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숫자 아닌, 사람 보는 방역 대책 필요”

공적 지원에서 배제된 위·중증 환자, 돌봄 공백 관련 대책 촉구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와 돌봄 공백 문제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격리 해제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들은 정부의 공적 지원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요양 시설 내에서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며, 이용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인한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다.


이에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23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돌봄 공백에 대한 전향적 해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환자와 보호자, 사망자와 유가족 모두의 고통을 경감하는 것이 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단체는 정부가 현재 위·중증 환자 수가 델타에 비해 낮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위·중증 환자임에도 격리해제(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가 되면 위·중증 환자 통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로 사망해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격리 해제 후 일반 병실로 밀려난 위·중증 환자들이 있어 정부의 병상 가동률 발표 역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은 “특히 의료기관 포화로 코로나 환자와 일반 환자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응급 상황인 환자들이 이송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이런 분들은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기도 한다. 일반 환자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의료 붕괴라는 얘기가 나온다”라며 “정부는 위험을 제대로 알리고, 무책임한 방역 완화보다는 재정 지원과 사회 정책을 통해 거리 두기와 생계유지를 가능케 하는 조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의 가족은 격리 해지 이후 모든 책임이 가족에게 돌아왔다고 전했다. 91일째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돌보는 마민지 씨는 발언문을 통해 정부가 위·중증 환자를 전담 병원 밖으로 내쫓고 코로나19 환자라는 이름을 지워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2월 정부는 격리해제 일자를 20일로 단축했고, 행정명령을 내려 중증 환자들을 병원 밖으로 몰았다. 그리고 이제는 7일 뒤에 병원을 나가라고 한다”라며 “저희 어머니는 완치 확인서가 발급됐으나 상태는 더 악화했다. 에크모를 달고 지금도 누워서 생사를 오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간호사인 장조아 씨는 코로나19로 아버지는 잃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얘기했다. 그는 “아버지가 계셨던 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이었지만, 필요한 기계가 없어 아버지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심지어 간호사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단체 퇴사한 상황이라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조치 또한 받지 못했다. 투석해 볼 수 있었더라면 저는 이 자리에 서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단순히 경제적 일상 회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늘어나는 가운데, 요양보호사 확진으로 인한 인력 부족과 돌봄 공백 문제도 지적됐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김민정 씨는 발언문을 통해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한 명의 의료진과 요양보호사가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한 “병상이 부족해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이송하지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병상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너무나 익숙한 이 상황이 또 반복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한희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코로나19 관련 보도는 ‘확진자 몇 명’이란 식으로 숫자로만 표현된다. 이젠 숫자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고통을 받고 그 유가족들이 어떻게 힘들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목표가 되는 방역 정책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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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박한희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코로나19 관련 보도는 ‘확진자 몇 명’이란 식으로 숫자로만 표현된다. 이젠 숫자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고통을 받고 그 유가족들이 어떻게 힘들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목표가 되는 방역 정책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