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 <차이트>, <알베베24(rbb24)>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실시된 베를린 대기업 부동산 사회화 주민투표 90% 집계 결과, 유권자의 56.4%가 찬성을 선택했다. 반대는 39.0%에 그쳤다.
▲ <차이트> 화면캡처 |
26일 베를린에서는 임대주택 3천 채 이상을 소유한 민간주택회사가 보유한 임대주택을 수용하자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찬성을 선택했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베를린에 위치한 약 11개 거대 민간주택회사가 영향을 받게 된다. 수용돼야 하는 주택 규모는 약 24만 채로 베를린에 위치한 약 150만 개의 임대주택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주민투표 발의단체(deutsche wohnen & co enteignen)는 법안을 표결에 부친 것이 아니라 베를린시정부(Senat)가 이를 처리하도록 요구한 것이어서, 향후 시는 주민투표 결과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다만 앞서 주민투표 발의단체는 부동산 대기업 사회화 법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3천 채 이상 보유한 민간주택회사의 임대주택을 공동소유로 이전하고, ‘게마인굿 보넨(공공주거)’이라는 이름의 공공기관을 신설해 이를 세입자 다수가 민주적 참여하여 관리, 운영하도록 한다. 대기업에 대한 보상 총액은 약 100억 유로(약 13조6천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40년 만기 채권으로 보상돼야 한다. 법안은 재민영화 역시 금지한다.
발의단체는 이번 주민투표를 독일 헌법 제15조를 근거로 민간이 소유한 주택을 공공의 이해에 따라 수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 헌법 제15조는 “토지와 천연자원, 생산수단은 보상의 종류와 정도를 규제하는 법률에 의해 사회화 목적으로 공동 소유 또는 다른 형태의 공공 사업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러나 베를린 시정부 내에서의 입법 과정이나 반대 단체들의 소송 등에 따라 투표 결과가 현실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를린 부동산 사회화 주민투표 운동은 2018년 시작됐으며, 지난 6월 25일 베를린시정부에 최종 35만 명의 서명을 제출해 성사됐다. 이는 주민투표 발의에 필요한 유효표 17만 서명의 2배를 웃돈 수치다.
베를린 부동산 사회화 주민투표 운동은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세입자들의 주거권 운동에서 시작했다. 이들은 유럽 경제위기 후 저금리-양적완화가 부동산 투기를 이어지며 임대료가 소득의 50-60%까지 폭등해 주거권 운동을 진행해 왔다.
발의 단체의 대변인 요안나 쿠지악(Joanna Kusiak)은 <알베베>에 “우리는 정치를 뒤흔들었고, 도시를 변화시켰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축하하는 것이다. 수천 명이 함께 활동했으며 강력한 적들과 싸워 승리했다. 우리는 다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회화에 대한 요구는 그 어떤 정당보다 기층에서의 요구가 컸다. 우리 베를린 시민은 아무도 우리의 주택을 투기를 하도록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