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동자 사망으로 이어진 ‘신도여객 해고 사태’

8개월째 장기화한 투쟁…고인 사망 이후에야 사태 해결 나선 울산시

지난달 22일, 18년 동안 울산에서 버스를 운전해온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해고 생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쓰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고인이 사망한 다음 날, 울산시 측은 고인이 몸담았던 노조에 버스업체 신도여객 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전달했다. 그리고 교섭이 열렸다. 신도여객 해고 노동자들이 울산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인지 228일, 두 명의 단식,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뒤였다.

  지난 4월 1일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울산 버스 노동자 투쟁 결의대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퇴직금 포기각서 제출 거부한 47명의 해고

신도여객 노동자의 해고는 지난해 신도여객이 대우여객으로 양도·양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8월 27일 138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던 신도여객을 대우여객에 무상 양도하는 것을 허가했다. 대우여객 측은 곧바로 신도여객 노동자들에 대한 신규 채용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우여객은 신도여객에서 발생한 퇴직금 등에 대한 포기각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한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신도여객지회(노조) 조합원 47명은 집단 해고됐다.

퇴직금·임금체불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신도여객 부채의 대부분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도까지 신도여객에서 발생한 부채 총 138억 원 중 60억 원은 퇴직적립금, 20억 원은 4대 보험 미납금, 10억 원은 임금체불액이며, 가스비 20억 원, 차량 할부금 19억 원 등도 포함돼 있다. 부실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가 떠안은 셈이었다.

‘고용 승계’ 조건 위반에도 손 놓은 울산시

이에 앞서 노조는 양도·양수 추진 중단과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지난해 8월 13일부터 울산시청 앞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8일로 농성 239일 차가 됐다. 신도여객 노동자 해고 사태와 이로 인한 버스 노동자 사망에는 신도여객의 부실 경영을 방치하고, 양수 과정에서 ‘고용 승계’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대우여객에 대한 면허 취소 등 행정 처분을 하지 않은 울산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울산시는 울산 시내 버스 업체 6곳에 적자분의 95%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년부터 울산시는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인데, 이에 따라 적자분 100%를 지원하게 된다. 울산시는 보조금에 대한 집행 내역 이외의 것을 감독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별한 대책 없이 지원 규모만 더 커지다 보니 ‘제2의 신도여객’이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양도·양수 당시 울산광역시장 명의의 ‘양도·양수 조건서’에는 “운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승무원 고용은 승계해야 한다”라는 것이 명시돼 있었다. 이를 따르지 않을 시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도 감수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문건은 해고가 발생하고 2개월이 넘은 뒤에야 노조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드러났다. 노동자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는 ‘행정처분으로 면허를 취소하라는 요구에 소송이 들어올 수 있다’며 거절했다. 오직 울산시는 취업 알선을 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할 뿐이었다.

관련해 최만식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본부 조직국장은 “양도·양수 인허가는 울산시가 냈다. 그리고 보조금 지원 공문에 따르면 퇴직금을 우선 적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그런데도 신도여객 적자분 중 퇴직금 60억 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은 시가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사망에도 제시된 안은 ‘선별 채용’

  지난 4월 4일 신도여객 해고노동자들과 신도여객 문제 해결을 위한 울산지역대책위는 고인이 생전 운행했던 104번 버스노선을 따라 행진을 진행했다. 울산시청 앞 고 이용주 노동자 분향소 앞에서 집회를 하는 참가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울산시는 버스 노동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신도여객 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노조가 두 차례 단식 투쟁을 벌인 끝에 지난 12월 24일 노조와 울산시는 ‘신도여객 노동자 고용보장과 울산 시내버스 혁신을 위한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구성원 상견례가 진행된 것이 다였다. 울산시는 고인의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노조에 ‘U-버스 법인 분할 및 면허 대수 조정 계획(안)’을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8일, 4월 1일 노조와 울산시청 간 교섭이 두 차례 진행됐다.

U버스그룹은 울산여객, 남성여객, 한성교통, 유진버스 4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울산시는 여기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계획을 냈다. 이 계획서에는 신도여객 해고자 전원에 대한 공개 경쟁 입사원서 접수를 시행하고, 특별 결격 사유가 없을 시 전원 고용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 업체 승무원들의 이직 인원을 최소화한다는 점도 있다. 신설 법인 채용 규모는 25명~35명이며, 이 계획에 따르면 버스 10대가 증차하게 된다.

그러나 1차 교섭 이후 울산시는 2차 교섭에서 이와 관련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에 대해 울산시는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반발해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U버스 분할 법인 설립이 아직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당일 울산시 담당자는 노조 측에 U버스 면접에 응하라는 연락을 했다. 제출 기간은 지난 5일까지였는데, 노조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접수 기간은 8일까지로 연장됐다. 조합원들은 울산시가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고, 일괄 채용이 아닌 선별 채용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역 언론은 U버스 분할 신규법인 설립안이 해고자들의 취업 신청 저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조 조합원들이 취업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이러한 선별 채용이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하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시욱 신도버스지회 조합원은 “지난 1월에도 지회 조합원 전원이 U버스 측에 이력서를 냈다. 당시 30여 명의 조합원이 있었는데, 3명이 채용됐다. 나머지는 노조를 탈퇴했다. 울산시는 신설법인을 통해 채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제출을 못 하고 있다. 명확한 입장 없이 채용 공고를 하는 상황”이라며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 4일 신도여객 해고노동자들과 신도여객 문제 해결을 위한 울산지역대책위는 고인이 생전 운행했던 104번 버스노선을 따라 행진을 진행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탈퇴’라는 채용 조건

한편 노조에 따르면 대우여객은 운송사업면허권만 양수했기에 노동자에 대한 고용 승계를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도·양수 당시 양수인의 고용 승계 책임에 대한 노조 질의에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영업양도와 관련 인적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하는 영업양도의 경우 양도인과 노동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인돼야 한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앞서 대우여객이 채용하는 과정에서는 노조 탈퇴를 비롯해 노조가 현재 진행 중인 사해행위 소송 취하, 퇴직금 포기를 전제로 노동자를 선별하는 문제도 있었다. 사해행위 소송은 양도·양수가 신도여객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라는 취지에서 노조가 지난해 9월 14일 제기한 것이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대우여객의 이러한 문제는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최만식 국장은 “(당시 채용 과정에서 회사가) 민주노총 탈퇴 조건을 달면서 노동자들은 채용을 거절당했고, (이번 U버스 채용에서도)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일괄 채용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시, 노동자 사망에 대한 사과 불가 입장

현재 노조는 유족 사과를 포함해 해고 사태 해결에 대한 방안 마련을 위한 교섭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울산시로부터 U버스 법인 분할 관련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은 뒤 교섭을 통해 일괄 채용 방식을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차 교섭에서 노조 측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사과, 유족 위로(퇴직금·체불임금 등) △10대 증차분에 대해 기존 설립된 울산도시공사를 통해 운영(신도여객지회 조합원 우선 고용승계) 혹은 6개 버스사 중 1개 버스사에 증차해 조합원 우선 고용 승계 등의 요구를 제출했다. 10대 증차분을 울산도시공사를 통해 운영하는 방안은 버스공영제 요구다. 현재 화성시의 경우 화성도시공사에서 공영제버스로 운영 중이기도 하다. 노조는 요구를 담은 공문을 지난 5일 발송했고, 울산시에 공식 답변을 요청했다. 아직 울산시는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버스택시과 담당자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양도·양수 승인이 합법적이라 사과나 위로금은 불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시가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경영까지 감독하긴 어려운 것”이라며 노조의 채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공사 운영의 경우 내년에 준공영제를 계획 중인 상황이기도 하고, 다른 회사의 협조 없이 신규 노선을 만들기는 어렵다. (10대 증차분을 1개 버스사를 통해 운영하는 방안은) 보조금 비율을 제외한 4%에 대한 부담을 한 회사가 안아야 하므로 업체들이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4대 보험 미납으로 은행 대출도 불가능한 조합원들

8개월 가까이 해고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다 보니 조합원들은 생계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다. 조합원 수는 노조 탈퇴, 채용 등으로 점점 줄어 이제 17명만이 남았다. 윤시욱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실업급여 기간도 거의 끝나가고, 신도여객이 4대 보험금을 20개월이나 미납하면서 은행 대출도 불과한 상황에 놓였다.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자결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가 어렵더라면 유감 표명이라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것이 고인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몰라도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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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시는 챙피한줄 알아라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니
    이런걸
    *그것이 알고싶다 제보하고싶네
    행정 책임자는 말그대로 책임져라

  • 울산시민

    살인자 버스회사 망해자빠져라

  • 울산사람

    울산시청은 그동안 잘못한거시인하고 돌아가시분한테사죄하고 보상과시청앞에계시분들 빨리일터로돌아갈수일도록 요구조건 들어주고 대우여객에 돈한푼받지안고66대버스공짜준다는게말이대는지 묻고십다 시청앞에계신분들고생그만시키세요 울산시청

  • 시청앞

    송철호 집앞에서 시위하고십다ㅋ

  • 문경락

    8개월 가까이 해고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다 보니 조합원들은 생계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다. 조합원 수는 노조 탈퇴, 채용 등으로 점점 줄어 이제 17명만이 남았다. 윤시욱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실업급여 기간도 거의 끝나가고, 신도여객이 4대 보험금을 20개월이나 미납하면서 은행 대출도 불과한 상황에 놓였다.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