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깨진 구 만도사업장...‘창조컨설팅’ 개입 드러나

[복수노조 기획](2) 보쉬전장과 콘티넨탈, 내부는 현장재편 막바지

지난 7월 (주)만도의 직장폐쇄와 복수노조 설립을 전후로, 구 만도 사업장에 창조컨설팅의 ‘노조깨기 시나리오’가 작동됐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7월 27일 이후 (주)만도에는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노조와해, 복수노조 결성이 완료됐다. 이를 전후해 구 만도계열사인 보쉬전장과 콘티넨탈 역시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특히 보쉬전장의 경우 창조컨설팅의 개입이 드러나면서 완성차와 부품사, 창조컨설팅이 중심이 된 노조와해 시나리오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창조컨설팅을 중심으로 현대차와 경총, 노동부와 경찰, 보수언론까지 가세해 금속 자동차부품사업장에 대한 노조와해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지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성기업과 만도의 직장폐쇄에 힘을 싣고 나선 것 역시, ‘노조 파괴 거대 시나리오’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우연일까? 만도 직장폐쇄 날, 콘티넨탈 복수노조 설립
‘창조컨설팅’ 개입 드러난 ‘보쉬전장’

 
(주)만도가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한 7월 27일,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콘티넨탈에는 반장들을 중심으로 한 복수노조가 들어섰다. 콘티넨탈은 (주)만도의 전신인 만도기계 안양공장 전자사업부였던 구 만도 사업장이다.

이보다 앞선 올 2월 22일, 청원군 부용공단에 있는 보쉬전장에도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보쉬전장 역시 만도기계 안양공장 모터사업부였던 구 만도 사업장이다. 이들은 모두 금속노조 사업장으로 98년 만도기계와 함께 정리해고를 겪었으며, 비슷한 단체협약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복수노조 설립 전, 두 사업장 현장에는 직장폐쇄가 단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직장폐쇄가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복수노조 설립 과정에서의 사측의 지배개입 의혹, 복수노조 설립 이후 단협해지와 기존 노조 무력화 흐름은 타 복수노조 사업장의 ‘노조와해’ 절차와 유사했다.

때문에 노동계는 직장폐쇄와 금속노조 탈퇴, 복수노조 설립, 해고, 단협해지 등의 일련의 흐름이 현대차 등의 완성차와 부품사,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합작품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 상신브레이크, KEC, 발레오만도 등 노조깨기에 직접 개입해 왔으며, 만도와 콘티넨탈, 보쉬전장 등의 사업장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보쉬전장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심판 과정에서 창조컨설팅이 사측 대리인으로 나섰다. 보쉬전장은 복수노조 설립 하루 전 지회장을 징계해고했지만,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회장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회사측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보쉬전장 사측의 대리인으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노무사 2명이 포진됐다.


지회 관계자는 “그간 우리를 비롯한 노조 파괴 사업장에서 창조컨설팅 개입 의혹이 있었는데, 실제로 중노위 심판회의 사건을 창조컨설팅이 수임하고 있었다”며 “여러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비슷한 절차로 노조가 와해되고 있는 만큼, 대다수의 사업장에서 사측과 창조컨설팅의 공작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완성차와 부품사, 창조컨설팅이 주축이 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7월 27일 (주)만도가 직장폐쇄를 단행했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날 17시 30분 청와대 주요현안 점검회의에서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데 직장폐쇄를 한다고 한다”며 노조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노동계는 청와대가 사(私)기업의 직장폐쇄까지 실시간으로 비판하며 ‘병풍놀이’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완성차와 부품업체,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작동될 때마다, 정부 까지 합동공세에 나서는 등 자본과 정권의 ‘총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유성기업에 공격적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이 단행된 당시에도, 라디오 연설을 통해 “연봉 7천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 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직장폐쇄에 힘을 싣고 나선 바 있다.

복수노조 이후, 그 사업장엔 무슨 일이?
회사는 차별 교섭으로 ‘제2노조’ 굳히기

 
복수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은 기업노조 설립 직후, 단기간에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이탈하는 공통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조합원 이탈 과정에서 기업노조의 협박과 강요, 회사의 지배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다.

(주)만도의 경우 직장폐쇄 기간에 사측이 중간관리자인 계장들을 불러들였고 이 자리에서 금속노조 탈퇴와 새 노조 가입이 이뤄졌다. 노조 측은 이후 계장들에 의해 차례로 조합원 이탈 작업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장들 위주로 결성된 보쉬전장과 콘티넨탈의 경우, 복수노조 출현과 함께 현장에서는 ‘제2노조로 가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는 제2노조를 중심으로 현장이 재편되는 흐름에 힘을 실었다.
 
보쉬전장지회 관계자는 “지회에 남아있으면 정리해고 인사 일순위에 오르게 된다든지, 성과급에서 차별을 받는다든지 하는 소문이 불거졌다”며 “제2노조 역시 조합원과 개별적으로 만나 지회 탈퇴 공작을 벌였으며 과반수 이상이 제2노조로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쉬전장 사측은 복수노조 설립 하루 전인 21일, 노조의 징계참여권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지회장과 사무장을 징계했다. 지회장은 휴무 건과 연말 성과급지급 건으로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왔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복수노조 설립 이후에는 기존 노조와의 교섭을 해태하고, 제2노조와 단협을 체결하며 현장 재편을 공고히 했다.

지회 관계자는 “회사와 제2노조가 임금 합의를 한 7월 초, 현장에서는 현 지도부가 해고자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며 회사와 금속노조와는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실제로 회사는 제2노조와의 임금교섭을 마무리 지은 이후에도 금속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진행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쉬전장 회사와 제2노조는 7월 20일, 임금 55,000원 인상, 무쟁의 기금 150만원, 복수노조 설립기금 100만원 지급 등의 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지회 관계자는 “이후 제2노조 측은 조인식 전에 다시 제2노조에 가입하면 단협 합의사항을 소급적용하지만, 그때까지 가입하지 않으면 적용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선전했다”며 “제2노조와 사측의 조인식을 기점으로 많은 조합원이 제2노조로 이탈했다”고 전했다.

현재 지회는 금속노조 보쉬전장 지회 조합원이 약 50명, 제2노조 조합원이 약 3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복수노조 설립 이후, 회사가 기존 노조와의 교섭은 해태하면서 제2노조와 단협을 체결해, 현장 재편을 공고히 하는 흐름은 대다수의 복수노조 출현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격적 직장폐쇄가 단행되거나, 직장폐쇄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으로 현장을 위축시킨 뒤 복수노조 설립, 조합원 과반수 확보, 단협해지, 제2노조와의 단협 체결 등으로 현장 재편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다.

공장 문 걸어 잠근 ‘콘티넨탈’
외부와 차단된 현장, ‘현장재편’ 막바지


콘티넨탈 역시 복수노조 설립이후, ‘창구단일화’를 빌미로 기존 노조와의 단협을 해지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등 막바지 현장 재편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콘티넨탈 지회]

콘티넨탈은 노사 교섭 당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회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고, 노조 역시 교섭 요구 당시 유일한 노조였기 때문에 회사 측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7월 13일부터 지회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창구단일화를 거치지 않은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며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동시에 노조가 불법파업과 요구안을 철회하지 않을 시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후 7월 26일, 현장에 직장폐쇄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27일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콘티넨탈 제2노조 역시 반장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금속노조 콘티넨탈 지회는 복수노조 설립 초기부터 ‘복수노조를 설립한 반장들은 과거 노조에 반하는 행위로 제명 경험이 있는 자들’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후 제2노조는 휴가기간을 틈타, 조합원들에게 제2노조 가입을 회유, 협박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입수한 전화 녹취 내용에 따르면, 제2노조를 결성한 A반장은 한 조합원에게 “구당, 신당으로 나눠졌는데 갈아타는 게 어떠냐”며 “노동조합 블랙리스트(가 있어) 그 사람을 불이익 주는데 어떡하려고 그려냐”며 조합원 이탈 작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노조가 설립된 지 2주 만에 350여 명의 조합원 중 210명이 금속노조 탈퇴서를 제출하고, 제2노조로 이탈했다.
 
동시에 회사 측은 복수노조 설립 후, 창구단일화 미이행을 빌미로 기존 노조와 단협을 해지하고 개별교섭에 나섰다.
 
노조 측 관계자는 “창구단일화를 이행하지 않은 귀책사유가 회사에게 있는데도 왜 그 책임을 노동조합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회사는 단일노조여도 노동부 매뉴얼에 따라 창구단일화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법이 아닌 매뉴얼일 뿐이어서 노조는 현재 노동조합활동방해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노조 측이 제기한 가처분 결과에 따라 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만도, 콘티넨탈, 보쉬전장 등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노조 무력화 흐름이 만도 계열사의 ‘내부소통’에 따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박윤종 콘티넨탈지회 지회장은 “콘티넨탈 노무관리팀 이사와 팀장이 모두 만도 출신이며, 이는 다른 구 만도계열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며 “만도를 비롯한 구 만도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내부 소통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노조와 회사 측의 노조 무력화 압박이 거세지면서 박 지회장은 16일간 공장 내부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고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8월 21일부터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의 일체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취재진과 외부인들은 지회사무실조차 출입할 수 없다.
 
박윤종 지회장은 “외부와의 차단을 통해 지회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며 “현장에서 간부들의 선전물 배포나 노조 출입을 막는 등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공영방송 출입은 허용하고 있지만, 이밖의 언론사나 외부인의 출입은 노사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만도와 구 만도사업장 이외에 KEC, 유성 등 복수노조가 설립된 금속 사업장에서의 노조 와해 공작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복수노조 기획](3)에서는 발레오만도와 KEC, 유성 등 복수노조 사업장에서의 사측 지배개입과 현장 재편 현황을 다룰 예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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