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국토위, ‘철도파업’ 논의 입 뻥끗 못한 채 파행

새누리당과 서승환 국토부 장관,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구성 요구 거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철도 파업 해결은 고사하고, 안건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회의 파행을 맞았다. 여야는 안건 진행 순서를 둘러싸고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으며, 결국 여야 의원들의 고성에 묻혀 철도 파업과 관련한 논의는 진행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위 위원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철도 파업 사태와 관련한 보고 자체를 거부해 야당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 야당 의원들은 서 장관이 국회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는 응답하라" 철도파업 승리 철도민영화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친 철도노동자들 비롯한 참가자들이 국회를 향해 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국토위, ‘철도파업 해결’은 커녕...안건 순서로 대립하다 파행

국토교통위원회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철도 파업 현황 및 대책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 간사 간에 의사일정 순서가 합의되지 않으면서 회의는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 의결을 먼저 진행할 것을 요구했으며, 민주당은 현재 시급한 문제인 철도 파업 사태와 관련한 논의를 먼저 다루자고 맞섰다.

결국 여야가 의사진행 일정과 관련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주승용 국토위 위원장은 “애초 양당 간사가 협의한 것은, 오늘 이 회의는 법안 의결 회의가 아닌 철도 파업 대책을 위한 상임위”라며 “철도 파업이 9일째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국회가 빨리 파업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철도 파업 관련한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노조의 대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등의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승용 위원장이 서승환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이 서 장관에게 “나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이 서승환 장관에게 철도 파업 사태와 관련해 보고할 것을 재차 요구하자, 서 장관은 “회의 일정에 대해 합의해 달라”며 발언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국토위 위원장으로서 장관에게 보고하라고 했는데 보고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위원장을 무시하는 거냐”며 서 장관을 질타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 역시 “위원장께서 안건을 상정했고, 이 상태에서 국토부 장관에게 보고를 요구했는데 이를 못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의 권위가 이것 밖에 안되나. 장관은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결국 회의는 장장 6시간 동안 안건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정회를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은 “백령도에 북한 삐라 500장이 뿌려져 국민들이 불안해하며 국회의원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다”며 “빨리 택시 법안 통과시키고 백령도로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걸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과 서승환 국토부 장관,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구성 요구 거부

민주당은 이번 국토위 전체 회의에서 철도 파업 해결을 위한 민영화 방지 법안 마련과,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소위원회 구성을 제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철도 파업 사태 해결은 더욱 더뎌지게 됐다.

주승용 위원장은 “9일 째 사상 초유의 철도 파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와 노조가 해결을 못하고 있으니 이제 국회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하지 않나”며 “노조는 민영화 전 단계라고 하고,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만드는 국회가 민영화가 아니라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주면 파업은 끝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국토위가) 매일 전체위원회를 열지 못하니까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소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 아니냐. 소위 구성 정도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제안이 민주노총과의 합의에서 나온 내용이라며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은 “철도노조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파업 당사자인 철도노조가 아닌 민주노총과 합의한 사항을 국토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상임위를 들러리 세우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서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노총의 합의사항이 전제에 깔려 있어 문제가 꼬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 역시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소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야당의 안은 여당으로서는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철도 파업과 관련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요구한 것은 노조의 입장과 유사하다. 또한 민주당의 소위원회 구성 요구 역시 노조의 입장과 유사하다. 민주당 입장은 노조 입장을 두둔한 쪽으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새누리당은 노조 파업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의견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소위원회 구성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 역시 소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승용 위원장이 “국토부에서는 소위구성을 통한 민영화 반대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소위 구성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면서 간단한 입법조차 못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갈등 구조가 있을 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토위에서 소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는데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조차 철도 파업 사태해결을 견인하지 못하면서, 이후 철도 파업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날 민주노총은 오전 11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국회는 응답하라, 철도파업 승리, 철도민영화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국회와 정부에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 이사회 결의 철회 △국토부 면허 발급 중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발전소위(가칭)’ 구성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철회 등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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