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철폐 요구” 비정규직 17명, 실형 등 전원 유죄 판결

김수억 전 기아차비정규직 지회장 징역 1년 6개월 선고, 노동계 반발

고 김용균 죽음의 진상규명과 불법 파견 처벌 등을 요구했다가 징역형을 구형받은 비정규직 노동자 17명 중 김수억 전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노동자들 역시 집행유예, 벌금 등 전원 유죄 판결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공동주거침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이들에게 총 징역 21년 2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선고 공판이 열린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는 김 전 지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나머지 16명 중 두 명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세 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노동자들에게는 벌금 100만 원~2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문제가 된 것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018년 7월 법원의 불법 파견 판결에 따라 시정명령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한 농성과 같은 해 11월 불법 파견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대검찰청 항의 방문이었다. 또 2019년 1월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진행한 청와대 행진 등이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삼거리 앞에서 유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장 감옥에 갇힐 위기에 처했던 만큼 선고 공판이 열린 법정 앞에서부터 이어진 기자회견까지 수십 명이 인원이 모였다.

기자회견에서 김수억 전 지회장은 “오늘 재판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실정법 테두리 안에서 요구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은 채 유죄 판결했다”라며 “남은 2심, 대법 판결에서 실형 선고가 뒤집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고 결과에 대해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오늘 법정에서는 1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한 건강과 안전,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과 불평등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은 인정받았다”라며 그러나 “검찰은 공소장까지 변경하면서 악착같이 구형을 했고, 그걸 법원은 그대로 받아 안아 선고했다.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모순된 판결을 했다. 앞으로 남은 2심, 3심에서 법정과 그 밖에서 요구의 정당성을 법정으로 확인하는 투쟁을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황호인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우리는 양형을 줄여달라고 얘기한 것이 아니다. 불평등을 갈아엎자고 주장하는 사람을 가둬두는 잘못된 세상에 대해 지적한 것이었다. 판사는 우리의 주장은 옳으나 법으로 구속할 수밖에 없다고 다시 선고한 것이다”라며 “오늘 구속되진 않았지만, 언젠간 구속하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숙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은 “불법 파견 판결에 대해 노동자들이 시행하라고 노동청에 가서 주장한 것이 왜 범죄가 되는가”라며 “판사는 실정법을 운운하며 진정 판결해야 할 것을 모면했을 뿐이다. 이것이 현재 사법부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시히비정규직지회장(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는 “유일하게 불법 파견으로 징역형을 받은 기업주가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대표이사다. 이것이 징역 6개월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 두 명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수백억의 이익을 챙긴 불법 파견 가해자는 6개월을 구형하고 대검찰청 로비에 들어가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에 끌려간 이들에게는 징역 8개월을 구형한 것”이라며 “오는 19일 우리는 불평등을 갈아엎기 위해 비정규직 대행진을 진행한다. 구속하려 한 대도 우리는 거리로 나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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