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노조 때려잡아야” 노조파괴 회의

현정은 등 현대그룹 핵심인사들 '노조파괴' 녹취파일 공개돼

7일 오전 진보정의당과 현대증권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월 26일 강남 아셈타워 한 회의실에서 열린 ‘현대그룹의 노동조합 파괴를 위한 비밀 작전회의’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노조파괴를 지시하는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인사’의 존재와 지시사항 등이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 회의는 현대그릅 계열사 사장단 회의로, 녹취파일엔 현대그룹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인사들과 계열사 사장들이 현대증권노조 파괴 작전을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논의된 내용은 노조선거 개입, 파업 및 농성 유도, 노조위원장 제거 등 ‘사전작업과 내부작전 실행팀 구성, 노조파괴 실행계획’의 구체적 시나리오 등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한 인사에게 노조파괴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건의하고 지시를 받는 내용도 담겼다.

정의당과 현대증권노조는 “현정은 회장이 ‘노조 조합원들의 의심을 잠재워야 한다’며 자신의 명의로 전 직원에게 ‘현대증권 매각은 없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고 이 회의를 주재한 ‘대표님’에게 건의했다”며 “‘대표님’이 ‘그렇게 추진하라’고 지시하는 내용도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밝혔다.

이날 지시한 내용은 다음 날인 9월 27일 현정은 회장 명의로 실제 전 직원에게 발송된 바 있다. 또한 현대증권 내부에 본격적인 노조 대응 TFT를 만들라는 지시에 따라, 2012년 11월 1일 기업문화팀이라는 사내 여론몰이와 노조 파괴를 위한 전담 부서를 만들기도 했다.

녹취파일에는 또 “민경윤(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을 때려잡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살리면 안 된다. (노조) 불씨가 살아난다”, “내일부터 전쟁을 하자”는 등의 말도 있었다.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현대그룹 내부의 부정과 비리의 온상지였지만, 현대그룹에 아무런 직책도 없고 관련도 없는 사람”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에 대한 책임 등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했던 노조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노조파괴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기밀사항, ‘대표님’에게 보고

녹취파일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현대그룹 이백훈 전무와 이남용 전무, 현대그룹 CFO인 김현겸 상무는 현대그룹의 유상증자 계획 및 자금운용 등에 관한 기밀사항을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누군가’에게 보고하고 업무지시를 받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저축은행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도 매우 상세하게 입장을 이 인사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싱가포르 현지법인이 노동조합의 저항으로 투자의 길이 막히자, 노동조합의 눈을 피해 홍콩현지법인의 유상증자를 통해 1천억~1천500억 원 규모의 해외자산운용사를 인수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회사 내부 위임전결규정도 완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를 두고 현대증권 노조는 “현재 현대증권이 해외자산운용이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단지 해외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에게 합법을 가장하여 자문수수료 형식으로 수십억 원을 전달하기 위한 범죄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와 관련된 증거자료는 노동조합이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현정은 회장까지 조정하며 계열사 사장들을 지배하고 있었다”며 “현대그룹과 현대증권 경영에 깊숙이 개입해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며,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상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고 폭로했다.

이날 현대그룹의 노조파괴 음모 녹취록 공개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는 “대한민국 노동권이 어떠한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며 현대그룹 측에 △최고책임자의 대국민 사과 △노조파괴 기획 및 실행 담당자들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 등을 요구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든 대선후보가 이 엄중한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증권노조는 노조파괴 비밀 작전회의에 참석한 관련자들을 불법부당행위로 고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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