 우리가 들고있던 대나무는 만장을 맨 깃대였다. 우린 약 400이 조금 넘는 인원이었고 사측에선 약 1000명, 나중엔 더 늘어나 한 3000명까지 있었다. 우린 다급하다보니 만장을 떼고 대나무를 휘둘렀고, 그들과 엉키는 과정에서 나 같은 경우 사측 관리자가 빼앗아 휘두른 대나무에 맞아 다쳤다”

손 씨는 지난 2010년 비정규직 노조 파업에 참여한 이후 징계해고를 당했다. 25일 간 공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그는 비정규직의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얘기했다.

“농성 당시 사측뿐만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이고 정규직 노조고 모조리 우리에게 농성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그들에게 우린 단지 골치덩이였고,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정규직 노조에선 비정규직 노조때문에 협상이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마 이번 협상도 전례대로 무난하게 넘어가려 할 것이다”

“이대로 노동자들이 싸울때 안싸우고 물러서다보면 결국 회사는 현장에 어용노조를 만들려 할 것이다. 항상 같은 순서다. 비정규직 치고, 정규직 치고, 어용노조 만들고. 최근 만도를 봐도 알수 있고, 쌍차나 한진처럼 민주노조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정규직 노조에 실망감 커... 남은 선택은 하나다”

4공장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조합원 이병태(가명) 씨는 현재 정규직 노조에 실망감을 느낀다며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21일 새벽엔 정말 죽을 각오로 공장을 찾았다. 오죽하면 우리가 교섭장에서 문용문 지부장을 막아서고 드러누웠겠는가. 사측이 제시한 비정규직 안이 어떤 내용인지 정규직 노조도 뻔히 알면서 그런 쓰레기안을 받으라니, 같은 노동자끼리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배신감을 많이 느낀다”

“차라리 지난 2010년 파업 당시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우리에게 관심없다는 입장이 분명해보였기 때문에 아예 기대도 안했었다. 하지만 민주노조를 내걸고 나선 이번 지도부는 다를거라 생각하고 믿었었는데 임시대대까지 파행된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이제 정말 우리에게 남은건 죽기살기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난 2010년처럼은 절대 안 끝낼 것이다. 무식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질긴 놈이 이긴다는 진리를 믿고 싸우다 보면 더 많은 인원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지난 24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울산 공장 앞을 찾아온 ‘현대차 울산 포위의 날’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출처: 뉴스셀]

“우릴 비정규직으로 내몬건 사회였다... 우린 일터를 사랑한다”

지난 2010년 파업에 참가해 징계해고를 당한 이은권(가명) 씨는 97년 대학에 입학했다 IMF 경제위기다 닥쳐오자 가정형편을 고려해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 들어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을 시작한 그는 자동차 산업의 현실에 화가난다고 했다.

“98년쯤만해도 현대자동차 공장에선 두발검사를 할 정도로 규제가 엄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나이 어린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욕설이나 심한 장난이 다반사였다. 2003년 비정규직 노조가 생기고 나서야 부당한 대우가 조금씩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폭언폭행보다 우릴 힘든게 하는건 정규직과의 차별대우였다. 공장내에 써클룸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선 공정 내 빈 자리가 생기면 구명을 메꾸기 위해 일을 배정하는 곳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는 누워있는 경우도 많았고, 일에 투입 순서는 항상 비정규직 노동자가 우선이었다.”

“당시 내 주변엔 IMF로 인해 대학을 그만두고 공장을 찾은이가 대다수였다. 자격증을 가진 이들도 많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린 차를 만드는 일에 대한 애정이 있다. 애정이 없다면 이렇게 버티고 싸우지도 않을 것이다. 일터는 친구와 가족, 우리 아이들이 일할 곳이다. 그렇기에 더욱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린 우리의 일터를 사랑한다.”


지난 24일 정규직노조 임시대의원대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무산되면서 논란이 되고있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관한 협상은 비정규직 노조의 참여를 배제한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제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은 25일 아침 ‘현대차 울산 포위의 날’ 정리집회 발언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렇게 달려와주는 동지들이 있기에 희망은 살아있다고 본다. 1200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하나되어 싸울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워가자”며 참가자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기사제휴=뉴스셀)

  지난 24일 '현대차 울산 포위의 날' 참가자들 [출처: 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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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혁적 노동자정치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줄안다. 현시기 현차 비정규직 문제는 따로 분리된게 아니다. 비정규직 투쟁을 힘차게 진행하면서 투쟁속에서 노동자 정치를 모색하자.이제 말이 필요한게 아니다. 행동으로 실천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