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리해고 요건 강화 권고...법개정 필요

“권고 긍정적이나 해고 근거인 경영악화 기준 불분명”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는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근로자 중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정리해고자들은 심리적, 경제적으로 악화된 삶의 조건에서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이번 권고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대규모 정리해고는 노동분쟁을 야기하고 해고대상자나 그 가족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정리해고자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요건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이 큰 부담 없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관련해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삭감을 정당한 정리해고로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큰 법적 부담 없이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 상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용어의 뜻을 구체화할 것 △해고된 근로자에 대한 우선 재고용시,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같은 업무’를 ‘관련이 있는 업무’로 확대하여 재고용할 수 있도록 할 것 △근로자측과 사용자측 요소가 모두 반영된 해고대상자 선정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 △정리해고자들의 생계안정을 위해 ‘해고보상제’ 도입 등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해고자들의 생계안정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이어 현행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 대상자의 선정기준에 대해 특별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점과 관련해,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시 공정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근로자측 요소(연령, 근속기간, 부양의무, 재산상태, 건강상태 등)’와 ‘사용자측 요소(근무성적, 업무능력, 징계전력 등)’를 모두 고려한 대상자 선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리해고시 해고회피노력에 대해서도 현행 근로기준법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해고회피노력의 내용에 관하여 예시적으로 열거하는 입법안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기에는 근로시간 단축, 순환 휴업, 배치전환 등이 기본적으로 고려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인권위는 “불가피하게 정리해고 된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도 병행되어야 그 사회적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종합적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전국금속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권고 내용 자체는 긍정적이나 사측이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는 근거가 도산할 정도인지 밝히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경영악화를 판단하는 근거가 불분명해 주관적인 판단으로 정리해고 하는 게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사측의 해고회피노력과 관련해서도 “실제 사측이 해고회피노력의 방안 중 하나로 희망퇴직을 이용하는데,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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