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쌍용차 노사 합의 고려 없이 판결”

쌍용차지부 간부 해고무효 소송 기각...‘부당판결’ 비판

2009년 대량 정리해고로 촉발된 점거파업을 주도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들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76일째 고공농성중인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도 항소의사를 밝혔다.

수원지법 민사9부(부장판사 함종식)는 1일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 등 10명이 쌍용차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실시하는 정리해고를 원고들이 속한 노조가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것은 정리해고에 관한 피고의 권한을 부정하고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사측이 징계절차를 어겼다는 원고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제시된 증거들을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들이 속한 노조에 징계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며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노조가 이를 무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사측이 징계 절차를 어긴 것 뿐만 아니라 2009년 파업 뒤 노사 합의서를 법원이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고 있다.

김상은 새날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고무효확인 소송이 기각된 10명 중 일부는 구치소에 있어 징계위원회 참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단체협약에 보장된 내용을 적용받지도 못했고, 심지어 법원측은 기업노조가 생겼기 때문에 노조 간부가 아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상은 변호사는 또 “10명 중 일부는 점거 파업 중간에 이탈했는데, 법원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파업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으로 판결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상은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2009년 파업의 결과로 맺은 노사 대타협(8.6노사대타협)을 법원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판결했다고 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8.6대타협에 의하면 48%를 무급휴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했는데, 그런 정신에서 본다면 52%에 속하는 정리해고자도 아닌 조합원 44명이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복귀하지 못했던 무급휴직자도 복귀하는 마당에 벌어진 법원의 판결을 8.6대타협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3일 논평을 내고 법원 판결에 “유감”이라며 “쌍용차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고 쟁의행위 정당성을 좁힌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재차 “쌍용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발생한 의혹과 조작을 정당화하고,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정리해고를 사용자의 경영권 문제로만 간주하여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재판부의 판단에 큰 유감을 표한다”며 “차후 항소심에서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현재 한국 법원은 정리해고 반대를 원칙적으로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대법원 판례(2001도3380 판결 등)에서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판시를 한다”며 “바로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상하이 자동차의 회계조작과 기획부도 의혹, 그 과정에 개입한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 등 합리적 이유 없이 불순하게 추진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그런데도 법원은 이 판결에서 쌍용차 정리해고를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실시된 것으로 정당화하고, 이를 막기 위한 쌍용차 노조의 활동을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불법파업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쌍용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드러난 무수한 의혹과 문제점들을 덮고 이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명백히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협소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단체행동권은 노동자가 단결해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사측에게 비대칭적으로 치우친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다. 헌법에 기초한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범죄시하여, 그 결과 빚어진 사측의 손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헌법 정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정리해고와 같이 노동자의 생존권에 직결된 사항은 경영권과 관련이 있더라도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으로 포함되어야 함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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