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바꿔치기·투표 조기 종료... 막 나가는 대학선거

대학 민주주의 못 지키는 20대, 대선 캐스팅보트 가능할까?

20대다. 박근혜, 문재인 누구랄 것 없이 12월 19일 투표장으로 향할 20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선거인 수 집계 현황을 보면 대선 유권자 4,052만 6,767명 가운데 2030 유권자는 38.7%로 2007년 17대 대선보다 5.8% 줄어들었다.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는 40%로 5.5% 증가했다.

선거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줄어든 만큼 이들의 투표율이 2002년 대선보다 높아야 야권의 승리가 가능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당선되었던 2002년 16대 대선의 20대 투표율은 56.6%였고, 17대 대선에서는 47%였다. 야권은 특히 20대 투표율이 60%를 넘기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포 세대 20대는 어느덧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무시할 수 없는 세대로 우뚝 섰다.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 파행 잇달아
서울대 투표율 미달... 부산외대 투표함 바꿔치기


  부산외대 투표함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한 페이스북 제보사진 [출처: 뉴스민]

하지만 20대의 선거의식과 정치의식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는 올해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는 각종 파행과 논란으로 얼룩졌다.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의 선거의식과 정치의식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무산, 부산외대 투표함 바꿔치기 사건, 성균관대 선거 파행, 경북대 선거 파행 등의 사건에서 낙제점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월 20일부터 나흘 동안 치러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27.28%로 선거 성사 기준인 50%를 넘지 못해 무산됐다. 특히 투표율이 투표시간 연장기준(32%)에도 미치지 못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최저투표율로 선거가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서울대는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인문대, 사회대, 농생대, 공대 등 상당수 단과대 선거 역시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다.

또 부산외대에서는 과거 유신 독재 시절로 회귀한 듯한 기시감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치러진 부산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현 총학생회 집행부가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함 일부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는 교직원, 교수, 학생 대표기구에서 각 2명씩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진상조사에 나서 현 총학생회 간부들로부터 “아끼는 후배들의 당선이 힘들 것 같아서 투표함을 교체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총학생회 선거 파행
인문대, 사회대, 법대 등 단대에서도 선거 논란


대구경북 지역 거점 국립대학인 경북대에서도 선거 파행은 일어났다. 지난 27일부터 진행된 경북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입후보한 선거운동본부(선본) 중 한 선본이 선관위의 징계조치로 후보등록이 취소되어 단선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후보 등록이 취소된 선본이 징계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재 후보 등록이 취소된 선본은 ‘2013 경북대 총학선거 후보 박탈 무효,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후보 등록이 취소된 선본은 ‘2013 경북대 총학선거 후보 박탈 무효, 진상규명’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뉴스민]

경북대 단과대 선거의 경우에도 크고 작은 선거세칙 위반과 불법선거운동 정황이 드러났다. 인문대 학생회 선거의 경우 선거를 관리 감독하는 선거관리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경북대 인문대 선거 세칙 제7조(위원장)는 “(선거관리위원장은) 각 과 회장 중에 호선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번 선거관리위원장은 12학번 새내기로 인문대 현 학생회 집행부가 임의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선관위는 투표율 50%가 넘지 않자 30일까지 투표를 연장 실시했다. 선관위는 30일 오후 1시 30분경 투표율이 50%를 넘기자 투표를 종료했다. 하지만 선거 세칙 23조는 “투표는 선거일 08:00에 개시하여 19:00에 종료한다”고 되어 있어 결론적으로 투표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되었다. 선거가 단 6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어서 투표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관위원장 인선 문제는 사회대에서도 발생했다. 사회대의 경우 선관위원장을 사회대 학생대표자회의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관위원장은 대표자회의 없이 사회대 학생회장의 추천으로 결정됐다. 법과대에서는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됐다. 법과대 선거관리위원회는 현 집행부와 입후보한 선본(단선)에 선거인명부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행부와 선본은 제공받은 선거인명부의 개인연락처를 이용해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대 재학생(25)은 “선관위원들이 기본적인 단대 세칙도 모르고 선거를 치렀다는 문제가 있다. 선관위원들이 절차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고 그렇다면 선거를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관위원장이 선출되는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 대표자들의 몰인식도 이번 사태를 불러온 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문제 제기는커녕, 쉬쉬하고 선거 성사에만 급급하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내 삶을 결정짓는 대선과 총학 선거는 달라”
“현실 정치가 희망과 매력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


각 대학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20대의 선거, 정치의식에 의문을 품기에 충분하지만 이를 꼭 20대의 문제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총학선거가 무산된 서울대 재학생 서승일(25) 씨는 “학생회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번 선거에도 투표했다”면서 “아무래도 올해는 대선 때문에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이 선거가 무산된 요인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 씨는 “과거와 같이 학생회가 지금 당장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지만, 대선은 다르다”며 “20대도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 삶이 어떻게 변할지에 관심이 있다. 총학선거를 두고 20대의 정치의식을 판단하는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학)는 각급 대학에서 벌어진 투표율 미달, 선거 파행 등에 대해서 “20대가 역사적으로 사회, 정치 문제에 민감하고 개혁적인 건 사실”이라며 “지금 와서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회, 정치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봤을 때 현실 정치가 희망이 없고 매력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20대 전반의 정치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 교수는 “80년대 이후 20대가 중심이 되어 변혁을 이루었고, 그 결과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민주화도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병폐가 남아있다”며 “지금의 사회가 20대에게 정치, 사회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악습이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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