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에 살고 있습니까?

[특집호] 갭투기로 뜨거웠던 화곡동의 그해 여름

차례

① 안전한 곳에 살고 있습니까?
② 무주택자만 ‘빚더미’ 앉게 만드는 ‘갭투기’
③ 부동산 법인, 주택임대업에 뛰어들다
④ 청년들, 부동산 ‘몰수’와 ‘사회화’를 가리키다
⑤ 문 정부 5년, 주거의 질은 나아졌나요?
⑥ 문재인 정부의 ‘주거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⑦ [인터뷰] 문재인 정부도 ‘주택공급 만능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⑧ 인포그래픽 세계 집값 지도
⑨ 재벌의 부동산 투기 50년사, 서울 두 개를 사들였다
⑩ [인터뷰] 모든 무주택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
: 전장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대표
⑪ 워커스 사전: 성장
⑫ 한국의 주거권 운동과 실험들
⑬ [인터뷰] 도시 난민들의 운동, ‘사적소유’를 흔들어야 한다
: 김상철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정책팀장
⑭ ‘의료 사회화’처럼 ‘주택 사회화’도 가능하다
⑮ [인터뷰] 빌라왕 잡는 유일한 대안, “주택 사회화와 탈 상품화”
: 이안 클로트워시 베를린 주택 사회화 운동 활동가


[출처: 홍진훤]

episode 1. 즐거운 나의 집

A씨가 지내던 영등포의 동네는 번화한 분위기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초저녁부터 술 취한 목소리가 창문을 통해 넘어왔고, 각종 자재를 나르는 트럭들이 골목길을 들락거렸다. 원가 절감을 위한 시공사의 획기적 건축 공법은 곳곳에서 다양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주민들의 민원은 해소되지 못한 채 쌓여갔다. 그에게 집은 더 이상 안식의 공간이 아니었다.

A씨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이사할 곳을 물색했다. 소란스러운 동네를 벗어나 아예 지역을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등촌동에 사는 친척 중 한 명이 이 일대가 생각보다 조용하고, 비싸지 않은 빌라가 많다고 귀띔했다. 비행기는 꽤 낮게 날아다녔지만 큰 소음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등촌동 바로 아래 붙어있는 화곡동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1인 가구에 적합한 동네라고 입소문이 나 있었다.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화곡동의 빌라들은 몇몇 조건에서 기대 이상이었다. 역세권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조용한 주택가의 분위기가 좋았다. 지어진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축 빌라여서 외관도 깨끗했고, 주차장도 넉넉했다. 전세자금은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딱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2017년 5월 1일, A씨는 화곡동에 입성해 8.66평(29.64㎡) 투룸 빌라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episode 2. 지뢰밭 동네

도망쳐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었다. 화곡동이 전세 사기 피해 지역으로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2019년 여름부터였다. 역대 두 번째로 더웠다던 그해 여름, 뜨거워진 지구만큼이나 한국사회도 투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약 60채의 빌라를 소유한 집주인이 종적을 감춰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깡통전세 전세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의 합이 주택가격을 초과해 보증 한도를 넘는 경우를 이용한 전형적인 갭투기 수법이라고 했다. 그즈음 정부가 큰 혜택을 주며 주택임대사업을 유도해 수백 채의 주택을 가진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서민들이 거주하는 소형주택을 노렸다. 주택 면적에 따라 재산세 등이 감면됐기 때문이다.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무자본 투기의 먹잇감이 됐고, 화곡동은 언제 전세 사기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동네로 변해있었다. 반환보증사고를 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임대인 중 다섯 손가락에 드는 큰 손들이 앞다퉈 화곡동 주택을 사들이고 있었다.

당시 A씨도 관련 기사를 읽었지만 낯선 용어와 부동산 시장의 복잡한 생리가 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재계약을 할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택임대차 계약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전입신고 ▲입주 ▲확정일자 받기 3요소를 무사히 마쳤기 때문이다. 다시 떼어본 등기부 등본도 깨끗했다. 임차인들이 겪는 골치 아픈 일은 주로 ‘을구’가 복잡할수록 벌어진다. 근저당권 설정 등 집주인의 복잡한 대출 현황이 여기에 담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빌라왕들의 물건 대부분은 이런 깨끗한 서류를 갖추고 있었다.

화곡동의 전세 보증금 반환 사고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졌다. 기사로 실명이 밝혀진 집주인들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임대인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것은 가장 유명한 빌라왕의 이름과 같았다. 그는 어머니 명의의 주택을 합쳐 한때 약 900채의 주택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K씨였다. K씨는 이름도, 나이도 A씨와 같았다. A씨는 집주인을 젊은 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다. K씨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수족 같은 대리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였다. 하지만 K씨의 실상은 그가 가진 깡통주택들처럼 알맹이가 없었다. HUG가 지난해 8월까지 그와 그의 어머니의 채무 31억과 23억 원을 임차인들에게 대신 변제해주면서, 둘은 나란히 HUG의 악성 채무자 리스트에 등재됐다. 채무는 점점 커져 HUG가 K씨 대신 임차인에게 대위변제한 금액은 지난해 말 100억 원대를 넘어섰다. 올해 8월엔 213억 원대를 돌파했다. 게다가 HUG의 집계엔 여러 이유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빠져있어 실제 피해는 더욱 컸다. A씨 역시 집계되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A씨는 이미 전국구로 유명해진 K씨의 신상을 지난 5월 말에야 알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 기획취재팀이 보내온 편지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K씨가 소위 화곡동 전세 사기의 유명 당사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편지를 든 손이 떨렸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젊은 임대인과 사장님은 바쁘시다며 모든 연락을 담당했던 대리인들, 수상한 부동산까지. 그동안 찝찝했던 조각들이 자리를 찾아갔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episode 3. 화곡동의 잠 못 이루는 밤

[출처: 홍진훤]

임대인의 정체를 알게 된 A씨는 그날부터 불면에 시달렸다. 보증금 1억6500만 원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HUG 반환보증보험을 들어놓지 않은 것도 후회가 됐다. 지금에야 각종 전세 사고가 많이 알려져 의무화 됐다지만 A씨가 계약할 당시만 해도 전세보험 가입 제도는 필수요소가 아니었다. HUG 가입실적은 2017년 9조4931억 규모 수준이었다. 그러다 점차 늘어 2020년 37조2595억 원까지 늘었고, 올해는 4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살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 그의 삶을 탄탄히 지탱해 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생활 터전인 집이 흔들리면서 그의 모든 삶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A씨는 대부분의 보증금을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은 상태였다. 부모님의 노후자금일 수 있는 돈이었기에, 심란한 마음은 더욱 컸다. 나는 왜 깡통전세도, 갭투기라는 말도 그냥 흘려 들었을까. 화곡동에서 전세 사기가 계속되는 동안 왜 적극적으로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A씨는 매일 자책했다. 짚어보면 수상한 점은 늘 있었는데, 그는 너무도 바빴다. 올해 5월 1일 계약 시점 만료를 앞두고 걸려온 K씨 대리인의 전화도 ‘알았다’고 그냥 끊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대리인은 K씨가 이 집을 담보로 소액을 빌렸는데, 아직 상환을 못 해 재계약 시점을 조금 미루자고 이야기했다. 대출 금액이 그리 크지 않으니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해 재계약하자며 A씨를 안심시켰다. 나중에 알아보니 K씨는 이 집을 담보로 3억6천만 원을 빌린 상태였다. 그리고 이미 소유권은 B자산신탁주식회사로 넘어가 있었다. A씨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 승소하더라도 피고인 K씨와 B자산신탁주식회사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경매를 통해 주택을 매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전문가들도 그게 ‘최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최선’의 방법에 매몰된 수많은 임차인의 시간과 돈, 정신적 피해 등의 비용은 누구도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A씨가 전세반환금 반환 소송에 나선 즈음인 지난 6월 28일, K씨는 세입자들에게 사과와 요청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돌렸다. 그는 보증금 반환을 하고 싶어도 소유한 대부분의 부동산에 가압류가 설정돼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다며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①주변 부동산에 매매 광고 요청 ②임차인의 직접 매수 ③보증금 반환 소송을 통한 경매였다. 세입자들은 말이 안 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심지어 A씨는 이 편지를 전세 세입자들이 모여 있는 카페를 통해 알게 됐다. 멀쩡한 집이 빌라왕의 손으로 넘어가고, 주택이 가압류되는 상황에서도 임차인은 어떤 정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A씨는 K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대리인과 통화하라는 문자만 남길 뿐이었다. 전세 피해 임차인들 사이에선 대리인들 역시 악명이 높았다. 그들은 필요시에만 연락을 취했고, 불안과 고통 호소에 무신경했으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빈정거렸다. K씨의 회사인 J법인 직원들이 구인·구직 플랫폼 사이트에 남긴 기업 평가들은 대리인들이 어떤 일들을 담당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세입자들의 피 같은 전세보증금으로 돌아가는 회사. 세입자들 돈 떼먹고, 밑에 직원들이 멘탈 갈아가며 응대하는 것을 지켜만 보지 마시길.’ ‘영업이익을 못 내는 회사, 깡통처럼 아무것도 없는 회사’ ‘대표 이름만 검색해도 네이버에 뜨고 무슨 일 할지 대충 알 것. 그래서 그런지 공고를 다른 회사 이름으로 냄.’

episode 4. 깡통 소리 가득한 부동산 종합기업

K씨가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인 건 2016년으로 추정된다. 댄스강사 출신인 그는 2016년 4월 부동산 매입 및 컨설팅업체를 설립한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7년 4월, J법인을 설립한다. 대외적으로 ‘부동산 종합 기업’으로 소개된 J법인의 자회사엔 부동산, 주택 인테리어 및 유지 보수 회사, 건물관리 회사, 공유 오피스 사업체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그의 Y부동산은 강서구, 금천구 일대의 빌라들을 사들이며 K씨를 빌라왕으로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공인중개사법상 개인 공인중개사는 중개 의뢰를 받은 경우 당해 중개대상물의 상태, 위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해 이를 의뢰인에게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 하지만 Y부동산을 통해 거래한 이들은 최근까지도 주택에 대한 어떤 리스크도 듣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깡통전세를 찾는 것도, 임대인의 이름을 확인해 HUG 블랙리스트와 대조하는 것도 모두 임차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빌라에 덫을 놓긴 너무 쉬웠다. 감정평가사를 이용해 매매가와 전세가를 부풀렸고, 이 부풀린 금액으로 전세반환보증보험을 들어 막대한 혈세를 붓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 Y부동산에서 대표 공인중개사를 맡았던 P씨에게 전세 보증금 반환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물었지만 그는 “할 말이 없다.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재차 통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다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pisode 5. 다시 지뢰밭에서

[출처: 홍진훤]

A씨는 수많은 피해를 양산한 이들이 도의적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버젓이 활동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화도 나지만 무력해진다고 했다. 임대인이 다른 주택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법적으로 처벌받은 전력은 있는지 알 방법은 없었다. 수많은 피해를 양산한 이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비슷한 범죄는 계속 일어날 것이었다. 그리고 A씨의 삶은, 대다수 서민의 삶은 어딜 가나 똑같을 것이었다. 단순히 정부의 제도를 잘 이용한 이들이라고만 평가하기엔, 다수의 개인과 공적 재산이 침해당한 것은 분명했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 책임을 물어야 했다.

수많은 문제적 빌라왕이 탄생한 건 정부 정책의 오류였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2건 이상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은 지난해 257명에서 올해 8월 425명으로 전년 대비 65.4%나 증가했다. 만약 주택 가격이 하락기에 접어들면 더 많은 사고와 피해가 일어날 것이었다.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의 문제는 그동안 줄곧 비판을 받아 왔다. 수많은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한 바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K씨만 해도 매년 50억 원 가량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종합부동산세액을 추정한 결과 K씨가 올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올해 주택 508채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만 무려 46억2428만 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여기에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로 인한 재산세 감면 혜택까지 받지 못할 경우 재산세 약 4997만 원을 포함해 총 46억 7425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A씨가 제기한 전세금 반환 소송에서 재판부는 지난 9월 30일 화해 권고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탁회사와 K씨가 A씨에게 전세 보증금 전부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탁회사는 A씨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며 해당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다행히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늦었지만 신탁회사도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화해 권고 결정 이후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5년 전처럼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삶의 일부가 된 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다. 문제는 그동안 전셋값이 많이 올라 같은 금액대의 매물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올해만 화곡동 지역 빌라 전세가 3천만 원 정도 뛰었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A씨가 겪은 그간의 사정을 듣고 ‘안심전세’를 소개해주고 있지만, A씨는 더욱 신중히 지뢰를 골라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안심전세들은 상당수 깡통전세였고, 직접 떼본 등기부는 아찔한 금액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다. A씨는 오늘도 지뢰밭 동네에서 꼼꼼히 지뢰를 고르고 있다.

“근생 피해자는 지옥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에 삽니다.”

K씨의 다른 피해자 C씨는 1년 넘게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 중 집주인 K씨에 대한 보도를 접했고,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정상적인 육아가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져,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기 시작했다. C씨가 이토록 절망한 이유는 그가 현재 사는 곳이 근린생활시설(이하 근생)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근생은 갭투기 피해 사례 중에서도 가장 답이 없는 케이스로 꼽힌다.

현재 집에 80억 대의 가압류가 걸려 있어 다른 세입자를 찾기도 어렵고, 전세금 반환 소송에서 이겨 경매를 진행해도 낙찰자를 찾기 힘들다. 불법 변경 건축물로, 소유주는 주택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내야 한다. 같은 이유로 세입자들도 근생 주택의 매수를 고려하지 않는다. 1억6500만 원의 전세보증금에 더해 이행강제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서 매수자를 찾긴 어렵다.

C씨는 개인이 수백 채의 깡통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것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며, 이후의 피해자들은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근생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이 불가하지만 C씨는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대출상담사를 통해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전입신고도 했다. C씨는 “은행에서 대출도 됐고, 전입신고도 가능해서 위험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라며 “애초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했다면, 또 구청에서 전입신고를 안 받았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근생이라며 전입신고를 말소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C씨는 자라나는 아이와 10평이 채 안 되는 이곳에서 쭉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눈물을 쏟았다. 시간도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에 C씨의 삶은 수습되지 못한 채 피폐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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