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 자살...휴업자 신분, 우울증 앓아

29일 오후 사망, 한진중공업지회 “희생자로 규정, 노동조합장 치를 것”

지난 29일, 또 한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까지 한진중공업에서는 1991년 박창수 열사, 2003년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 2012년 최강서 열사 등 모두 다섯 명의 노동자가 노동문제로 의문사 하거나 자살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따르면, 김 모(53) 조합원은 29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의 시신은 현재 부산의료원 영안실에 안치 돼 있다. 김 씨의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 아들이 있다.

김 씨는 1980년 10월에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다 2011년 정리해고를 당했으며 복직 합의 이후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못한 채 휴직자 생활을 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특히 김 씨는 2003년 김주익 열사가 크레인 농성 이후 사망했을 당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장은 “김주익 열사 사망 이후, 김 조합원은 극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며 “이후 2011년 정리해고를 당했고, 정리해고 투쟁이 끝난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하지만 또 다시 같은 부서에 있었던 최강서 열사가 사망했고, 이에 대한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지회에서는 최강서 열사 투쟁에 합류하는 것을 만류했으나 김 조합원은 집회에 참석하는 등 투쟁에 참여해 왔다”며 “최강서 열사 투쟁이 끝난 이후는 1년간 장기휴업 상태에 들어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것도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한진중공업 노사는 최강서 열사 대책과 함께 휴업자 문제에도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김 씨와 같은 휴업자 100여 명은 아직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휴업자들은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은 그동안 노조 탄압과 정리해고 등에 시달리다 자살한 김 씨를 ‘희생자’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12월 2일 오전 5시이며, 오전 6시에는 한진중공업 지회에 들른 뒤 화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성호 지회장은 “한진중공업 사측은 노사 합의를 불이행하며, 아직까지 휴직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으며, 기업노조와의 차별도 여전히 개선하지 않고 있다”며 “유족들의 의사를 존중해 장례를 치러 나가겠지만, 김 조합원을 희생자로 규정한 만큼 회사 측에 김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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