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닷새째인 28일 오전 한국의 시민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주한러시아 대사관 앞에 모였다.
40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강조하며, 러시아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선제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침공 첫날 이미 우크라이나에선 사상자만 최소 450명 이상이 발생했고, 전쟁 발발 닷새째인 오늘까지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최대 5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늘 모인 시민사회단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즉각 중단과 병력 철수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군사적 해법이 아닌 외교적, 평화적 해법 수립 등을 러시아와 국제사회에 요구했다. 한국 정부에도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평화적 해결을 위해 모든 외교적 조치를 다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일(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수많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으로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져 러시아가 전면전을 택하면 얼마나 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라며 “전쟁에 대한 숱한 사전 경고에도 무기력한 국제기구와 이해득실 계산에 골몰한 각국 정부들은 전쟁을 전혀 막아 내지 못했다. 국제사회가 단시간에 벌어진 최악의 범죄인 전쟁도 막지 못했는데 앞으로 평화와 연대에 기초해 어떻게 기후위기를 막아낼 것인지 암담하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 정부에도 난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외교적 수사나 입장을 넘어 난민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한국 시민사회와 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들은 지난 2018년 예멘 난민의 사태에서 한국 정부의 냉담하다 못해 잔인했던 얼굴을 맞닥뜨려왔다. 우리는 낙담하지 않고 한국 정부의 역할을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3800명의 국내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함께 싸우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마이크를 잡고 “전쟁에 반대하는 전 세계 노동조합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 부위원장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선 3대 노총이 1시간 파업 등으로 전쟁 반대 행동에 나섰고, 프랑스에서도 모든 노총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평화를 위한 대행진에 나서고 있다. 양 부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서 평화와 협상을 통한 해법을 요구하는 민중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고 노동조합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라며 “민주노총 역시 세계 노동운동과 함께 세계 어느 곳에도 전쟁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차게 연대하겠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교민 김평원 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죽음의 계곡에서 결사 항전하는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전쟁 발발 이후 한국에 입국한 김 씨는 31명의 한국 교민들이 불가피하게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다고 전하며 “우크라이나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크고 잔인한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치 토끼몰이하듯 가공할 무기들을 동원해 공격을 퍼붓고 있고 수백 개의 미사일을 퍼붓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급기야 핵무기를 운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라며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우크라이나의 4200만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내버려 둔다면 인류의 정의는 무너지고야 말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반대 외치며 누워버린 사람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전쟁으로 고통받아 온 사람들을 상징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땅에 사는 모든 이들과 러시아에서 전쟁에 저항하고 있는 이들, 그리고 이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전 세계 모든 시민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퍼포먼스 후엔 러시아 대사관에 이와 같은 입장을 담은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성명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인, 우크라이나 교민들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제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