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범좌파 대표자 회의, 대선기획단 구성 여부 결정

범좌파 대선대응 토론회, ‘연석회의 참가’ 두고 논란

8개 범좌파 단체가 20일 오후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 선거 공동대응을 위한 범좌파단체 대표자 회의를 26일(수)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26일 대표자 회의에선 대선 공동대응을 위한 기획단 구성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범좌파 단체들이 기획단 구성에 합의하면 오는 10월 13일 전국 활동가 대회 등을 통해 공동 선거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야권연대 반대와 독자 완주를 전제로 대선 노동자민중 독자후보로 대선에 대응하게 된다.

하지만 26일 대표자 회의에서 범좌파 단체들이 모두 결합하는 기획단이 구성될지는 미지수다. 대선 공동대응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교수단체 등 또 다른 노동자민중 후보를 추진하고 있는 ‘노동자민중후보 추대 연석회의’(연석회의)와 따로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활동가대회 조직위원회(활동가대회 조직위), 진보신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사회진보연대,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제안자모임), 좌파노동자회,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노동전선),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야권연대 문제와 연결된 독자후보 완주 문제...연석회의 참가여부 주요 쟁점

범좌파 단체들은 이날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야권연대 반대·완주하는 노동자민중 독자후보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판단하는 ‘대선 공동대응 제안 토론회’에서 대선 공동대응의 기본 방향으로 ‘야권연대 반대·독자 완주’ 기조에 대체로 공감대를 이뤘다.

또한 대선 공동대응을 위한 구체적 쟁점과 해결 과제 등을 확인하고 공동 선거운동본부 구성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공개적인 기획단을 가동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자는 제안에도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 토론회가 목표로 삼았던 기획단 구성까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연석회의가 대선독자후보 완주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기조가 맞지는 않지만, 따로 독자후보를 내는 것에 대한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홍지욱 제안자모임 집행위원장은 “현재 진행되는 연석회의를 포함해 단일한 대선 대응이 안 될 경우 대단히 힘들다는 판단을 한다”며 “공동선대본 구성을 위한 기획단 회의 등에 관해 토론할 수는 있지만, 이에 관한 판단과 결정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 각 단체 대표자회의 테이블을 공식화해서 저희가 가진 이견을 다시 밝히고 토론도 해본 후 결정하자”고 최종 제안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공동토론 주최자인 제안자 모임이 제기한 이견은 어차피 대표자 회의를 열고 논의를 해야 한다”며 “26일, 오늘 논의한 기조에 동의하는 단체들까지 확장해 1차로 대표자들이 모여 기획단 구성부터 향후 어떤 방안과 일정으로 대선을 논의하고 준비할지를 결정하자”고 정리했다.


제안자모임, “연석회의와 함께 대선 공동대응해야 유의미”

이날 토론회 핵심 주제는 야권연대 반대와 대선후보 독자 완주였다. 두 가지 기조에 큰 이견은 없었지만 연석회의와 함께 독자후보 전술을 할 것인지는 계속 쟁점으로 남았다.

연석회의가 민주연립정부는 반대하면서도 후보 사퇴 가능성을 열어놓아 막판 정책연합 형태의 야권 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좌파단체들이 의구심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택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은 운영위원장은 “노동자 독자완주 후보는 우리 목표가 아니라 대선 투쟁을 하기 위한 출발이자 전제일 뿐”이라며 “이번 대선 투쟁이 무엇을 요구로 한 투쟁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야기를 빼놓은 채 완주냐 아니냐는 우리를 공론(空論)에 빠트릴 것”이라고 밝혔다.

허영구 좌파노동자회 상임대표는 “독자후보 전술의 핵심은 자본주의 질서, 금융 자본주의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라며 “김대중 정권부터 2천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구속됐고, 많은 노동자가 분신하고 맞아 죽었다. 박근혜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다르지 않은데 완주한다는 것이 죄인이고 역적일 수는 없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얘기하는 좌파진영이 왜 그런 걱정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일섭 활동가대회 조직위 공동소집권자도 “야권연대와 독자후보 전술이 왜 화두가 되는지 의문이다. 야권연대는 필연적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독자후보 전술이 아닌 사퇴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것은 야권연대의 빌미를 주고 그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박성인 사노위 정치교육위원장도 “야권연대 문제는 단순하게 이번 대선에서 정세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의 역사에서 확인된 역사성을 가진 문제”라며 “밑으로부터 투쟁에서 우리 요구를 정치적으로 집약시키고 2013년 이후 투쟁을 어떻게 해 나갈지를 이번 선거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토론회 주최 단체들 사이에도 연석회의를 범좌파 단체들의 기조로 견인하고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는 반론이 존재했다.

안효상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논리적으로는 저희 공식입장인 연립정부 반대가 야권연대 자체에 대한 배제는 아니나, 내용적으로 보면 자신의 독자적 의제를 가진 후보가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야권연대를 배제한 것”이라며 “현재 정치 지형 내에서 민감하게 잠복된 문제고 이 문제는 좀 더 논의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은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의 지배계급이라는 인식에 모두 공유하고, 우리의 적과 연대는 맞지 않다”면서도 “연석회의가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연석회의와 통합적으로 가자는 의견도 조직내부에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홍지욱 제안자 모임 집행위원장은 “제안자 모임은 야권연대 반대와 독자완주를 기본으로 공동대응을 하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도 “공동대응의 위상에 걸맞게, 야권연대 반대.독자완주 기준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하나의 공동대응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반면 플로어에 참가한 김은주 좌파노동자회 회원은 “야권연대와 독자완주는 한몸으로, 진보신당 시절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중도 사퇴하고 신자유주의자인 유시민을 지지하고, 이후 참여당과 통합했던 역사적 원죄가 있다”며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현장의 불신과 의심이 있다. 좌파 공동대응 기구 참가와 연석회의 참가는 양자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은주 회원은 “연석회의 참가자 면면을 보면 대놓고 야권연대를 실현하자는 전직 민노당 국회의원들까지 있다”며 “연석회의와 좌파 공동대응은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를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고민택 운영위원장은 “연석회의는 진보대통합 시즌 2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연석회의 내용을 보면 우리 입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우선 우리 흐름을 정형화하고, 연석회의를 지켜보면서 우리 안에 동의하면 같이 갈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석회의, “노동좌파 참여, 통진당 탈당파 중심 대선판짜기 차단”

이날 플로어엔 연석회의를 주도하는 이도흠 민교협 공동의장도 참석했다. 이도흠 의장은 “노동좌파가 연석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연석회의는 의미가 없다”며 “지금 구성원을 보면 좌파와 거리를 두는 것 같지만 저희는 철저히 노동좌파 중심으로 끌고 간다는 기조”라고 범좌파 단체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이도흠 의장은 “21일 연석회의 회의에서 독자후보 완주와 야권연대 거부 쪽으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저희의 목표는 반 야권연대가 목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체제 극복이다. 이번 선거가 박빙일 텐데 우리가 야권연대를 카드로 활용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흠 의장은 이어 “비정규직 철폐나, 노동악법 철폐 등을 받아들인다면 거부할 수 없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라며 “신자유주의 체제 극복의 길이 열린다면, 그것까지 봉쇄해 4~5년간 비정규직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감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김세균 진보적교수연구자모임 대표는 “이 시점에서 좌파단체들의 연석회의 참가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어쨌든 좌파단위가 합의를 만들어내고 일치된 방침으로 대선국면에 임해주시고, 이 운동이 좌파들만의 리그가 아닌 진보·민중운동을 주도하는 흐름을 만들자는 고민을 한다면 연석회의를 적극 견인해서 여러분 운동을 지지하도록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세균 교수는 이어 “노동좌파의 연석회의 참가는 새진보정당 추진위(통진당 탈당파) 중심으로 대선 판짜기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