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깊은 성찰의 시간 갖겠다”…성추행 김종철 대표 직위해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입장문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해”

[출처: 정의당]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사건으로 25일 당 대표직에서 직위해제됐다. 사건을 조사한 정의당은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라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경과와 김종철 대표 직위해제 결정을 발표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됐다. 지난 1월 15일 발생한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다.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다”라고 알렸다.

배 부대표는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다. 가해자인 김종철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라며 “오늘 열린 정의당 대표단 회의에서는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은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이 사안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당 차원에서 성인지감수성을 견지하고 성실하게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라고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더불어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 가해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엄중한 처리지침을 갖고 해결해 나갈 것이다. 또한 향후 2차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며,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과 같은 2차 피해 발생 시 그 누구라도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징계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장혜영 의원 “정치적 동지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 실로 커”

당 차원의 긴급기자회견 이후 장혜영 의원도 입장문을 발표했다. 장 의원은 25일 오전 “이 글을 통해 제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을 밝힌다”라며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 또한 훼손당한 인간적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저는 다른 여러 공포와 불안을 마주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설령 가해자가 당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공론화 이유를 설명했다.

장 의원은 또 “피해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다”라며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장 의원은 ‘피해자다움’도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속으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토론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했다. 사람들은 저의 피해를 눈치채지 못했다. 피해자의 정해진 모습은 없다. 그저 수많은 ‘피해’가 있을 뿐이다. 피해자는 여러분 곁에 평범하게 존재하는 모든 여성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현재 일어나는 성범죄의 98%가 남성들로부터 저질러지며 그 피해자의 93%는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다”라며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자신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점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김종철 전 대표 또한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전 대표는 “용서받지 못할 제 성추행 가해행위로 인해 피해자는 너무도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했다.

그는 “제가 지금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가 힘들다. 향후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저의 성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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