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만 명, ECB 항의...“채권단 위한 그림자 정부”

ECB 신청사 개관일에 맞춰 시위...200명 부상, 350명 연행

유럽중앙은행(ECB)이 들어선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항의 시위로 아수라장이 됐다.

18일(현지시각) ECB 신청사 개관식을 계기로 긴축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조직된 이날 시위는 유럽 90여 개 사회, 노동, 정치 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블록큐파이(Blockupy)가 주최했다. 독일 <노이에스도이칠란트>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른 아침부터 격렬한 시위를 벌여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 도중 약 350명이 연행됐으며, 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트로이카(EU, ECB, IMF)의 성원으로 남유럽에 긴축을 강제한 ECB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함께했다. 이번 주 초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ECB가 그리스에 대해 부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어떠한 재량도 주지 않아 이 나라를 질식하게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신청사를 세우는 데 쓴 값비싼 건축비도 문제가 됐다. 건축비는 애초 9억 달러로 책정됐지만 13억 달러로 불어났다.

[출처: 노이에스도이칠란트 화면캡처]

본 집회 전부터 프랑크푸르트 도심에서는 시위대 일부와 경찰이 격렬하게 대치했다. 각국에서 온 전투적인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독일 정부와 이들이 추동한 긴축 정책에 항의했다. 경찰 측에 따르면, 시위대는 쇼핑 거리로 나가 경찰서를 공격하고 경찰차량 3대를 방화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심에 위치한 모든 교차로에서 쓰레기통, 자동차 타이어, 차량이 불에 탔고, 시위대는 소방대와 시가 전차에도 돌을 던졌다. 1km가 넘는 차단막으로 봉쇄된 ECB 신청사에서도 시위대 일부가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물대포, 페퍼스프레이와 곤봉을 투입해 저항하는 이들을 제지했으며, 대테러부대가 복면을 쓴 이들을 추격했다. 이날 투입된 경찰력은 약 1만 명으로, 프랑크푸르트 역사상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본 집회와 행진 시위에는 2만 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해 대대적인 항의 행동을 벌였다. 사람들은 “ECB 정책은 남유럽 민중에 대한 폭력”, “슬픔은 그만, 국경을 넘은 연대”, “시리자, 포데모스 승리를”, “행동할 시간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EU의 정책을 비판했다.

집회에서는 유명한 좌파 활동가들이 연사로 참가해 발언했다. 반세계화 활동가로 유명한 나오미 클라인은 “너희(자본가)는 자동차를 연소하는 게 아니라 이 행성을 태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좌파당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방의원은 “ECB는 EU에서 가장 강력한 기구”라면서 “이는 우리 돈을 지배하며 비민주적인 그림자 정부”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포데모스 대표단도 참가해 사람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ECB, 선출된 그리스 정부 가로막아

울리히 빌켄 블록큐파이 활동가는 “그리스 정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ECB는 이 정부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우리는 긴축 정책의 종식을 원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활동가는 “정부가 동원한 경찰을 보면 흑녹연정이 대화를 원한다는 말은 그저 홍보 수단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경찰의 위협과 ECB의 방향 전환은 정치적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드라기 ECB총재는 이날 개막 연설에서 “유로존은 일부 나라가 다른 나라를 위해 지속적으로 돈을 대야 하는 종류의 정치적 연합이 아니”라면서 “나라들은 그 자신의 발로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큐파이는 유럽의 다양한 사회운동 및 노동조합과 정당들의 네트워크로, 긴축정책을 극복하고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연대를 세우기 위한 조직이다. 독일 ATTAC(금융거래과세연합), 좌파당, 오큐파이 프랑크푸르트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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