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청문회, 회계조작 ·기획부도 의혹 집중 포화

참여정부의 상하이기차 특혜 의혹도...“쌍차사태는 전 ·현 정부의 합작품”

쌍용차 청문회는 쌍용자동차 사측과 안진, 삼정 등 회계법인의 ‘회계조작’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1조3천억 원에 달하던 쌍용차의 자산가치가 단 며칠 만에 7천억 원대로 평가절하되면서 정리해고가 절실한 부실기업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회계조작으로 인한 기획부도, 그리고 이를 통한 정리해고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20일 오전 10시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와 안진, 삼정 회계법인에 회계조작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쌍용차 청문회에 출석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출처: 국회방송 화면 캡쳐]

일부러 매출 줄이고, 자산가치도 평가절하

포문을 연 것은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었다. 은 의원은 “쌍용자동차는 2009년 932억의 만기 회사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며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승인했지만 사실 회사는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의원은 쌍용자동차가 당시 상하이기차로부터 받을 돈이 600억가량 있었고, 미수금 채권이 약 60억 있었다고 밝혔다. 거기다 2천억가량의 대출계획을 수립하고 있었고, 산업은행도 이 대출계획을 제출하면 추가 자금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법정관리 신청 당시 쌍용자동차의 가용자금은 3천300억에 달한다.

은수미 의원은 쌍용자동차가 회계조작을 통해 고의부도를 일으켰다고 추궁을 이어갔다. 2007년 유럽에서 발매 가능한 수준의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한 ‘렉스턴 2 유로’를 개발해 광고까지 했으나 쌍용자동차가 부러 유럽진출을 포기하면서까지 매출을 급감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수미 의원은 또 “쌍용자동차가 직접 한국 감정원에 의뢰한 자산평가에서 1조3천억의 자산가치를 평가받았으면서 정작 법원에 제출한 자산가치는 안진 회계법인이 작성한 8천600억짜리 회계보고서를 최종 채택해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쌍용자동차 사측이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위해 고의부도를 노리고 매출액을 떨어트리고 자산가치를 낮추는 회계조작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있었던 대법관 인사 청문회에서 당시 쌍용차 법정관리를 맡았던 고영환 판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자산가치 평가가 급격히 변화해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은수미 의원이 “직접 실사 의뢰한 한국감정원의 자산평가를 두고 8천600억짜리 자산평가를 채택한 이유”를 묻자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는 “기업회생법은 법원이 선정한 조사기관이 자산가치 평가를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조사기관 삼정KPMG를 믿고 따로 실사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평가절하 보고서도 조작

그러자 이번엔 삼정KPMG이 작성한 자산가치 보고서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은 삼정이 조작된 수치로 기업의 생산성을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삼정KPMG의 보고서가 기업생산성, HPV(시간당 생산 대수)를 산출한 근거로 인용한 경영 컨설트사 ‘올리버 와이먼’의 하버리포트에는 정작 쌍용자동차의 HPV가 기록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하버리포트 원본에는 도요다, 혼다, 포드의 HPV가 기록됐을 뿐 삼정의 보고서처럼 기아와 현대, 쌍용의 HPV는 없다.

삼정KPMG의 윤창규 상무이사는 “쌍용의 HPV는 회사가 제공한 수치를 기록한 것인데 실무자의 실수로 그 출처표기가 명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이사는 이어 “출처표기가 명확하지 못해도 보고서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는 “삼정에 제공한 HPV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사, 기록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협 의원은 “삼정의 보고서에 기록된 HPV 수치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기록한 수치에 불과한데, 이를 마치 유수의 컨설턴트 업체에서 발행한 하버리포트가 제시한 수치처럼 짜고 쳐서 2천6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국민과 법원을 전부 속인 것”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현 정부와 전 정부가 모두 노동자를 버린 것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쌍용자동차 사측과 회계 법인이 공모한 회계조작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현 정부와 전 정부, 상하이기차, 쌍용자동차 사측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상민 의원은 “정리해고가 정당했는지를 살피기 위해 먼저 상하이기차가 받은 특혜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며 참여정부 시절 진행된 상하이기차의 쌍용자동차 인수과정을 되짚었다. 김 의원은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을 통해 “상하이기차가 쌍용자동차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없게 하겠다”는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부품업체인 상하이 기차가 완성차 기업을 인수하면 기술유출이 뻔하다고 모두가 반대했지만 굳이 인수를 시킨 것은 분명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 정부에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리해고에 대해 “일부 종업원을 해고할 때 ‘오죽하면 회사가 해고 하겠냐’고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조직을 위한 길이 아니”라고 발언 한 사실을 언급하며 “현 정부가 막대한 정리해고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쌍용차 사태는) 대량해고로 가해지는 고통이 얼마나 막대한지 드러난 일”이라며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가 국민을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하이기차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추진한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계속 이어졌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상하이기차가 쌍용자동차 인수에 뛰어든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이 어떻게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는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참여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기술유출과 경영악화, 그로인한 회계조작과 정리해고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로 가야

의원들은 줄곧 “이 사태가 하루짜리 청문회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1차로 자료 요청한 13권 중 9권만이 제출됐고, 2차 요청 자료는 거의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요 증인들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면서 “적당히 오늘 하루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를 묵과하지 않고 국정조사 추진과 특위구성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도 “청문회 당일이 돼서야 갑자기 내시경 검사 일정이 잡히고 바빠서 참석 못한다는 통보를 하는 증인들을 고발조치 해야한다”면서 “더 깊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계륜 환경노동위원장도 증인들의 불참에 “적절한 조치를 통해 청문회의 권위를 세울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청문회는 12시, 30분가량 정회 후 14시에 재개됐다. 오후 청문회에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증언으로 나와 옥쇄파업 진압 당시 발생한 폭력,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답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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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빨갱이들

  • 안진

    안진회계법인 이 나쁜 녀석들...
    이놈들이야말로 기생충이고 조직폭력배이다.

    00 이 놈아 빨갱이보고 빨갱이라고 하는 건 욕도 아니다. 병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