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고양이를 검열하는 N번방 방지법?

[리아의 서랍]


2021년 12월 12일, 국민의 힘 대선후보 윤석열은 ‘N번방 방지법’이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카카오톡에서)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가 등장”했다며,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습니까”라고 당당히 물었다.

그날부터 나는 궁금해졌다. 저렇게 큰 볼륨으로 내놓은 잘못된 정보를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 걸까? 윤석열 후보가 속한 정당, 국민의 힘은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작정이기에 저런 행동을 가만히 두는 걸까?

‘N번방 방지법’은 N번방 사건 방지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여러 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바로 윤 후보가 문제시하는 부분이다. 과연 어떤 이유로 ‘검열’이란 주장이 나오게 되었는지 먼저 알아보자.

1.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일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고, 매출액이 10억 원 이상이며,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3제1항에 따른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중 동법 제2조제14호 가목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자는 자신이 운영 및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불법촬영물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책임자, 즉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9및 제76조2항4호의4 신설)

2. 부가통신사업자 등에게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불법촬영물 삭제 및 접속 차단 등의 유통 방지 조치 의무와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 기존에는 신고, 삭제 요청 등을 통해서 특정 게시물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서 규정하는 불법촬영물임이 명백하게 인식된 경우에만 삭제와 같은 조치 의무가 적용되었으며 미조치 시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없었다. 이제 불법 촬영물 삭제,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의도적으로 취하지 아니한 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제1항, 제22조의5제2항 및 제22조의6 신설)

카카오톡은 이 법의 대상 사업자로, 오픈 단체채팅방 이용자가 동영상·GIF·압축파일을 공유하려 할 때 해당 파일이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혹은 불법촬영물인지 검토하는 필터링 기능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주고받는 파일 내용이 다 확인되고 있다는 건가? 아니다. 카카오톡은 이 절차를 거치는 동안 파일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파일 내용의 위법성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도 않는다. 카카오톡이 적용한 필터링 기술은 서버에 올라온 파일에서 추출되는 특정 값이 불법촬영물로 신고 및 심의돼 공공 DB에 저장된 특정 값과 일치하는지 비교 대조한다. 그 후 DB와 일치하는 파일이 있을 때, 그러니까 불법성이 이미 확인된 파일일 경우 업로드를 제한하는 기계적인 방식이다.

그렇다면 고양이 사진이나 가족사진도 검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윤 후보의 가정은 사실일까? 일단 고양이 사진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공공 DB에는 고양이 사진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 DB는 경찰이 확보한 불법촬영물이나 피해자, 피해지원 기관이 신고한 영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요건 등을 확인해 심의를 거쳐 불법성-당사자 동의 없는 성적 촬영물, 지인 능욕과 딥페이크를 비롯한 성적 합성물 등-을 판단한 파일의 특정 값으로 구성된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고양이 영상이나 사진은 차단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만약 사랑하는 가족의 사진이 필터링 된다면, 그건 그 사진이 공공 DB에 포함되었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조금의 농담도 섞고 싶지 않다. 오픈 카톡 단체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사랑하는 가족의 사진 차단, 언젠가는 누구에게도 사실이 아닌 일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이건 검열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 헌법이 규정하는 검열과 금지는 헌법 제21조 제2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에서 출발하는 개념이다. 국가 행정기관이 어떤 사상이나 의견이 발표되기 전에 그것을 심사‧선별해 사전에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업자가 주체가 돼 성폭법과 아청법을 위반한 불법 파일의 접속을 차단하거나 유통을 방지하는 조치는 법적으로 검열이 아니다.

법적으로 더 따져 보자면, N번방 방지법은 통신 비밀을 침해하지도 않는다.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헌법 제18조에 따르면, ‘통신’이란 ‘비공개를 전제로 하는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이다. 이 법은 일반에 공개된 온라인 커뮤니티나 오픈단체채팅방 등에만 적용되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사적 영역에 속하는 개인 간의 의사소통, 즉 일반 채팅방이나 1:1 오픈채팅방과 같은 곳에서의 파일 공유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법을 비판하는 공개된 자료를 전부 읽어 보려고 노력했다. 텔레그램 성착취를 비롯한 디지털성폭력을 근절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N번방 방지법에 문제가 있다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보완하고 싶고, 정말로 재개정이 필요하다면 잘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입장이 확립됐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더 이야기해 보고 싶은 지점도 생겼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의 목적은 나와 같지 않아 보인다. 윤 후보는 N번방 방지법의 기본적인 내용도 숙지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거짓 정보로 시민을 혼란하게 했다. 그리고 12월 12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N번방과 같은 착취와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활동에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수습되지 않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나는 대선 후보가 N번방 방지법을 이런 식으로 흔들려 했다는 것 자체가 자유에 대한 억압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능멸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 N번방 사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에 서명한 시민 200만 명이 있었다. 또 다른 피해를 막고 싶다고 마음먹은 피해 경험자들의 의지가 있었다. 유통 방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여러 시민 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근거 있는’ 의견이 있었다. 입법부의 응답을 요구하며 길 위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던 수많은 시민의 얼굴이 있었다. 시민이 뽑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찬성과 합의가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가 뭐 어쨌다고? N번방에 맞서 투쟁한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 논의 거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리아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문경락

    새해에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거짓선동멈춰

    필터링은 단어만 바꿨지 검열과 똑같다는 것이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일반론이고 보편적 상식인데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거짓 선동하는 것이 역시 페미니스트답다. 당장 구글에 영어로 검색만 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 ㅇㅇ

    거짓선동멈춰님은 기사를 읽고 이해할 능력이 안되는데 댓글은 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