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정리해고 100일, '50리 걷기' 나선 시민들

세종호텔 자회사부터 서울지노위까지…18일, 지노위 심문 회의 열려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된 지 오는 19일로 100일이 된다. 앞서 노동자들은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의 사측 부담금까지 임금 삭감 등으로 분담하겠다고 밝혔으나, 세종호텔은 지난해 12월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이와 관련 이틀 뒤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심문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에 세종호텔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16일 ‘50리 걷기’에 나섰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세종호텔 자회사인 서울 광진구 KTSC(구 한국관광용품센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리 걷기’ 시작을 알렸다.

“세종호텔, 자산 늘리며 노동자 정리해고”

세종대학교를 운영하는 사학재단의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이 노동자 12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진행한 것은 경영상의 이유였다. 이에 대해 ‘50리 걷기’ 참가자들은 경영진이 자구노력 없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함으로써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세종호텔은) 객실 333개를 운영하며 코로나19 이전까지 안정적 영업이익을 달성해왔다. 현금흐름도 양호했고, 부채 비율도 높지 않았다. 인건비 비중도 다른 호텔업계에 비해 낮았다”라며 이는 “10여 년 동안 구조조정으로 정규직을 줄이고, 임금 인상 없이 해마다 연봉 20~30%를 삭감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사이 세종호텔은 자회사를 확대하고, 지분율을 높여왔다. 자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23억 원의 배당도 받지 않고, 자회사를 통해 사업과 연관성을 찾기 힘든 부동산을 사들였다. 2천억으로 추정되는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은 “배당금이면 해고 노동자들이 몇 년을 더 일할 수 있다. 그런데도 회사는 12명의 해고를 위해 5대 로펌 중 하나인 세종의 변호사 네 명을 고용하면서 악착같이 대응 중”이라고 비판했다. 지부에 따르면 10년 전 250명이 넘던 직접 고용 정규직 노동자들은 24명까지 줄었다.

회사가 자산을 쌓는 동안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뎌왔다. 이주형 조합원은 행진 코스인 세종대학교 정문 앞 집회에서 “도시락을 판매할 때면 새벽 2시부터 나와 저녁 6시에 퇴근했다. 5명이 500~1,000개에 달하는 도시락을 만들었다. 하지만, 연장수당은 없었고 다음 날 좀 더 일찍 퇴근하는 식이었다”라며 “임금도 15년~20년 동안 200만 원 초반에 불과했다”라고 전했다.

세종대 학생 “세종호텔 투쟁, 관심 부탁”

세종대 학생의 발언도 이어졌다. 최연우 씨는 세종대 학생들에게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학교 구성원에는 청소 노동자 등 노동자들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세종호텔 노동자도 예외가 아니”라며 “학교 재단 산하에 있는 사업이 세종호텔이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수익은 학교로 가는 일이 많다. 왜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가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3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는 671일째 해고 투쟁을 벌이는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노동자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과 2014년 109명 해고에 대해 전원 복직을 이뤄낸 희망연대노동조합 딜라이브지부의 이성호 지부장 등이 함께했다.

이날 ‘50리 걷기’ 참가자들은 세종호텔 자회사 KTSC를 시작으로 세종사이버대학교, 세종대학교를 거쳐 세종호텔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행진은 내일(17일)까지 이어진다.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심문 회의를 하루 앞둔 이 날은 서울고용노동청,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힘 당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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